단편:『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2"/5

2화: 세 사람이 마주친 복도

by leehyojoon ARCH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

2화: 세 사람이 마주친 복도



제2장 ― 물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남편이 서울로 올라온다고 말한 것은 화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을 먹고 있었다. 김치찌개와 계란프라이, 그리고 작은 오이무침.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었지만, 항상 그렇게 해왔다. 혼자서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전화는 내가 마지막 숟가락을 떠올리려는 순간에 왔다.


"이번 주말에 올라갈게."


그의 목소리는 조금 피곤해 들렸다. 대전의 날씨가 서울보다 더 덥다고 했다. 나는 별다른 감정 없이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의 정보였다. 남편은 대화를 끝내고 나서도 잠시 침묵했다. 전화기 너머로 에어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통화를 끊기 전, 한 문장을 더 남겼다.


"보고 싶었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은 공기 속에서 몇 초간 떠 있다가, 다 식은 전자레인지 음식처럼 무력하게 떨어졌다. '보고 싶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과 실제로 그 사람을 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때로는 보고 싶어 하는 상태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그날 밤 나는 집 안을 정리했다. 버릴 것들을 버리고, 덮어둘 것들을 덮었다. 이름 없는 그 남자의 셔츠는 여전히 의자에 걸려 있었다. 흰색 면 셔츠였는데, 빨래를 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지 세제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그의 책은 침대 옆 선반에 꽂혀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표지는 심플했다. 하얀 배경에 검은 글씨, 그리고 작은 일러스트 하나.


그 책을 꺼내 들었다. 책갈피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갈피 대신 편의점 영수증이 끼워져 있었다.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 하나. 총 4,500원. 그는 읽다가 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책을 접거나 표시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늘 읽고 있되,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종류의 독자. 나는 그 영수증을 그대로 두고 책을 덮었다.


나는 그 책을 쓰레기봉투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다 다시 꺼냈다. 다시 올려두었다가, 다시 꺼냈다. 이 반복은 그날 밤 내내 계속됐다. 무언가를 버릴 때 드는 감정은 이상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물건에는 기억이 스며든다. 그리고 그 기억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버리는 것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욕실에 가서 세면대를 들여다봤다. 칫솔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그의 것. 그의 칫솔은 초록색이었고, 모가 조금 벌어져 있었다. 치약도 두 개 있었다. 내가 쓰는 것은 불소가 들어간 일반적인 것이었고, 그가 쓰는 것은 민트향이 강한 것이었다. 나는 그 치약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아봤다. 그의 입에서 나던 냄새였다.


남편은 민트향을 싫어한다. 이름 없는 그는 늘 민트 치약을 썼다. 그 작은 튜브 안에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많은 체온이 스며 있었고, 그것은 그 자체로 사소한 일기장 같았다. 매일 아침, 매일 밤, 그가 이 치약으로 이를 닦았다. 그리고 나와 키스했다.


나는 결국 치약을 서랍 맨 뒤로 밀어 넣었다. 버릴 수 없는 것과, 들키면 안 되는 것 사이에 아주 가느다란 선 하나를 그은 셈이었다. 그 선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마치 우리 관계처럼.


냉장고를 열어봤다. 그가 좋아하는 요구르트가 있었다. 플레인 요구르트였는데, 그는 꿀을 조금 넣어서 먹었다. 그 요구르트의 유통기한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내가 먹을 수도 있었다.


그날 밤, 꿈을 꿨다. 남편도, 그도 아닌 누군가가 내 집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꿈이었다. 그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거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것이 아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사랑도, 배신도, 용서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침대 시트에는 아무런 냄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서늘한 여름이었다. 그날의 햇빛은 약간 누렇게 빛났고, 나는 이따금 그런 햇빛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그들이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인사처럼.




제3장 ― 셋이 마주쳤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나는 꽃을 샀다. 동네 꽃집에서 파는 작은 꽃다발이었다. 카스미소우와 하얀 국화가 조금 섞인, 소박한 꽃다발. 꽃집 아주머니는 "누구한테 주는 거예요?"라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누구를 위한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도시의 저녁 햇빛 속에서는 그런 의미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꽃다발을 들고 마트에 들렀다. 남편이 좋아하는 재료들로 국거리를 샀다. 무, 두부, 대파, 고춧가루. 간단한 김치찌개를 끓일 예정이었다. 종이봉투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무 한 개가 거의 2킬로그램은 나갔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만에 내렸다. 남편의 아파트가 있는 골목은 조용했다. 금요일 저녁치고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마 모두들 어딘가 나갔을 것이다. 데이트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해는 이미 절반쯤 지고 있었고, 건물들 사이로 기울어진 햇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현관 비밀번호는 여전히 같을 것이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 하지만 나는 눌러보지 않았다. 대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택배기사처럼, 말이 없는 방문자처럼. 꽃다발을 한 손에 들고, 국거리 봉투를 발밑에 세워두고, 나는 남편의 그림자가 복도 끝에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나타났다. 아니,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이름 없는 남자*였다.


그는 같은 층 반대편 끝에서 걸어 나왔다. 흰 반소매 셔츠, 까만 면바지, 작은 종이봉투 하나. 아마 편의점에서 뭔가를 산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보더니 한 걸음 멈췄다. 그의 표정은 놀라움도, 반가움도 아니었다. 단지 아주 작은 지연*이 있었을 뿐이다. 마치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마치 상영 시간이 바뀐 영화관에서 예매한 표를 들고 서 있는 것처럼.


그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복도는 조용했다. 형광등의 낮은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도, 꽃다발도, 국거리도, 모두 말이 없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남편이 내렸다. 검은 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왼손에는 작은 캐리어, 오른손에는 휴대폰. 그는 휴대폰을 보며 걷다가 우리를 발견했다. 우리 셋은 그 좁은 복도에서 정확히 삼각형을 이루며 서 있었다.


바람도 없었고, 소리도 없었고, 누군가가 숨을 쉬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수족관 안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느려졌다. 형광등 불빛이 유독 밝게 느껴졌다.


남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긴... 왜..."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말이 끝나기 전에, 이름 없는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우리 옆을 지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고양이처럼.


국거리를 들고 있던 내 손이 약간 떨렸다. 종이봉투가 바스락거렸다. 그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남편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꽃다발을 보며 말했다. "그 꽃은... 나를 위한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감정은 혀끝이 아니라, 손끝에 모여 있었다. 손은 꽃을 놓지 못했고, 눈은 남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떠나는 소리였다.


그 순간, 모든 관계가 제자리를 잃은 느낌이었다. 남편, 남자, 나. 이 셋은 서로의 일부였고, 동시에 아무런 소속도 아닌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지만, 우연히 같은 장면에 등장하게 된 엑스트라들 같았다.


"들어가자." 남편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평소와 같았다.


나는 꽃다발을 내려다보았다. 카스미소우의 작은 꽃들이 약간 시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뻤다. 꽃은 시들어가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


남편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네 자리 숫자. 문이 열렸다. 우리는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깔끔했다. 남편은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소파 위에 놓인 책 한 권, 탁자 위의 컵 하나,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집처럼, 혹은 누군가가 막 이사 온 집처럼.


"커피 마실래?" 남편이 물었다.


"아니." 나는 대답했다. "국을 끓일게."


밤늦게까지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무를 썰고, 김치를 볶고, 두부를 넣었다. 익숙한 과정이었다. 결혼한 지 6년 동안 수백 번도 더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의 요리는 달랐다. 마치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내 역할을 연기하는 것.


우리는 국을 먹었다. 남편은 "맛있다"라고 말했고, 나는 "다행이다"라고 대답했다. 평범한 대화였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어색했다. 마치 대본이 있는 연극 같았다.


남편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꽃을 화병에 꽂았다. 그리고 조용히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밤이 깊었다. 아파트 건물들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갔다. 사람들이 잠에 들고 있었다.




***

*복도에서 마주친 세 사람.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 없는 남자는 과연 다시 나타날까요? 그리고 남편과 나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3화 "침묵 이후"에서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단편:『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