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이 소설은 Cracker의 "Bus"라는 곡에서 시작되었다.
"We were riding the bus just the two of us, you were looking out the window..."
처음 이 가사를 들었을 때, 나는 묘한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버스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깊은 감정의 이야기.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어떤 친밀감. 그리고 결국 혼자 남겨지는 사람의 쓸쓸함.
이 곡의 멜랑콜리한 정서가 내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자라났다.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사람을 바라보지만 끝내 말을 걸지 못하는 남자.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여자.
건축을 공부했던 나에게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건축 공간이었다. 움직이는 방들, 창문이 만드는 액자들,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 이런 공간적 사유가 자연스럽게 소설의 문체와 구조에 스며들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말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배운다. 사랑한다면 고백해야 하고, 관계를 정의해야 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그랬듯이, 어떤 사랑은 한순간의 만남과 평생의 그리움으로 완성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결국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는다. 그것을 패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기로 한 선택.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37번 버스를 타고 있다. 매일 같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진정한 소통은 드물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끼거나,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기적 같은 만남이 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
이 소설을 쓰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이 항상 소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더 큰 사랑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완성된 이야기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Cracker의 "Bus"는 3분 남짓한 곡이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 중 하나를 글로 옮겨놓았을 뿐이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각자의 37번 버스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말하지 못한 사람, 놓쳐버린 순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리움들을.
그런 감정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25년 여름,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한 곡이 주는 영감으로
이 소설은 5편의 연재 형태로 구성되었다. 각 편은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완전한 사랑 이야기를 이룬다.
1편에서는 관찰과 일상의 리듬을,
2편에서는 상실과 새로운 만남을,
3편에서는 육체적 위로와 각자의 상처를,
4편에서는 반복되는 패턴과 재회를,
5편에서는 최종적인 깨달음과 열린 결말을 다뤘다.
건축적 사유와 공간에 대한 감각은 내 학부 시절의 경험에서 나왔다.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문학적 표현으로 이어졌다.
또한 현대인의 관계 양상 -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위로받고자 하는 욕구, 상처받은 사람들끼리의 일시적 결합,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 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변명이나 합리화가 아니라, 하나의 진정한 선택지로 읽히기를 바란다. 사랑은 많은 형태로 존재할 수 있고, 그중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우월하지 않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랑했지만 말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