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귀 뒤의 상처
그녀가 사라졌다.
오전 9시 15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무실 책상 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22.3도로 조절된 회의실에서 과장은 몽블랑 만년필로 체크리스트를 확인했지만, 그녀의 이름은 출석부에서 이미 지워져 있었다.
과장이 말했다. "며칠 쉰다고 하더군요. 상태가 좀 안 좋다고."
나는 그 말에 묻지 않았다. 세이코 쿼츠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정확했지만, 그녀의 부재는 시간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볼펜을 두 번 연달아 클릭하는 과장의 습관적 소리만이 조용한 회의실을 채웠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구조가 어딘가 허전했다. 마치 도면의 한 부분이 비워진 채 도시가 설계되지 않은 것처럼. 그건 실수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허전한 빈칸이었다.
건축에서 빈 공간은 때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루이스 칸이 말했듯 "침묵이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부재도 그런 종류의 의미 있는 빈 공간이었다. 필요한 빈 공간, 의도된 여백.
*
며칠 후, 과장은 나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후 4시 33분.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복도 끝 비상계단 근처에서 그가 말했다. 은색 십자가 목걸이를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왼쪽 어깨가 평소보다 더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 사람, 알고 계셨어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던킨도너츠 아메리카노를 든 손을 멈췄다. 온도는 이미 27도로 식어 있었다.
"귀 뒤 상처요. 병원에선 피로 누적에 의한 실신이라고 했는데, 사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다고 합니다."
과장은 말을 아꼈지만, 그 말의 끝에 약간의 연민이 실려 있었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낮았다. 복도의 필립스 LED 조명이 점멸하며 절전 모드로 전환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던진 겁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죽고 싶지는 않았대요. 그냥... 무너지고 싶었대요."
나는 숨을 들이켰다. 습도 52퍼센트의 건조한 공기가 목을 스쳤다. 그녀의 균열은 더 깊고 오래된 것이었다.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녀의 손끝, 그 침묵의 밀도에 이제 와서야 이해가 닿기 시작했다.
무너지고 싶다는 욕망. 자살과 자해 사이의 미묘한 차이.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구조적 해체를 원하는 것. 건축물로 치면 철거가 아니라 대대적 리모델링에 가까운 충동이었을 것이다.
*
병원은 조용했다.
오후 2시 17분.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깨끗했다. 하얀 벽지와 매끈한 복도는 감정을 수용하지 않는 구조물 같았다. 온도는 24.1도, 습도는 45퍼센트로 완벽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인공적인 쾌적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필립스 스탠드등 하나가 머리맡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왼쪽 귓불 뒤의 화상 흔적이 파운데이션 없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작고 둥근 자국이었다.
병실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일시적 거주 공간이면서 동시에 치유의 공간. 하지만 표준화된 설계로 인해 개성이 박탈된 곳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런 무개성적 공간에 잘 어울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공간을 위해 설계된 존재처럼.
"왜 오셨어요?" 그녀가 묻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과장님이 알려줬죠?"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사람, 너무 착해요. 사람을 염려하면서도, 그걸 말로는 못하는 타입."
나는 의자에 앉았다. 플라스틱 의자였다. 차가운 촉감이 바지를 통해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침대 곁을 지켰다.
"이곳, 어때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빨간 가죽 밴드 시계는 오늘은 차지 않고 있었다. 손목이 이상하게 허전해 보였다.
"도면 같아요. 완전히 깨끗하고, 선이 잘 정리되어 있고, 그런데... 사람이 없어요."
나는 침묵했다. 그녀의 말은 정확했고, 또한 슬펐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인간을 위해 설계되었지만 동시에 인간성을 배제하도록 설계된 곳이기도 했다. 효율성과 위생을 위해 감정적 요소들이 제거된 공간.
"귀 뒤의 상처요." 그녀가 말했다. 왼쪽 손으로 그 부분을 가볍게 만졌다. "혼자 있을 때마다 자꾸 만지게 돼요. 내가 진짜로 무너졌던 순간을 확인하는 버릇처럼."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을 구조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무너진 기억을 하나의 구조로 남기려 했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흉터의 기능. 의학적으로는 치유의 결과지만, 심리적으로는 기억의 장치다. 그녀의 귀 뒤 상처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구조적 요소였다. 건축물의 이음새(joint)와 같은 기능을 하는.
*
며칠 뒤,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전 10시 41분. 다시 단정한 셔츠와 무표정한 얼굴, 조용한 손끝으로 설계도에 선을 그었다. 마일드 세븐 라이트 냄새가 희미하게 옷에서 풍겼다. 성냥 냄새도 함께. 스웨덴 제 안전성냥의 인 냄새였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녀의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더욱 정교하게 감춰졌을 뿐이었다. 과장이 몽블랑 만년필로 메모를 하는 동안, 그녀는 파일럿 볼펜으로 자신만의 기호들을 그려넣고 있었다.
복귀라는 것은 원상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적응이다. 안도 다다오가 말했듯 "상처는 건축가를 만든다." 그녀도 자신의 상처를 건축적 요소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있었을 것이다.
그날 회의가 끝나고, 나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오후 6시 52분. 외부 온도는 영하 3.2도였고, 비상계단 내부는 플러스 1.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 있었다. 차음벽(遮音壁)에 등을 기대고, 작은 담배 연기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옆에 서서 차음벽 너머의 바람 소리를 들었다. 초속 3미터 정도의 약한 바람이었지만, 차음벽의 틈새를 통과하며 작은 공명(共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명이라는 것은 두 개의 진동체가 같은 주파수로 떨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리적 현상이지만 감정적 은유로도 사용된다. 우리 사이에도 그런 공명이 있었을까.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다시 설계할 거예요. 도면은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담배를 끄고, 비상계단 난간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었다. 금속 난간의 온도는 영하 1도 정도였다. 차가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재설계(再設計)의 개념. 기존 구조를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기능에 맞게 변경하는 것. 그녀가 말하는 자기 설계도 그런 개념이었을 것이다. 자신이라는 구조물을 새로운 사용자를 위해 재구성하는 작업.
"하지만... 그 도면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제대로 된 구조가 되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구조에 내가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希望)을, 아주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건축에서 협업은 필수다. 설계자, 시공자, 사용자의 협력 없이는 완성된 건물이 나올 수 없다. 감정의 구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
며칠 후, 회의실에서 그녀가 발표를 했다.
오전 11시 30분. 삼성 75인치 모니터에는 새로운 제안서가 떠 있었다. "구조 보강안(構造補强案)"이라는 제목이었다. 과장은 세이코 쿼츠 시계를 확인하며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볼펜을 세 번 연달아 클릭했다.
"기존 구조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검토한 결과,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현재의 내력벽(耐力壁) 구조로는 향후 예상되는 하중(荷重)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내력벽의 한계. 건축에서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는 핵심 구조다. 하지만 모든 내력벽에는 허용 한계가 있다. 그것을 넘어서면 구조물 전체가 위험해진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우리 관계의 구조적 한계였다.
"따라서 전체 골조(骨組)의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기초(基礎)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체 골조의 재검토. 이것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근본적인 재건축을 의미했다.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새로운 설계에서는 유연성(柔軟性)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정된 구조보다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로."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회의실의 온도는 23.1도였지만, 갑자기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들이 모두 나를 향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유연한 구조. 건축에서는 지진 등의 외부 충격에 견디기 위해 건물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감정의 구조도 그런 유연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백, 예상치 못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장치.
회의가 끝난 후, 과장이 나에게 말했다. "놀라운 제안이었어요. 하지만..." 몽블랑 펜을 정리하며 말을 아꼈다. "실현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네요."
실현 가능성. 모든 설계안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있다. 그녀의 제안도 마찬가지였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너무 급진적일 수 있었다.
*
그날 밤, CU편의점에서 아이를 만났다.
밤 10시 46분. 22와트 LED 형광등 아래에서 아이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단발머리와 눈 근처의 옅은 흉터가 오늘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그녀의 귀 뒤 상처와 공명하는 것처럼.
"그 여자, 오늘 뭔가 다르더라고요." 아이가 하리보 젤리 1,800원을 계산해주며 말했다.
"뭐가?"
"웃었어요. 처음으로."
나는 거스름돈 200원을 받으며 아이를 바라봤다. "언제?"
"편의점 앞에서 담배 피울 때요. 혼자서 뭔가 생각하면서 살짝 웃더라고요."
그녀가 웃었다는 것.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을 아이가 목격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변화의 신호였을까. 구조 보강안 발표와 관련이 있을까.
"어떤 웃음이었어?"
"음..." 아이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뭔가를 결정한 사람의 웃음 같았어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냥... 해결됐다는 느낌의."
결정자의 웃음. 오랜 고민 끝에 선택을 마친 사람의 표정. 그녀가 구조 보강안을 통해 무엇을 결정한 것일까. 그리고 그 결정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을까.
문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아이의 관찰은 항상 정확했다. 그녀의 첫 번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일어날 변화들과 어떻게 연결될지.
*
그날 밤 늦게,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새벽 1시 17분. 카카오톡 트라이톤(Tri-tone) 사운드가 조용한 방을 깼다. 그녀였다.
「내일 새벽에 떠나요. 다른 도시로. 구조 수정 작업을 위해서.」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 1시 32분. 외부 온도는 영하 6.1도였다.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녀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차음벽 아래, 평소의 자리에서 그녀는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왔네요." 그녀가 말했다. 성냥을 두 번 털고 연기를 내뿜었다. 3초간 숨을 참는 습관은 여전했다.
"언제 가?"
"새벽 6시 기차로."
"돌아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새로운 구조가 완성되면... 어쩌면."
새로운 구조. 그것이 그녀가 말한 "자신의 재설계"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인 다른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그녀는 담배를 끄고 내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이거, 당신 거예요."
봉투 안에는 작은 열쇠가 들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정밀한 열쇠였다. 집 열쇠는 아니었다. 너무 작고, 너무 정교했다.
"뭐야, 이게?"
"역 근처 코인라커 열쇠예요. 202번." 그녀는 열쇠를 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거기에... 제가 그린 도면들이 있어요. 이 구조에 대한."
도면들. 그녀가 우리의 관계를 기록해둔 설계도들. 건축가에게 도면이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생각과 의도의 총체다. 미래를 위한 지침서이자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다.
"왜 나한테?"
"누군가는 기억해야 하니까요. 이 구조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걸." 그녀는 빨간 가죽 시계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새벽 1시 54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다른 구조를 지을 때 참고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미래의 참고자료.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미래의 설계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남겨두려 했다. 실패한 구조도 다음 설계에는 귀중한 정보가 된다. 건축가는 그렇게 경험을 축적해간다.
*
그녀는 떠났다.
새벽 2시 3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발자국 소리는 차음벽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애초에 여기 없었던 것처럼.
나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끝까지 피웠다. 말보로 라이트. 그녀의 마일드 세븐 라이트와는 다른 브랜드였다. 우리는 끝까지 다른 취향을 유지했다.
꽁초를 그녀가 항상 담배꽁초를 놓던 자리에 가지런히 놓았다. 여섯 번째 꽁초였다. 완성된 숫자였다. 더 이상 추가할 필요가 없는.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구조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사용자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달라져도, 감정의 구조는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걸.
피터 줌토르가 말했듯 "건축은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다. 우리의 관계도 그런 장치였을 것이다. 가시적 형태는 사라져도 기억 속에서 계속 작동하는 구조.
*
다음 날 아침, 나는 역으로 갔다.
오전 8시 42분. 코인라커 구역에서 그녀가 준 열쇠에 맞는 사물함을 찾는 데 15분이 걸렸다. 202번 사물함은 작았다. 30cm × 40cm × 60cm 정도의 크기였다.
안에는 롤링지에 말린 도면들이 들어 있었다. A2 사이즈로 제작된 정밀한 설계도들이었다. 펼쳐보니, 우리가 함께 있던 모든 공간의 설계도였다. 비상계단, 회의실, 편의점 앞 벤치, 심지어 그 호텔의 방까지.
총 12장의 도면이었다. 각각에는 12포인트 맑은 고딕 폰트로 정밀한 치수와 사양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그가 처음 담배를 피웠다 - 2024.11.15 23:47"
"여기서 나는 그의 손등을 만졌다 - 2024.11.18 00:23"
"이 벽 뒤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 있었다 - 2024.11.22 22:15"
시간까지 정확히 기록된 감정의 연대기(年代記).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시공간적으로 완벽하게 매핑(mapping)해놓았다. 건축가다운 정밀함이었다.
마지막 장에는 한 줄의 글이 있었다. 그녀의 손글씨였다.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존재할 뿐이다."
존재의 연속성.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감정 에너지도 소멸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변환될 뿐이라는 믿음. 그녀의 건축학적 세계관이 담긴 문장이었다.
*
나는 도면들을 다시 말아 사물함에 넣었다.
그리고 열쇠를 사물함 위에 올려놓고 걸어 나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구조를 필요로 할 때까지, 그곳에 그대로 둘 작정이었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편의점 아이, 새로운 클라이언트들, 예상치 못한 관계들—이 언젠가 그 도면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역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구조는 정말로 사라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떠나고, 건물이 헐리고, 기억이 흐려져도, 어딘가에는 그 구조의 흔적이 남는다. 도면 위에, 누군가의 마음속에, 혹은 다른 구조의 일부가 되어서.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랑이라는 구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새벽 9시 17분. 출근길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다녔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각자의 구조를 향해.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진 채로.
그녀의 귀 뒤 상처는 치유되었지만, 흉터는 남을 것이다. 우리의 관계에도 그런 흉터가 남았다.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흔적이.
그것이 끝이자 시작이었다.
_1부 완
마지막 수정: 2025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