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3"/5

3화: 침묵 이후

by leehyojoon ARCH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

3화: 침묵 이후



제4장 ―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문자도, 전화도, 종이쪽지도 남기지 않았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나타날 때도 조용했고, 사라질 때도 조용했다.


모든 것이 그랬다. 그는 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어왔고, 침묵 속에서 침대에 누웠고, 말없이 나의 몸을 지나 어디론가 빠져나갔다. 그가 없다는 사실보다, 그가 있었던 감각이 더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꿈에서 깬 후의 느낌처럼.


남편은 말이 줄었다. 그는 아침이면 식탁에 앉아 조용히 신문을 넘겼다. 경제면, 사회면, 스포츠면. 순서는 항상 같았다. 점심 때는 혼자서 외출했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저녁이면 불을 끄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봤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대전에 있을 때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전화기의 작은 화면에 뜨는 그의 이름은 적어도 나를 한 번쯤 설레게 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적어도 내게 향해 있었으니까.


지금의 그는 그저 똑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조용한 실루엣이었다. 우리는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서로 다른 꿈을 꿨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지만, 서로 다른 것을 생각했다.


나는 가끔 침대 시트를 만졌다. 그가 눕던 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몸을 틀던 자리의 주름, 베개에 남은 머리카락의 흔적, 물기 없는 이불 가장자리.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건조했다. 사랑도, 회의도, 이별도, 모두 증발한 후의 침대 같았다.


가끔 그의 책을 펼쳐 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 책은 여전히 아무 표시도 없이 단정했다. 책장을 넘기면 마치 그가 나를 흘끗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문장들이 너무 조용했다. 너무 정확했고, 그래서 너무 멀었다.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을 그만둔다."


그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가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은 어느 날 물었다. "혹시... 아직 연락해?"


"누구를?" 나는 반문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그 사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몰라. 연락처를 묻지 않았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래"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로 대화는 끝났다. 우리는 더 이상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부재는 때로 존재보다 더 강렬하다. 그가 없다는 사실이 그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생생했다. 빈 의자를 볼 때마다, 두 개뿐인 칫솔을 볼 때마다, 민트 치약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나는 그를 떠올렸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것은 드물고 이상한 일이었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 이후, 나는 항상 뭔가를 꿈꿨다. 길을 잃거나, 문을 닫지 못하거나, 무언가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는 꿈들. 불안하지만 생생한 꿈들.


하지만 그날은 없었다. 완전히 비어 있었다. 꿈조차 없는 잠은 기억이 아닌 망각의 방식으로 나를 밀어냈다. 마치 죽음의 예고편 같았다.


주말이 되자 남편은 어머니 댁에 간다며 나갔다. "늦게 올 수도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라고 대답했다. 나는 혼자 남은 집 안에서 조용히 창문을 열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5월의 바람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새들이 지저귀고, 아이들이 놀고, 누군가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평범한 일요일 오후의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멀게 느껴졌다.


소리도, 냄새도, 체온도, 모두 없어졌다.


나는 커피를 끓였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천천히 내렸다. 그가 좋아하던 방식이었다. 컵을 내려놓을 때 손이 조금 떨렸다. 사랑이 끝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랑이 있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묻지 않았다. 도시는 그렇게 하나의 이름 없는 계절을 통과했다.




제5장 ― 이름을 묻지 않은 사랑의 끝


봄이 끝나갈 무렵, 나는 그의 셔츠를 세탁했다. 그것은 우연이었다. 이사 준비를 하던 중, 옷장 맨 아래 구석에서 구겨진 흰 셔츠가 나왔다. 처음에는 남편의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라벨을 보니 다른 브랜드였다. 그때서야 기억났다. 그의 셔츠였다.


나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심코 세탁기에 넣었다. 다른 빨래들과 함께. 세제도 넣고, 섬유유연제도 넣었다. 평범한 일요일 오후의 세탁이었다.


물에 젖은 셔츠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젖은 천은 항상 그렇다. 실제 무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햇빛 아래 널린 그것은 한때 그의 피부에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냄새도 없었다. 세제 냄새만 날 뿐이었다.


그가 나를 껴안던 날도, 나를 보지 않던 밤도, 모두 그 셔츠의 주름 속으로 사라졌다. 세탁이라는 것은 참 잔인한 일이다. 모든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버린다.


나는 셔츠를 반듯하게 개어, 종이봉투에 넣고, '이름 없음'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그가 찾으러 올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용기를 내서 그에게 돌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 오후, 동네 헌책방에 들렸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를 다시 찾고 싶었다. 그가 읽던 책을 내가 끝까지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책방 주인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제목의 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했다. 혹시 내가 제목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 책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내 집에 있었다.


그 책을 처음 내 손에 쥐게 만든 사람, 그가 내 곁에서 없어진 시간,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직 내 안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책방에서 나오는 길에, 카페테라스에 앉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짧은 검은 머리, 흰 셔츠, 그리고 신문을 펼치고 있는 모습. 그는 한 손으로 아이스커피를 휘젓고 있었다. 스푼이 유리에 닿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심장이 빨라졌다.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혹은 일부러 보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신문이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가가고 싶었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하지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이름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볼 수 있을까.


나는 다시 걸었다. 그를 부르지 않았고,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다.


집에 돌아와서는 텅 빈 화병에 물을 채웠다. 꽃은 오래전부터 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또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반복된다. 같은 일들이 다른 사람과 다시 일어난다.


그의 책은 다시 선반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더 이상 펼치지 않았다. 어차피 결말을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해는 풀리지 않는다.


그의 이름을 나는 끝내 묻지 않았다. 그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고, 오해했는지도 모르고, 그저 아주 짧은 계절을 조용히 통과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침묵은 내 안 어딘가에서 아직도 작은 소리로 남아 있었다. 마치 라디오에서 나오는 희미한 음악처럼.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은 이름이 없는 기억, 질문이 없었던 사랑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가장 오래 남는 사랑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끝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1년이 지난 후, 주인공은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그리고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최종화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이름"에서 완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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