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풀숲의 작은 고사리

# 아파트 풀숲의 작은 고사리



작년 봄, 산에서 한 뿌리 데려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는데

하늘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급하게 걸어 다녔다.


산길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고사리였다.

바위 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살아 있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


크게 바랄 것도 없이,

그냥 잘 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화단에 심을 때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지나가며 말했다.

"고사리는 키우기 힘들어요.

환경이 안 맞으면 금세 죽어버린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한번 해볼게요."


겨울엔 죽은 듯 숨죽이고 있었다.

12월부터 2월까지

그 아이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눈밭 아래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조심스럽게 피해 다녔다.

혹시 모를 새싹을 밟을까 봐서.


겨울 내내 나는 가끔 그 자리를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 아래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마치 사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힘을 기르는 시간.


그리고 올해 봄,

그 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3월 중순쯤이었다.

출근길에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발견했다.

작은 초록빛이 흙 사이로 삐죽 나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를 맞으며 새순을 펼치기 시작했다.


며칠 뒤

그 작은 새싹은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잎이 펼쳐지고

색깔도 진해졌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듯

열심히 자라고 있었다.


흙은 여전히 단단하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이 작은 고사리는 아무렇지 않게 푸르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공을 차다가

그 근처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술에 취한 사람이

그 위에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사리는 굴복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선다.


손으로 만지지 않고,

말을 걸지도 않지만

그 애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조금은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가끔 스마트폰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바라본다.

화면 속의 수많은 정보들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고사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다.


그 대조가 묘하게 위로가 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생생해 보인다.

빗방울을 머금은 잎사귀들이 더욱 푸르게 빛난다.

마치 세상의 모든 수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듯.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은 식물이

사람보다 더 큰 위로를 줄 때가 있다.


사람은 말을 한다.

때로는 위로의 말을,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만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그 존재 자체로 충분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도 여기서 살아가고 있어. 너처럼."


봄이 깊어갈수록

그 아이는 더욱 울창해질 것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도 견뎌낼 것이고

가을의 서늘한 바람도 맞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면

또다시 조용히 땅속으로 숨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다음 봄이 오면

그 아이는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도,

이 작은 고사리처럼,

계절의 변화를 견뎌내며 살아갈 것이다.


*


지금은 떠나있는 곳,

이사했던 아파트에 두고 온 고사리.


새로운 집 창문 너머로

가끔 그 아이가 궁금해진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도 돌보지 않아

다시 흙 속으로 숨어들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걱정되지 않는다.

그 아이는 이미 충분히 강했으니까.

한 번 겨울을 견뎌낸 생명은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그 아파트를 지나칠 일이 있다면

몰래 그 자리를 들여다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여전히 그 아이는 거기서

조용히 자라고 있을 것이다.


떠나온 사람을 기다리지도 않고,

떠나간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계절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머물 때는 최선을 다해 함께하고,

떠날 때는 담담하게 보내주는 것.




*****


<아파트 풀숲의 작은 고사리>



작년 봄,

산에서 한 뿌리 데려왔다


크게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잘 살아주길 바랐다


겨울엔

죽은 듯 웅크린 채

눈밭 아래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조심스럽게 피해 다녔다



그리고 올해 봄,

그 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를 맞으며

새순을 펼치기 시작했다



흙은 여전히 단단하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이 작은 고사리는

조용히 푸르다



나는 오늘도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손으로 만지지도

말을 걸지도 않지만


그 애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내 마음을

조금 단단하게 해준다



가끔은

식물이

사람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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