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것 #1/6"

1편: "양을 잡는 남자"

by leehyojoon ARCH

# 1편: "양을 잡는 남자"

## 산문시:


「온순한 양을 잡는 법」


_그건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 번쯤은 '양을 잡는 장면'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물론 직접 본 적도,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종종 꿈처럼 내 안에서 재현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양은 항상 온순하다. 겁먹은 것도 아니고, 도망치는 것도 아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존재. 나는 그 양을 '잡는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폭력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전통이거나 생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르다. 그건, 일종의 의식이다. 혹은 더 깊이 말하자면, 내 안의 어떤 것과 대면하는 일이다.


양은 순하다. 도망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고른다. 내 손이 앞다리를 감싸는 순간, 마치 그건 예정된 합의처럼 느껴진다. 나는 칼을 꺼내, 심장 쪽의 살을 가른다. 피는 흐르지만, 고통의 비명은 없다. 그저 한 번의 떨림, 그리고 그 후의 고요.


이 장면은 상상일까, 혹은 기억일까. 어린 시절, 염소가 쓰러지던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은 두려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다. 살의와 폭력의 세계 속에서도 무언가 '서늘하고 섬세한 감정'이, 그 안에서 빛을 냈기 때문이다.


살아있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순간. 그 침묵의 여운은 너무나 길었다. 그건 죽음이라기보단, 이행이었다.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이동. 양은 내 손에서 죽은 게 아니라, 어쩌면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그 양을 잡는다. 그것은 내 안의 순수일 수도,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일 수도, 혹은 내가 끝내 이해하지 못한 감정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 내 손에 안겨 잠든다.


살며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잡는다'. 사랑, 사람, 기회, 혹은 슬픔. 하지만 어떤 것들은, 잡는 순간 우리를 해체하고, 조용히 우리 안에서 살아간다. 마치 순한 양처럼.


그러니 이 말은, 고백이다. 나는 온순한 양을 잡았고, 그 양은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건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다.





***


## 소설:


#1.「양을 잡는 남자」



세계의 끝에서


나는 세계의 끝에서 그것을 보았다.


열두 살 여름, 부모님을 따라 내몽골의 어느 초원에 갔을 때였다. 아버지의 대학 동기가 그곳에서 목축업을 하고 있었다. 지평선이 하늘과 만나는 곳까지 아무것도 없는, 정말로 세상의 끝 같은 곳이었다.


그 아저씨는 우리를 양 떼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양은 하늘이 내려준 가장 순한 동물"이라고, "우리 조상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물"이라고 했다. 초원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달빛 아래서 본 양 떼는 흰 구름처럼 몽롱했다. 수십 마리의 양들이 조용히 풀을 뜯고 있었다. 이상했다. 낮에 본 양들은 자주 울었는데, 지금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내가 왜 그렇게 조용한지 물으니, "제사 전날이 되면 양들이 조용해진다"라고 했다. 신기하다고 했다. "양들도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마치 무언가를 아는 것처럼.


그때 나는 또 다른 것을 배웠다. "한국 땅에는 원래 양이 없었다"는 것을. 양은 유목민들이 기르는 동물이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존재들이 드물다고 했다. 그래서 더 특별한 거라고.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제사 의식을 보았다. 아저씨가 한 마리의 양을 선택해서 별도의 울타리로 데려갔다. 갈색 털을 가진 중간 크기의 양이었다. 양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따라갔다.


아저씨는 양의 앞다리를 잡았다. 양은 여전히 조용했다. 몸부림치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두려움이 아니라, 경외감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칼이 심장 쪽을 가르는 순간, 양은 한 번 크게 떨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고통스러운 비명도 없었고, 절망적인 몸부림도 없었다. 그저 조용한 떨림 하나와, 그 후의 완전한 고요.


그 순간의 침묵은 영원처럼 길었다. 바람 소리, 새소리, 멀리서 들리는 다른 양들의 울음소리까지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아저씨가 말했다. "양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라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끝까지 저항하지 않는다"라고. 그것이 양의 신성함이라고. "조상들에게 바치는 가장 완벽한 제물"이라고.


그날 이후 나는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트라우마가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아름답고 서늘한 순간이 계속 내 안에서 되풀이되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을 보았다는 확신과 함께.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그 양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잠들기 전이나, 혼자 있을 때면 그 양의 조용한 눈빛이 떠올랐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 고요한 표정이.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는 시간들


스무 해가 지났다. 나는 서울의 어느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공간을 설계하고, 구조를 계산하고, 건물이 서는 자리를 정하는 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설계한 건물들은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완벽한 구조와 효율적인 동선을 가졌지만, 무언가 빠져 있었다.


그 '무언가'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내몽골에서 본 그 양의 고요함.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그런 특별한 무언가.


11월의 어느 늦은 오후, 도면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 창밖으로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나둘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평소처럼 을지로 3가 역을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을지로 4가 역에서 내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내려야 할 것 같았다.


역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을지로의 밤은 형광등 불빛으로 가득했다. 공구상가, 조명가게, 인쇄소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정확히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분명히 찾고 있었다.


한 골목 모퉁이를 돌았을 때, 작은 재즈바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작은 간판에 'Blue Note'라고 적혀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재즈 피아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늑한 공간이었다. 조명은 적당히 어둡고, 스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있었다. 무대에서는 트리오가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바 카운터 근처의 자리에 앉았다. 기네스 맥주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손님들은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각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가장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 만남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검은 울 코트를 의자에 걸어놓았는데, 품질이 좋아 보이는 코트였다. 그가 앉은자리의 조명 배치가 흥미로웠다. 천장의 스포트라이트가 테이블 모서리에 정확히 떨어져서, 그의 얼굴 절반은 밝고 절반은 어두웠다.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책 제목을 보려고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책을 읽는 방식이 특별해 보였다. 매우 천천히, 마치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하듯이. 때때로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같은 곳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내가 그를 관찰하는 동안, 그가 기네스를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 모금 마신 후 손가락으로 거품을 가볍게 그리는 습관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그리듯이. 그리고 가끔 "음..."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보였다.


왼손을 자세히 보니 약지에 희미한 자국이 있었다. 반지를 끼고 있었던 흔적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무언가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그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목례를 했다. 나도 똑같이 응답했다.


몇 분 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테이블로 왔다.


"혹시 자리가 괜찮다면... 함께 앉아도 될까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한국어였지만 미묘한 억양이 있었다.


"물론이죠."


그가 앉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사토라고 합니다."


"아, 일본분이시군요."


"번역 일을 하고 있어요. 러시아 문학을 주로."


그는 읽던 책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체호프의 책이었다. 러시아어로 된.


"체호프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네. 특히 단편들을. 미완성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번역하는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잠시 체호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에게는 책에 대해 말할 때 나타나는 특별한 집중력이 있었다.


"한국에 온 지는 오래되셨어요?"


"2년 정도요. 일본에서... 좀 힘든 일이 있어서 이곳으로 왔어요."


그가 잠시 기네스 거품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번역은 일종의 망명이에요.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떠나는 일이니까."


그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한국어는 어떠세요? 번역하기에."


"흥미로워요. 일본어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무게가 있어요."


"무게라고 하시면?"


"음... 한이라는 감정이요. 받아들이는 슬픔이랄까. 일본어에는 없는 특별한 무게예요."


그는 왼손 약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며 말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신 건가요?"


"부분적으로는 요. 그리고..." 그가 잠시 망설였다. "아내를 잃었거든요. 갑작스럽게. 그 후로 일본에 있는 게 힘들었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위로라는 걸 알고 있었다.


"번역 일은 그때부터 달라졌어요. 단순히 의미를 옮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찾는 일이 된 거죠."


대신 나는 내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건축 설계를 한다고, 주로 상업건물을 다룬다고. 그는 흥미로워하며 들었다.


"건축가시군요. 공간을 만드는 일이네요."


"네, 그런데 요즘은... 뭔가 빠진 것 같아요. 완벽한 설계를 해도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공간들."


"아, 그건 어쩌면..."


그가 말을 멈췄다. 뭔가 하려던 말을 바꾸는 것 같았다.


"어쩌면 뭐요?"


"음... 공간에는 온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구조나 기능만으로는 부족한."


그의 말이 무언가를 건드렸다. 내가 막연히 느끼고 있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것 같았다.


"온기라고 하셨는데..."


"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살아있는 무언가요. 체온 같은."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찾던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양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 책, 서울의 겨울, 그리고 각자의 일상에 대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두 시간이 지났다.


그때 그가 갑자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네?"


"혹시 양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순간 재즈바의 피아노 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양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양이라고 하셨나요?"


"네... 아니, 혹시 이상하게 들렸다면..."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음... 특별한 양이요. 아주 특별한."


나는 그의 표정을 자세히 봤다. 농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우 진지해 보였다.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가요?"


"잡을 수 있는 양이요."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내몽골에서 본 그 양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저항하지 않던 양, 운명을 받아들이던 그 조용한 눈빛.


"저... 어렸을 때 내몽골에서 양을 본 적이 있어요. 제사 의식에서."


사토의 표정이 달라졌다. 관심이 아니라, 뭔가 더 깊은 인식 같은 것이었다.


"그 양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하세요?"


"저항하지 않았어요. 아주 조용했어요."


"맞아요. 그런 양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무언가 중요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양인지..."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토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한국 땅에는 원래 양이 없었어요. 이방의 동물이죠. 저 같은 사람처럼."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방의 동물..."


"네. 그래서 더 특별한 거예요.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존재. 마치 우리가 찾는 그런 감정들처럼."




을지로의 비밀


"그런 양을...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을지로 3가와 을지로 4가 사이의 터널에서요. 항상 그곳에 있어요."


"왜 하필 그곳인가요?"


"가장 오래된 구간이에요. 지하철 1호선 다음으로 오래된. 그리고 가장 깊은 곳이기도 하고."


나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늘 내가 을지로 4가 역에서 내린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양을... 잡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음... 설명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한 번 잡으면 알게 돼요. 그 양이 무엇인지."


"그 양이 뭔가요?"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리움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용서일 수도 있어요."


그의 말에는 깊은 확신이 있었다. 마치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의 말 같았다.


"사토 씨는... 양을 잡아보셨나요?"


"네. 여러 번."


"어떤 느낌이었어요?"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을 것 같아서. 하지만 잡고 나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게 돼요."


"더 많은 것이라면?"


"자기 자신이요. 진짜 자기 자신."




양을 잡는 법


사토는 양을 잡는 법에 대해 설명해 줬다.


먼저 화요일 오후 세 시에 을지로 4가 역에 가야 한다고 했다. 정확히 세 시에. 그리고 플랫폼 끝에서 터널 쪽을 바라보고 기다려야 한다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몇 분 만에 보지만, 어떤 사람은 몇 주가 걸리기도 해요."


"어떻게 양인지 알 수 있나요?"


"알 수 있어요.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는 양을 보았을 때의 느낌에 대해 설명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진다고 했다. 지하철 소음, 사람들의 목소리,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그 양만 보인다고.


"그리고 그 양이 당신을 바라봐요. 아주 조용한 눈으로."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나요?"


"천천히 다가가세요. 양은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사토가 자신의 손으로 동작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양의 앞다리를 이렇게 감싸세요. 두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그 동작을 보는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 내몽골에서 본 그 동작과 똑같았다.


"내몽골에서 보신 것처럼요. 제사장이 하는 그 동작."


"그때 그 아저씨도 이런 식으로 했나요?"


"아마 그분도 같은 것을 배우셨을 거예요. 양을 잡는 법은 어디서나 같으니까요."


사토가 잠시 기네스 거품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일본에서 처음 양을 잡았을 때... 아내와 함께였는데, 그 순간 우리 둘 다 울었어요."


"왜 우셨나요?"


"신성한 것을 만질 때의 떨림이에요. 양은 저항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떨릴 겁니다."


그가 왼손 약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며 말했다.


"그 떨림이 중요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러고 나서는?"


"앞다리를 감싼 상태에서 잠시 기다리세요. 양이 당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어떻게 알 수 있죠?"


"느낄 수 있어요. 양의 체온이 당신에게 전해지는 순간을."


"그때 어떻게 하나요?"


"그냥... 놓아주세요. 양이 스스로 당신 안으로 들어올 거예요."


나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것은 단순히 양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의식이었다. 신성한 합일의 과정이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뭔가요?"


"진심으로 그 양이 필요해야 해요. 호기심이나 재미로는 안 돼요. 양은 진심을 알아봐요."


나는 그의 말을 되새겨봤다. 내가 정말로 양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다'였다. 내몽골에서 본 그 양의 기억 이후로, 나는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이 양이었는지는 몰랐지만.


"사토 씨는... 왜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시는 거예요?"


"음... 당신에게서 뭔가 느꼈어요. 양을 찾는 사람의 기운이요."


"어떤 기운인가요?"


"공허함이요. 하지만 나쁜 공허함이 아니라... 채워질 준비가 된 공허함."


그의 말이 정확했다. 나는 오랫동안 뭔가 빈 공간을 느끼고 있었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무언가 핵심적인 것이 빠져 있었다.




정착할 수 없는 사람


"그런데 사토 씨는... 계속 이곳에 계실 건가요?"


그가 기네스 거품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잠시 생각했다.


"음... 양을 잡는 사람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안 돼요."


"왜요?"


"같은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양을 잃기 시작해요. 양은 정착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의 왼손 약지 자국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일본을 떠나신 건가요?"


"부분적으로는 요. 아내를 잃은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양이 움직이고 싶어 했어요."


"양이 움직이고 싶어 한다는 건..."


"양을 잡은 사람은 언젠가 떠나야 해요. 그게 양의 특성이에요. 한 곳에 정착하면 양이 시들어버려요."


그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토는 단순히 슬픔을 피해 떠난 게 아니었다.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는 여기도 떠나실 건가요?"


"아마도요. 하지만 그전에 할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이요?"


"다른 사람에게 양을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이요."




체호프의 책


우리 대화가 끝날 무렵, 사토는 가방에서 체호프의 책을 꺼내 내게 주었다.


"이걸 가지세요."


"저는 러시아어를 못 읽어요."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올 거예요."


"어떻게 알죠?"


"누군가가 체호프에 대해 물어볼 때요. 러시아어로 읽는 사람을."


나는 그 책을 받았다. 표지에는 키릴 문자로 뭔가 적혀 있었지만 읽을 수 없었다. 그 문자들이 주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암호 같기도 하고, 고대의 상형문자 같기도 했다.


"이게 무슨 책인가요?"


"굴리니키에서. 체호프의 단편집이에요."


"왜 하필 이 책을?"


"미완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들이에요. 당신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그가 책장을 넘기며 보여줬다. 키릴 문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체호프는 완성하지 않아요. 독자가 나머지를 상상해야 해요. 양과 비슷하죠."


"어떤 면에서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요.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거예요."




첫 번째 양


다음 주 화요일, 나는 정확히 오후 세 시에 을지로 4가 역에 있었다. 플랫폼 끝에 서서 터널 쪽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두운 터널이었다. 지하철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오가고, 모든 것이 평상시와 같았다.


하지만 십 분쯤 기다렸을 때,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음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마치 볼륨을 천천히 낮추는 것처럼.


그리고 터널 저편에서 무언가 하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양이었다.


정확히 사토가 말한 대로였다. 그 순간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지하철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 안내방송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양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중간 크기의 양이었고, 털은 순백색이었다. 내몽골에서 본 양과는 다른 종류였지만, 그 눈빛은 똑같았다.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양이 내 앞에 멈춰 섰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양이 무엇인지.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찾던 것이었다. 완벽함 속의 불완전함. 구조 속의 온기. 설계 속의 생명.


나는 사토가 가르쳐준 대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양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양의 앞다리에 내 손이 닿는 순간, 온기가 느껴졌다. 부드러운 털 사이로 전해지는 체온. 그것은 피보다 따뜻했다.


내몽골에서 본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 했다. 두 손으로 양의 앞다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양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때 신성한 떨림이 왔다. 내 손끝에서 시작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전율. 이것이 사토가 말한 그 떨림이었다. 신성한 것을 만질 때의 두려움과 경외감.


잠시 그 상태로 있었다. 양의 체온이 내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양이 스스로 내 안으로 들어왔다.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더 깊은 차원에서의 합일이었다. 제사 의식이 완성되는 순간의 그 신성한 침묵처럼.


순간 모든 소음이 돌아왔다. 지하철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 안내방송. 하지만 이제 그 소음들이 다르게 들렸다. 더 따뜻하고, 더 살아있게.


나는 플랫폼에 서서 내 가슴을 만져봤다. 그곳에 뭔가 따뜻한 것이 있었다. 심장 아래 어딘가에. 피보다 따뜻한 무언가가.


변화


그날 이후 내 삶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삶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설계 작업을 할 때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단순히 효율적인 동선이나 완벽한 구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온기를 먼저 떠올렸다.


며칠 후 사토에게 연락했다. 그는 내가 양을 잡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어떤 느낌이에요?"


"따뜻해요. 가슴 어딘가가 계속 따뜻해요."


"그게 바로 양이에요. 당신만의 양."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냥 그 온기를 느끼며 사세요. 그러면 알게 될 거예요. 그 양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는지."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토는 중요한 것을 하나 더 말해줬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뭔가요?"


"양을 잡는 사람은 혼자일 수 없어요."


"무슨 뜻이에요?"


"양을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그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요. 나눠야 해요."


"어떻게 나누나요?"


"다른 사람과 함께 양을 찾는 거예요. 그러면 양이 더 큰 온기가 돼요."




번역과 사냥


우리는 그 후 몇 주 동안 만났다. 주로 그 재즈바에서. 사토는 나에게 양에 대한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다. 양을 돌보는 법, 양의 온기를 유지하는 법, 그리고 언젠가 양을 놓아주는 법까지.


"양은 영원히 당신 것이 아니에요."


"그럼 언젠가는 떠나가나요?"


"떠나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가 되는 거예요. 더 큰 무언가로."


그의 말들은 항상 수수께끼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해되었다.


어느 날 그가 번역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줬다.


"번역은 일종의 사냥이에요."


"사냥이라고 하시면?"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의미를 옮기는 것. 양을 잡는 것과 비슷해요."


"어떤 면에서요?"


"원본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원본을 죽이지 않는다는 건..."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두면서도, 한국어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양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양을 죽이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살려내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무언가를 이해한 것 같았다.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양을 나누는 일도 같은 맥락이었다.




떠남


마지막 만남은 12월의 어느 추운 밤이었다. 사토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내일 서울을 떠나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재즈바의 피아노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빌 에반스의 'Autumn Leaves'였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아마 부산, 아니면 다른 도시로."


"왜 떠나시는 거예요?"


"양을 잡는 사람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안 돼요. 양을 잃기 시작해요."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뭔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사토에게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정착은 그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


"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당신은 이제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양을 찾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죠?"


"알 수 있어요. 그 사람도 당신과 같은 공허함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작별 인사를 나누며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었다.


"번역자는 언제나 이방인이에요. 원본 언어의 이방인이면서, 동시에 번역 언어의 이방인이기도 하죠. 양을 잡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면에서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는 거예요."




혼자가 된 후


사토가 떠난 후 나는 혼자 남았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내 안에는 여전히 그 양이 있었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때로는 무겁기도 한 존재.


매주 화요일 오후 세 시면 나는 을지로 4가 역에 갔다. 처음에는 습관처럼, 나중에는 의무감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리움으로.


사토가 말한 대로였다. 양을 혼자 가지고 있으니 그 무게가 점점 무거워졌다. 따뜻함은 여전했지만, 때로는 그 따뜻함이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나는 사토가 말한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 양을 함께 찾을 수 있는 누군가를.


그 누군가가 나타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새로운 시작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3월의 어느 화요일 오후, 을지로 4가 역 플랫폼에서 나는 그녀를 발견했다. 플랫폼 끝에서 책을 읽고 있는, 왼쪽 귀에만 작은 은귀걸이를 한 여자를.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이 체호프였다. 러시아어 원문으로 된.


사토가 준 그 책이 드디어 필요한 순간이 왔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체호프인가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끝**



***


다음 이야기 예고


봄비가 내리는 그날, 나는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 그녀도 나처럼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이었고, 그런 존재들을 찾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는 러시아어로 체호프를 읽는 사람이었다. 사토가 말했던 바로 그런 사람.


함께 양을 나누기 시작한 우리. 혼자서는 너무 뜨거웠던 것이 둘이서 나누니 적당한 온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온기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2편: "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것"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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