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그녀의 걸음걸이를 기억한다」5"/5

#작가 노트

by leehyojoon ARCH

작가 노트


《그녀의 걸음걸이를 기억한다》를 마치며


이 소설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름, 나이, 직업, 과거, 심지어 SNS까지. 하지만 때로는 그런 정보들이 오히려 순수한 감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의도적으로 이름을 묻지 않습니다. 그 대신 서로를 '관찰'합니다. 걸음걸이, 손짓, 숨소리, 향기. 그 미세한 디테일들이 어떤 이름보다 더 그 사람을 정확히 규정합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쓴 사랑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관찰'이었습니다.


사랑은 종종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상대방의 작은 습관, 무의식적인 몸짓, 표정의 변화.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은 철저한 관찰자입니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가 걸을 때 올라간다는 것, 책을 읽을 때 입술을 움직인다는 것, 편의점 봉지를 작은 사각형으로 접는다는 것. 그런 미세한 디테일들이 그에게는 그녀의 이름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런 관찰은 어떤 의미에서 '관음증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보고, 알아가고, 기억하려고 합니다.



말하지 않음의 미학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음'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중요한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적인 디테일들을 통해 그 감정을 전달합니다. 컵에 남은 입술자국, 베개에 배인 향기, 화분에 주는 물의 양까지도 그들만의 언어가 됩니다.


그들은 "사랑한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의 체온을 기억하고, 숨소리를 들으며, 침묵을 나눕니다. 그 침묵이 어떤 고백보다 더 진실합니다.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이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런 침묵의 힘입니다.



거리감이 만드는 아름다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거리'입니다.


물리적 거리: 북토크 장소에서 두 줄 떨어진 자리, 10미터 거리의 재회. 심리적 거리: 이름을 묻지 않는 선택,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관계.


이 거리감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더 가깝게 만듭니다. 너무 가까우면 깨지고, 너무 멀면 사라지는 관계에서, 그들은 완벽한 거리를 찾아냅니다.


마지막 재회 장면에서 그들이 말을 걸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침묵이 그들만의 완벽한 대화입니다.



일상 속 발견한 문학적 순간들


이 소설을 쓰면서 주목한 것은 일상 속 작은 순간들입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르는 순간,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 화분에 물을 주는 시간. 이런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틱한 순간들만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작은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진짜 사랑을 만들어냅니다.



브런치 연재를 위한 구성


이 소설은 브런치 독자들의 읽기 패턴을 고려해 구성했습니다.

1편: 끝에서 시작하는 역순 구조로 몰입도 확보

2편: 8번의 만남을 통한 관계 심화 과정
3편: 부재의 관찰, 일상 속 잔상들 4편: 재회와 완결, 영원한 현재형 사랑


각 편마다 독립적으로 읽혀도 좋지만, 연결해서 읽으면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편의 마지막에는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를 넣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분들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름을 모르지만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나요?


아마도 그것은 이름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사람만의 작은 습관, 특별한 웃음소리, 혹은 걸음걸이일 것입니다.


이름이 없어도 기억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사랑의 형태. 그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랑이 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사랑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이런 이름 없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여러분만의 소중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쓰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 관찰의 힘, 그리고 침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입니다.


특히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적절한 거리가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이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상 속 작은 관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5년 여름
작가 노트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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