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육체적 위로
# 37번
## 3편: 육체적 위로
"But I can't love you the way you want me to..."
그녀의 아파트는 신축이었다. 20평 정도의 원룸이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침대는 방 한쪽 구석에 있었고, 화이트와 베이지 톤의 침구류가 깔려 있었다. 베개에서는 은은한 세제 냄새가 났다.
새 팀장이 재킷을 벗으면서 나는 그녀의 몸매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크림색 블라우스 안으로 브래지어의 윤곽이 드러나 보였고, 허리는 생각보다 가늘었다. 스커트의 지퍼가 등 뒤쪽에 있어서 몸의 라인이 더 강조되어 보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지만, 정작 긴장하고 있는 것은 그녀 자신인 것 같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 높았다.
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른 창가의 풍경이 떠올랐다. 버스 창가에 앉아 있던 그녀. 그녀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과장님."
새 팀장이 내 뒤로 다가왔다. 그녀의 체온이 등 쪽으로 전해져 왔다. 향수 냄새가 더 진해졌고, 그 안에 그녀만의 체취가 섞여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약간 짭짤한 냄새였다.
나는 돌아섰다. 그녀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이제는 블라우스의 첫 번째 단추까지 풀어져 있어서 쇄골 라인이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그곳에 작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목덜미에 있던 점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키스했다.
새 팀장의 키스는 적극적이었다. 혀를 먼저 내밀었고, 내 입술을 살짝 깨물기도 했다. 와인 맛이 남아 있었고, 립밤의 달콤한 맛도 섞여 있었다. 키스가 깊어질수록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하지만 나는 키스를 하면서도 비교하고 있었다. 그녀와는 키스한 적이 없지만, 분명히 이런 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조용하고, 더 조심스럽고, 마치 성찬식처럼 신성한 의식이었을 것이다.
"침실로 갈까요?"
새 팀장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녀의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이 키스 때문에 약간 부풀어 있었다.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크게 보였다.
침대에서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기면서, 나는 그녀의 피부를 자세히 보았다. 어깨와 팔의 경계선이 부드러웠고, 쇄골 아래쪽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아름다웠다. 브래지어는 검은 레이스였는데, 그녀의 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뤘다.
그녀의 가슴은 풍만했다. 브래지어를 벗기자 무게감이 느껴졌고, 젖꼭지는 벌써 단단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있게 보여주었다.
"여기... 만져주세요."
그녀가 내 손을 가슴 아래쪽으로 이끌면서 말했다. 그곳은 특히 민감한 부분인 것 같았다. 살짝만 만져도 그녀의 몸이 떨렸고,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새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디를 만져주면 좋은지, 어떤 속도로 해야 하는지, 언제 더 강하게 해야 하는지. 그녀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만지면서도, 나는 계속 다른 상상을 했다. 그녀의 몸은 어떨까. 아마 더 가늘고, 더 섬세할 것이다. 피부는 더 하얗고, 젖꼭지는 더 작고 연분홍색일 것이다. 그리고 만질 때마다 놀란 듯이 몸을 떨 것이다.
새 팀장이 내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았고, 허벅지가 내 허벅지를 감쌌다. 그녀는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천천히, 리듬을 타면서.
"좋아요?"
그녀가 숨을 고르며 물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녀의 몸에서 땀 냄새가 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향수 냄새와 섞여서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좋았다. 그녀의 몸은 따뜻하고 부드러웠고, 그녀는 나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무언가 빠져 있었다. 마음이 완전히 여기 있지 않았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여자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니까.
"I'm trying to forget you, but I can't..."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버스 창가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그 평온한 표정. 그녀라면 이런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아마 눈을 감고, 아주 작은 소리로 숨을 고를 것이다.
"과장님... 어디 있어요?"
새 팀장이 내 옆에 누우면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
"여기 있는데요."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지적은 정확했다. 나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났다. 대부분 그녀의 집에서였다.
새 팀장은 섹스에 대해 솔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했고, 내가 해주길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가슴을 애무할 때는 강하게, 목을 키스할 때는 부드럽게, 귀를 만질 때는 혀끝으로 살짝.
"여기도 좋아해요."
어느 날 그녀가 내 손을 허벅지 안쪽으로 이끌면서 말했다. 그곳은 피부가 더 부드러웠고, 만지면 그녀가 몸을 비틀며 반응했다. 때로는 내 손목을 잡고 더 깊이 들어가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 팀장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섹스를 하면서도 가끔 다른 곳을 바라봤고, 절정에 이른 후에는 묘한 공허함이 그녀의 얼굴에 스쳤다.
어느 일요일 오후,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가 말했다.
"과장님은... 누군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계시죠?"
목소리에 체념이 섞여 있었다.
"아니에요."
"거짓말이에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 있었다.
"저도... 사실 다른 사람이 있어요."
나는 놀랐다.
"전 회사에 있던 사람이에요. 부장이었는데... 결혼한 사람이었어요."
그녀의 고백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3년 동안 만났어요. 비밀 연애였죠. 그 사람은 아내와 헤어질 생각이 없었고, 저는... 그걸 알면서도 기다렸어요."
그녀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결국 그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으면서 끝났어요. 마지막에 한 말이... '고마웠다'였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아니고, 미안하다는 말도 아니고. 그냥 고마웠다고."
"그래서 여기로 오신 거예요?"
"네. 새로 시작하려고요. 그런데..."
그녀가 쓸쓸하게 웃었다.
"우리 둘 다... 다른 곳에 있네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안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각자 다른 사람에게 가 있었다.
"그래도 외롭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렇게라도."
그날 밤 새 팀장은 처음으로 울었다. 소리 없이, 조용히. 나도 함께 울고 싶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Now I'm riding the bus alone, but I'm not really alone..."
어느 날부터 우리의 섹스에는 절망이 섞이기 시작했다. 서로에게서 위로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더 큰 공허함만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새 팀장은 더 격렬해졌다. 손톱으로 내 등을 할퀴기도 했고, 이를 악물고 움직이기도 했다. 마치 그 사람을 지우려는 듯이, 아니면 나를 통해 그 사람을 다시 만나려는 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몸을 더 강하게 안았고, 더 깊이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깊이 들어가도 그녀에게는 닿을 수 없었다.
한 달 후, 새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장님... 저희 관계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슨 뜻이에요?"
"이게... 사랑일까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한 내 감정도 사랑인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새 팀장과의 관계는 더욱 모호했다.
"잘 모르겠어요."
"저도요."
그녀가 쓸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상해요. 확실히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몸만의 관계도 아닌 것 같고."
"위로일까요?"
"그런 것 같아요. 서로를 위로해 주는 관계."
우리는 더 이상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 팀장의 침묵이 길어졌다.
침대에서 내 옆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가끔 무언가 말하려다가 멈추곤 했다. 입술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내가 물어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그녀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을 때, 작은 한숨이 들렸다.
"과장님... 그 사람 이름이 뭐예요?"
"누구요?"
"과장님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
나는 당황했다.
"이름을 몰라요."
"정말요?"
"네. 한 번도 대화해 본 적이 없어서."
새 팀장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그럼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요?"
"그냥... 보고 있었어요. 매일."
"어디서요?"
"버스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녀에 대해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던 여자,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책을 읽던 여자, 창에 글씨를 쓰던 여자.
새 팀장은 말없이 들었다. 때로는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비웃지는 않았다.
"그 사람... 과장님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을까요?"
"모르겠어요. 아마 몰랐을 거예요."
"그럼 일방적인 사랑이었네요."
"사랑이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요."
새 팀장이 쓸쓸하게 웃었다.
"저희 둘 다 이상해요. 저는 결혼한 남자를 좋아했고, 과장님은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좋아했고."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모두 불가능한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알아요? 그런 사랑이 때로는 더 아름다워요."
"왜요?"
"현실의 때가 묻지 않으니까. 실망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그냥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새 팀장의 말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몇 주 후,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그 사람이... 연락이 왔어요."
"전 부장님이요?"
"네. 이혼했다고...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안도감과 동시에 상실감도 느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모르겠어요."
그녀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과장님은... 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어요?"
"글쎄요."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정말로 몰랐다.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아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조용할 것이고, 나는 여전히 말을 걸지 못할 것이다.
"과장님도... 그 사람을 찾아보세요."
"어떻게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매일 같은 버스를 탔다면, 직장이나 집이 그 근처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찾는다는 것은 그녀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한 달 후, 새 팀장이 사표를 냈다.
"왜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시는 거예요?"
"네. 여기 있으면... 과장님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요."
그녀는 마지막까지 솔직했다.
"과장님도... 행복하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찾으세요."
"당신도 행복하세요."
그리고 그녀도 내 삶에서 사라졌다. 그녀처럼 조용히, 흔적 없이.
"I keep making the same mistakes..."
3편 끝*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관계의 시작과 반복되는 패턴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