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것"
# 2편: "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것"
## 산문시:
_사랑은 한 번도 피보다 차가운 적이 없었다.
심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나는 늘 '무언가를 감추는 행위'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가장 깊숙하고, 가장 멀리 감춰야만 했던 감정들. 그건 피처럼 흐르지만, 피보다 더 뜨거운 무언가였다.
그 아래에는 늘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지 못한 고백, 이해받지 못한 슬픔,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랑들. 그것들은 결코 죽지 않았다. 대신 몸속 어딘가에, 조용히 웅크린 채 살아남았다.
사람은 종종 피가 뜨겁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진짜 뜨거운 것은, 피가 아니라 그 피를 흐르게 만든 감정이다.
어떤 순간, 나는 내 심장 아래를 손으로 더듬은 적이 있다. 마치 무엇인가를 꺼내기라도 하듯. 그곳에서 느껴진 건 맥박이 아니라, 지나간 얼굴, 지나간 말, 지나간 체온이었다.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사랑은 시간을 지나면 식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믿지 않았다.
식는 건 기억이지, 감정이 아니었다.
사랑은 여전히 뜨거웠고,
가끔은 그 열 때문에,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어떤 날은, 그 뜨거움이 날 괴롭혔고, 어떤 날은, 그 뜨거움이 날 살렸다.
그러니 나는 다시 묻는다. 피보다 따뜻한 건 무엇인가. 그건 어쩌면, 우리가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일지도. 우리가 끝내 용서하지 못한 얼굴일지도. 혹은, 우리가 끝내 손 놓지 못한 기억일지도.
심장 아래에는 여전히 그것들이 있다. 내가 버리지 못한 감정, 놓지 못한 사람, 끝내 이해되지 못한 나 자신.
그건 피보다 뜨겁고, 그렇기에 피보다 오래 남는다.
***
## 소설:
"체호프인가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봄비가 내리던 그 3월의 화요일 오후, 을지로 4가 역 플랫폼에서 나는 운명을 만났다. 사토가 준 체호프 책이 마침내 제 역할을 찾은 순간이었다. "러시아어로 읽는 사람을 만나면 필요할 거라고" 했던 그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무언가 익숙한 것을 보았다. 양을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 깊고 조용하면서도, 어딘가 그리운 빛.
"네. 러시아어 원문으로 읽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오랫동안 혼자 있었던 사람의 외로움이 배어 있었다. 동시에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온 사람의 간절함도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사토가 준 체호프 책을 꺼냈다.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똑같은 판본이었다.
"어머, 같은 책이네요!"
그녀는 자신의 책과 내 책을 번갈아 보았다.
"누군가에게 받으신 건가요?"
"네. 러시아어로 읽는 사람을 만나면 필요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녀의 눈빛이 이해하는 듯 변했다.
"그분도... 그런 존재를 아시는 분이었나요?"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녀가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 근처의 작은 카페에 앉았다. 창가 자리였는데, 오후 햇살이 그녀가 앉은자리에 정확히 떨어지고 있었다. 창문의 구조상 그 각도에서만 가능한 자연광의 배치였다.
사토가 떠난 지 두 달 동안, 나는 혼자서 양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양을 잡는 사람은 혼자일 수 없다"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 가슴 어딘가에 있는 그 온순한 존재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때로는 그 따뜻함이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마치 심장 아래에서 무언가가 계속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문학 편집자라고 했다. 러시아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대학 시절 러시아 유학을 갔을 때 그런 존재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잃었다고 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교통사고였다고. 갑작스럽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위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후로 그런 존재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하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그런 존재들은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것 같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사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재즈바에서의 만남, 함께 한 순환, 그리고 그의 갑작스러운 떠남.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존재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것 같다고.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 있다고. 아마도 정착하면 그런 존재들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싶다고.
"함께 찾아보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밝아졌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떨림을 느꼈다. 가슴 어딘가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었다.
카페를 나서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설렘을 느꼈다. 걸음걸이가 가벼워졌고, 세상이 조금 더 밝아 보였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집중해서 책을 읽던 그 표정,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던 모습, 미소를 지을 때 살짝 기울어지던 고개.
심장 아래에서 무언가가 따뜻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열기가 견딜 만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다음 주부터 우리는 화요일 외에도 만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출판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주말에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녀의 일상을 조금씩 알아갔다. 아침에는 항상 녹차를 마신다는 것, 러시아어 원서를 읽을 때만 안경을 쓴다는 것,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는 것.
체호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달라졌다. 열정적이면서도 부드러웠다. 체호프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지 물으니, 미완성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그의 소설들은 결말이 명확하지 않다고. 독자가 상상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그런 존재들과 비슷해요."
나는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에요."
다음 주 화요일, 우리는 함께 지하철 2호선을 탔다.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왔다. 봄이 깊어지면서 가벼운 셔츠와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게 어떤 느낌이에요?"
내가 물었다.
"혼자 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누군가와 함께하니까 양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그녀의 무릎이 가끔 내 무릎에 살짝 닿았다. 그럴 때마다 작은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을지로 3가와 을지로 4가 사이의 터널에서 그녀는 항상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러시아어였다. 아마도 기도이거나 주문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터널에서 공간의 변화를 감지했다. 미묘한 공기압의 차이, 조명의 색온도 변화, 소리의 반향 패턴. 그 모든 것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그 변화가 더 선명했다.
두 번째 주에 우리는 양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토와 내가 만났던 양과는 달랐다. 조금 더 활발하고, 조금 더 호기심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온순했다.
"함께 잡아보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속도에 맞춰서요."
우리는 양을 함께 잡았다. 사토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그녀도 누군가에게 배운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완전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양에게 다가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양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내 팔에 스쳤다. 작은 접촉이었지만,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이 내 귓가에 닿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우리는 동시에 양의 앞다리에 손을 올렸다. 마치 두 명의 제사장이 함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그 순간 우리의 손이 겹쳤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 특별한 온기가 있었다.
양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신성한 떨림이 왔다. 내 손에서 시작된 전율이 그녀에게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같은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양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심장 아래에서 타오르던 뜨거운 무언가가 조금 식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열이 그녀에게로 전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운 손끝에서 오는 서늘함이 내게로 흘러왔다.
"이상해요."
그녀가 말했다.
"양을 잡았는데, 오히려 제가 잡힌 것 같아요."
나도 같은 느낌이었다. 양을 함께 잡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잡힌 것 같았다.
우리는 손을 놓지 않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 손가락의 가느다란 뼈, 손목에서 뛰는 맥박.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때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보았다. 은귀걸이 아래로 드러난 하얀 목선. 그곳에 입술을 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너무 성급하면 안 되었다.
그날 밤, 우리는 사토와 내가 처음 만났던 그 재즈바에 갔다. 빌 에반스의 피아노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와인을 주문했다. 나는 위스키를 마셨다. 그녀가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잔을 입술에 댈 때의 조심스러운 동작, 와인을 음미하는 표정.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러시아 유학 시절, 거기서 만난 사람, 갑작스러운 이별. 나의 사토와의 만남, 양을 처음 잡았던 순간, 혼자 남겨진 후의 외로움.
대화가 깊어질수록, 나는 그녀에게 더 끌렸다. 그녀의 목소리, 웃음소리, 때때로 러시아어를 섞어 말하는 습관.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작은 동작들이 나를 흔들었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짓, 생각할 때 아래입술을 살짝 깨무는 습관, 웃을 때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모습.
나는 점점 더 그녀를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욕망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직은.
재즈바를 나올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봄비였지만 제법 굵었다. 우리는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우산이 없네요."
그녀가 말했다. 조금만 뛰면 지하철역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비를 맞으며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젖어서 이마에 붙었다. 가디건도 젖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젖은 옷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나는 그 곡선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녀의 어깨선, 가슴의 윤곽, 허리의 잘록한 곡선.
"러시아에서도 이렇게 비를 맞으며 걸었어요. 그 사람과. 마지막 날에."
그녀가 말했다.
"그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어요. 슬펐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해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비에 젖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너무 원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우리는 멈춰 섰다. 비를 피하려고 가까이 섰는데,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젖은 옷 사이로 전해지는 따뜻함. 그녀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오늘 정말 좋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저도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의 젖은 얼굴,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 조금 부은 입술.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강렬하게.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고, 양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잠들 수 없었다. 그녀의 젖은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그녀에 대한 욕망이 몸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며칠간의 절제 끝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러시아 차를 끓여줄 테니 오지 않겠냐고.
나는 망설였다. 가면 더 이상 자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갔다. 그녀를 보고 싶었다.
어느 토요일, 그녀는 나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했다. 성수동의 작은 원룸이었다.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해 설계된 구조였다. 높은 천장을 활용해 책장을 벽면 전체에 설치했고, 채광을 위해 창가에 작업 공간을 배치했다.
러시아어 원서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벽에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책 냄새와 그녀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섞인 독특한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향기가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녀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좁은 공간에 둘만 있다는 사실이.
그녀는 내게 러시아 차를 끓여주었다. 자바르키라는 차였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었다.
"러시아에서 배운 건가요?"
내가 물었다.
"그 사람이 가르쳐줬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벨이라는 사람이었어요. 모스크바 대학에서 만났어요."
그녀가 차를 우리며 말했다.
"저보다 세 살 많았고, 철학과 학생이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녀가 파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질투였다. 죽은 사람에 대한 질투. 그녀의 첫사랑에 대한 질투.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아픔을 내가 치유해주고 싶었다.
"체호프를 무척 사랑했어요. 장시간 산책하는 걸 좋아했고, 가끔 시를 써주기도 했어요."
"사고는 겨울에 났어요.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어요. 그가 저를 만나러 오다가 트럭과 충돌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날 약속이 있었어요. 함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기로 했었거든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내게로 전해졌다.
"그 후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책도 읽을 수 없었고, 러시아어도 듣기 싫었어요."
나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싶었다. 그녀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가 그런 존재들에 대해 말씀해 주신 후부터 조금씩 나아졌어요. 파벨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날 밤, 그녀의 아파트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러시아에서의 추억,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외로움, 그런 존재들을 찾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
"저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 외로웠어요."
그녀가 말했다.
"저도요. 사토가 떠난 후로는 더욱."
"이제는 괜찮아요."
"저도요. 당신이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았다. 그리움과 애정이 섞인 복잡한 감정. 그리고 그 속에서 나와 같은 욕망을 보았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도 몸을 기울였다. 우리의 입술이 닿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러시아 차의 달콤한 맛이 남아 있었다. 키스는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이 전해졌다.
우리가 떨어졌을 때, 그녀의 뺨이 붉어져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저도요."
"하지만 무서웠어요. 또 잃을까 봐."
"이번에는 다를 거예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차갑지 않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그녀를 원했지만,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더욱 강렬한 욕망에 시달렸다. 그녀의 입술 맛이 아직도 내 입술에 남아 있었다. 그녀를 더 깊이 원했다.
하지만 기다려야 했다. 양을 잡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천천히.
일주일 후, 그녀가 다시 연락했다. 이번에는 내 아파트로 오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설레면서도 긴장했다. 내 공간에 그녀가 온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지 몰랐다.
그녀가 왔을 때, 나는 그녀가 조금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더 결심한 것 같았다. 뭔가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여기는 너무 깔끔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아파트의 구조를 건축가의 눈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나쁘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하지만 좀 더 생활감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내 아파트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책장에 러시아 문학책들을 꽂고, 부엌에 러시아 차를 준비하고, 침실에 향초를 놓았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가 내 공간을 바꾸고 있었다.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저녁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 간단한 파스타였지만, 함께 하니 특별했다.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견디기 어려웠다. 그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나를 흔들었다. 냄비를 젓는 손짓, 맛을 보는 표정, 앞치마를 두른 모습.
"맛있어요."
그녀가 파스타를 한 입 먹고 말했다.
"다행이네요."
"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녀를 돌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모든 것이 되고 싶어졌다.
저녁 후, 우리는 소파에서 영화를 보았다. 러시아 영화였다.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느리고 철학적인 영화였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떨어져 앉았지만, 점점 가까워졌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샴푸 냄새가 났다. 은은하고 편안한 냄새였다. 하지만 나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영화 중간에,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하지만 내게는 전기 충격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가느다란 손가락, 작은 손톱, 부드러운 손바닥. 그 손을 키스하고 싶었다.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입에 물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영화를 보는 척했다. 하지만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의 체온, 숨소리, 때때로 움직이는 몸짓. 모든 것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영화가 끝날 무렵,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깨우기가 아까워서 그대로 두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 때때로 나오는 작은 잠꼬대, 내 팔에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
모든 것이 소중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 그녀를 더 가까이 안고 싶었다. 그녀의 몸을 느끼고 싶었다.
새벽에 그녀가 깼을 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잠들었네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예뻤어요."
그녀가 웃었다. 부끄러워하는 웃음이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침실로 갈까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침실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진정한 친밀감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것은 급하거나 격렬하지 않았다. 양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침실 문을 닫는 순간,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마치 을지로 터널에서 양을 기다릴 때처럼.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마치 양에게 다가가듯이. 그녀도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받아들이는 듯한 눈빛이었다. 내몽골에서 본 그 양의 눈빛처럼.
내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을 때, 그녀는 작은 떨림을 보였다. 신성한 떨림. 양을 잡을 때 느꼈던 그 떨림과 같았다.
"괜찮아요?"
"네... 좋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하나씩, 천천히.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그녀의 피부가 드러났다. 달빛처럼 하얗고 부드러웠다. 내 손이 그녀의 쇄골을 따라 내려갈 때,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양이 앞다리를 맡겼을 때처럼, 완전한 신뢰로.
"당신도..."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손이 내 셔츠에 닿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손길이 내 가슴에 닿을 때마다, 전기가 흘렀다.
우리는 서로의 경계를 천천히 허물어갔다. 마치 두 개의 영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그녀의 체온이 내게로, 내 체온이 그녀에게로 전해졌다.
내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을 때, 그녀는 작은 신음을 냈다. 그 소리가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아파요?"
"아니요... 계속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숨결처럼 가늘었다.
나는 그녀의 몸을 천천히 탐험했다. 어깨의 곡선, 가슴의 부드러움, 허리의 잘록함. 모든 곳이 완벽했다. 그리고 모든 곳에서 그녀의 반응을 느꼈다.
그녀도 나를 탐험했다. 주저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손길로. 그녀의 손가락이 내 등을 따라 내려갈 때, 나는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정말...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네. 당신이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마치 양을 잡는 순간처럼, 두 존재가 하나로 합일하는 신성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몸이 나를 받아들였을 때, 우리 둘 다 작은 비명을 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녀가 적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점차 리듬을 찾아갔다. 우리의 숨소리가 하나가 되고, 심장박동이 같은 박자로 뛰었다.
그녀의 손톱이 내 등에 반달 모양의 자국을 남겼다. 그 작은 아픔이 오히려 더 큰 쾌감을 주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도 내 이름을 불렀다.
절정의 순간, 우리는 서로를 꽉 안았다. 마치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을 안는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양을 잡았을 때와 같은 감각을 느꼈다. 무언가 신성한 것과 하나가 되는 느낌.
이후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왜 울어요?"
"행복해서요... 그리고 무서워서요."
"무서워요?"
"이렇게 완벽한 게... 사라질까 봐."
나는 그녀를 더 꽉 안았다.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안은 채로 잠들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 그녀의 체온, 그녀의 고른 숨소리.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그녀보다 먼저 깼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은 더욱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녀를 바라봤다. 시트에 덮인 그녀의 몸,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어젯밤의 모든 것이 꿈같았다.
주방에서 커피를 끓이면서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심장 아래에서 느끼던 그 뜨거운 감정이 변화하고 있었다. 더 이상 혼자 견디기 어려운 열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온기였다.
그녀가 깨어 일어났을 때, 내 셔츠만 입고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내가 끓인 커피를 마시며 웃었다.
"맛있어요. 러시아 차만큼."
"그건 최고의 칭찬이네요."
"어젯밤... 좋았어요."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저도요. 정말로."
"이제 우리는 어떤 사이가 된 걸까요?"
"글쎄요. 양을 함께 나누는 사이?"
"그것보다 더 특별한 것 같은데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사랑하는 사이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사랑. 그 단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정말요?"
"네. 정말로."
우리는 서로를 안았다. 커피 향기와 아침 햇살 속에서, 우리의 사랑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양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들을.
그녀는 내게 러시아 요리를 가르쳐주었다. 보르시와 펠메니를 만드는 법.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함께 하니 즐거웠다.
나는 그녀에게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공간의 비례, 빛의 활용, 재료의 특성. 그녀는 진심으로 관심을 보였다.
"당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살고 싶어요."
"어떤 건물이요?"
"따뜻한 건물이요. 당신처럼."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양이 지하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출판사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어느 화요일, 지하철에서 그녀가 말했다.
"어떤 일이요?"
"편집장이 갑자기 울더라고요. 별것도 아닌 일로. 그런데 그 순간 양이 보였어요."
"출판사에서요?"
"네. 편집장 옆에 작은 양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더라고요. 정말 슬픈 표정으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동료를 봤는데, 그 옆에 회색 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양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토요일 밤, 재즈바에서 우리는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중년 남자를 발견했다. 그의 옆에는 회색 양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내가 지난주에 떠났다고 했다. 25년을 함께 살았는데.
그녀는 조용히 들어주었다.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 곁의 회색 양은 점점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 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표정이 처음보다 밝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곁의 양도 조금 더 따뜻한 색을 띠고 있었다.
"신기해요."
그녀가 말했다.
"뭐가요?"
"양이 변했어요. 우리가 들어주니까."
우리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양을 잡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석 달이 지났다. 우리는 양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이제는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심장 아래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아요?"
"무엇이요?"
"피보다 따뜻한 무언가. 당신도 느끼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일 때는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던 그것이, 이제는 적당한 온도가 되어 있었다.
"그게 뭘까요?"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이요?"
"네. 양을 통해 만난 사랑. 상처를 통해 연결된 사랑. 혼자서는 견딜 수 없어서 나누게 된 사랑."
그 말이 맞았다. 우리가 심장 아래에서 느끼고 있던 그 뜨거운 무언가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랑과는 달랐다. 그것은 상실과 그리움을 거쳐 온 사랑이었다. 혼자서는 견딜 수 없어서 나누게 된 사랑이었다.
"양이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거네요."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양을 돌보고 있고요."
"함께요."
"네. 함께요."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한강의 석양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우리는 완전해 보였다.
반년이 지났다. 우리의 일상은 아름다운 루틴이 되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세 시의 순환, 토요일 밤 재즈바에서의 만남, 그리고 일요일 오후 한강 산책.
모든 것이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때로는 불안할 정도였다.
"이런 날들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을까요?"
그녀가 어느 토요일 밤 말했다. 여름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재즈바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너무 행복해서요. 이렇게 완벽한 게 계속될 수 있을까 해서."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같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완벽한 것들은 언제나 깨지기 쉽다는 것을.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요즘 양이 좀 이상해요."
"어떻게요?"
"전보다 조용해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고."
나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잡는 양들이 점점 더 온순해지고 있었다. 너무 온순해서 때로는 생기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혹시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토가 말했잖아요. 같은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양이 변한다고."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너무 안정되어 있었을까? 너무 만족하고 있었을까?
8월이 되면서,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했다. 하지만 점점 더 뚜렷해졌다.
양들이 예전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더 조용해졌고, 더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다가가도 예전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을지로 4가 역 플랫폼에서 양을 기다리는 꿈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양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 꿈에서 그녀는 항상 울고 있었다.
"요즘 이상한 꿈을 꿔요."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어떤 꿈이요?"
"양이 점점 멀어지는 꿈이요."
나는 놀랐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비슷한 꿈을 꿔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 순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년 동안 우리의 삶은 완벽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세 시의 순환, 토요일 밤 재즈바에서의 만남, 그리고 우리 사이를 흘러 다니는 따뜻한 온기. 마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리듬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완벽함에는 항상 균열의 씨앗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균열은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때 나타난다는 것을.
사랑은 한 번도 피보다 차가운 적이 없었다. 다만 혼자서는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그 열을 나누어 가진다. 그리고 그 나눔 속에서 진정한 온기를 발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양이 그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곧.
심장 아래, 피보다 따뜻한 그 무언가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완벽한 시간들은 지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종류의 시간들이 온다. 우리는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양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완벽함의 절정에서. 하지만 그것은 진짜 끝이 아니다. 단지 다음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양을 잃는 이야기의 시작.
8월 말, 꿈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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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이 되면서, 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을지로 4가 역 플랫폼에서 양을 기다리는 꿈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양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 꿈에서 그녀는 항상 울고 있었다.
완벽했던 우리의 시간들이 서서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양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마치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깨달았다. 완벽함에 안주하려 했던 것이 우리의 실수였다는 것을. 양은 정말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고, 우리가 그것을 잊었을 때, 양은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변화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잃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함께 배워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3편: "양을 잃은 날"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