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불을 끄는 일〉
by 망치든건축가
2년 동안 피우지 않았다.
정확히는 2년 3개월과 14일이었다. 달력에 표시해둔 건 아니었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별다른 각오 없이 끊었지만, 그렇게 버텨온 시간이 제법 길었다. 마치 오래된 건물의 기초공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건축을 하는 이의 입장에선 금연이라는 것도 하나의 설계 작업 같았다. 낡은 습관을 철거하고, 새로운 생활 패턴을 세우는 일. 첫 한 달은 기초를 파는 시간이었고, 그 다음 몇 달은 골조를 세우는 과정이었다. 1년이 지나면서야 비로소 그 구조물이 안정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심코 다시 불을 붙였다.
그날은 6월의 첫째 주를 지나 둘째주로 넘어 기어갈 때였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후텁지근한 저녁이었다. 무언가를 참고 있던 마음이 서서히 부서지던 시점이었다. 마치 오래된 방수공사가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내 안의 어떤 견고함이 흔들리고 있었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여느 작업실에서의 작업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녀와의 관계도 겉보기엔 안정적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위기는 늘 극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평범한 화요일 오후에, 아무런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삶은 가끔 그런 식이다. 폭풍이 휘몰아칠 때보다 고요 속에서 균열이 난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지진보다는 시간이, 태풍보다는 습기가 더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면서 나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계산대 앞에서 주저하는 내 모습이 마치 2년 전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시간이 역행하는 느낌이었다. 카운터 너머의 젊은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었지만, 나에게는 무게감이 있었다.
아파트 계단 어딘가에서 첫 번째 불을 붙였다. 베란다에서는 피울 수 없으니까. 요즘 세상이 그렇다. 내 집 베란다에서조차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어딘지 조심스러운 시대.
*
연기는 생각보다 더 빨리 퍼졌다. 마음이 무너지는 속도와 비슷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텁텁한 맛, 잊고 있었던 기억처럼 서늘하게 번지는 향. 2년 동안 비워두었던 감각의 방에 다시 무언가가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향수 같으면서도 역겨운,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리워했던 건 니코틴이 아니라 그 시간이었다는 걸. 담배를 피우는 5분 동안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공백의 시간. 생각을 정리할 핑계, 잠시 멈춰 설 이유, 호흡을 고르는 순간.
현장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커피 타임이나 담배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업의 리듬을 조절하는 장치였고, 동료들과 소통하는 매개였으며,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그녀와 마주했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녀는 담배 냄새에 민감하다. 한 번 맡으면 금세 알 정도로. 향수나 방향제로 가릴 수 있는 종류의 냄새가 아니다. 옷에 밴 냄새, 머리카락에 스민 향, 그리고 무엇보다 입김에 섞여 나오는 그 텁텁함.
함께 살고, 함께 숨 쉬는 사람에게 내가 내뿜는 무언가가 불쾌한 냄새가 된다는 사실. 그건 꽤 선명한 거리였다.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감정적 거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로운 것을 전달하고 있다는 죄책감.
나는 자꾸 이게 단지 담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이건 그녀와 나 사이에 생긴 작은 틈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연기로 메우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로 하지 못한 것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쌓여가는 일상의 피로감들. 그런 것들을 담배라는 상징으로 처리하려 했던 건 아닐까.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긴다. 지진 때문이 아니라 시간 때문에.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작은 오해들이 쌓여서. 그리고 때로는 그 균열을 메우는 방법으로 우리는 엉뚱한 선택을 한다.
*
며칠이 지났다. 나는 계속 피웠다.
하루에 한 개비, 많아야 두 개비. 예전처럼 체인스모킹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분명히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마치 조심스럽게 철거 작업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내 안의 금연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미안했다. 비난보다는 침묵이, 다그침보다는 이해가 때로 더 무겁다.
어느 날 저녁,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요즘 힘든 일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힘든 일이 있다면 오히려 쉬웠을 것이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해결할 방법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답답한 종류의 무너짐.
"그냥... 요즘 좀 그래."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날 밤 내 손을 잡고 잠들었다. 그 따뜻함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
다시 끊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습관이라는 건 중독보다 더 은밀하고, 위안이라는 이름으로 더 깊게 뿌리내린다. 2년 동안 쌓아올린 건물을 다시 허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불을 붙이는 손끝에는 이해받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고, 연기를 삼키는 입술에는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스며 있다. 담배는 결국 소통의 부재를 메우는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건축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철거가 아니라 보수다. 새로 짓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더 까다롭다. 기존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일, 그것은 세심함과 인내를 요구한다.
나의 금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로 채우는 일. 연기로 가렸던 내 마음의 균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언제 다시 피우기 시작했는지. 어느 날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건 고백이라기보다 하나의 부끄러움이었으니까.
*
이제는 보내주어야 한다. 비로소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 저녁,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무작정 끊는 것이 아니라, 왜 다시 시작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부터. 내 안의 어떤 부분이 위로를 원했는지, 무엇이 불안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부터.
이건 단지 담배 한 개비를 놓는 일이 아니다. 무너진 나를 그녀의 호흡 속에 들이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고, 더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힘들겠지만, 나는 다시 그 작은 불을 끌 것이다. 누구도 모르게, 아무 말 없이, 스스로를 조금씩 정화하는 방식으로.
오늘 아침, 그녀가 커피를 끓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도 매일 우려내야 하는 것 같다고. 어제의 커피로는 오늘을 시작할 수 없듯이, 어제의 감정으로는 오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다.
담배는 위로가 아니다. 그저 잠시, 내 안의 균열을 숨기는 연기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숨기지 않고 그 균열을 견디는 법을, 더 나아가 그 균열을 메우는 건강한 방법을 다시 배우려 한다.
나는 안다.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완벽한 재료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재료를 완벽하게 다루는 손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내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가는 것.
그 작업은 오늘도 계속된다.
*****
#다시 끊어야 한다
2년을 끊었던 담배
삶의 무게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녀는
담배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다
함께 살고
함께 숨 쉬는 사람
나는 안다
다시 끊어야 한다는 걸
그러나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습관인지
위안인지
그 경계는 모호하다
그래도
이제는 보내주어야겠다
힘들겠지만
나는 오늘
작은 이별 하나를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