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겨울에 기울어진다

by leehyojoon ARCH

몸은 겨울에 기울어진다


구부정하니 어깨가 먼저 나간다.



아침마다 몸을 잡아 일으킨다.

움직여, 라고 한다.



공기가 목을 먼저 친다.


목이. 긴장하면 어깨가 따라 올라간다.

등이. 둥글어진다.

이불. 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몸은 이미 접혀 있다.



. 앞에 선다.

. 뻗어 손잡이를 잡는다.


밖을. 나서는 순간 다시 문을 열고 싶어진다.

문은. 턱 버티고선 가라 한다.


나간다.

구부정하게.



소한이. 지났다.

대한도. 지났다.



국군의 날에 입고 어린이날에 벗는 게 내복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입지 않는다.

몸으로. 버틴다.

구부정. 하게.



찬 공기는 사람을 안으로 접는다.


목부터. 접히고,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고,

가슴이. 안으로 꺼진다.

심장을. 등 뒤로 숨기듯. 몸이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살을 10킬로 넘게 뺐다.


가벼워. 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빠진 건 뱃살이 아니다.

볼살이. 먼저 꺼졌다.


몸은. 내가 지목한 곳을 모른다.

속이. 조여드니 등이 더 둥글어진다.


어깨는 더 앞으로 나간다.



대중교통을 탄다.


열이. 많은 사람이 창을 연다.

한기. 밀려든다.

숨이. 막힌다.


어깨를 한 번 더 접는다.

쥐며느리처럼.



작업실 문을 연다.

따스하지 않다.

외투를 벗지 않는다.

어깨는 아직 귀 쪽에 붙어 있다.

한참이 지나야 내려온다.

몸이 믿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겨울엔 매 순간 그렇다.

걸음 마다.

마다.



곧추서면 다리가 앞서간다.

구부정하니 어깨가 먼저 나가고, 다리는 마지못해 뒤따른다.



겨울에는 늘 그렇다.



글도 그렇다.



단단히 서 있으면 문장이 따라온다.

기울어져 있으면 문장이 먼저 튀어나간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끌고 간다.

말 안 듣는 나귀를 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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