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 관하여〉

어느 여름의 오전, 제거와 보호 사이의 경계에서

# 〈틈에 관하여〉

**― 어느 여름의 오전, 제거와 보호 사이의 경계에서**



작업실 앞, 출입구에 면한 도로는 자갈과 아스팔트가 서로 뒤섞인, 말하자면 다소 중간적인 성격을 지닌 바닥이었다. 도로라고 하기엔 좁고, 인도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했다. 그런 애매한 공간에 나는 쪼그려 앉아 있었다. 오전 아홉 시, 습기가 엷게 남아 있는 여름의 시작 즈음이었다. 멀리서 자전거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와 평행선을 그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엔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조금 더 명확해 보인다. 공기의 밀도, 콘크리트 표면의 색감, 풀의 줄기까지. 어쩌면 그건 내 마음이 조금 더 투명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전자에 받아온 뜨거운 물을 들고 있었다. 한 손엔 주전자, 다른 손엔 낡은 나무 주걱. 주걱의 손잡이 부분은 오랜 사용으로 매끄럽게 닳아 있었고, 그 질감이 손바닥에 익숙했다.


처음엔 그냥 쓸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작은 틈 사이에서 버젓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줄기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 이런 곳까지 찾아와서 뿌리를 내린 걸까. 씨앗이었을 때부터 여기가 목적지였을까, 아니면 우연히 바람에 실려온 걸까.


— 이건 그냥 뽑아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풀은 생명이다. 하지만 틈에 자라는 생명은 불청객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설득했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었다. 김이 피어오르고, 초록이 검게 눌렸다. 흙 사이로 뭔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다. 마치 작은 비명 같기도 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무슨 연민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건 그저 내 작업실 앞을 조금 더 '정리된 상태'로 되돌리는 일일 뿐이었다. 질서를 회복하는 일.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물을 부은 자리는 금세 마르기 시작했다. 여름의 햇볕은 빠르고 무자비했다. 나는 일어나 어깨를 한 번 털고, 작업실 문을 열었다. 짧은 문이 닫히는 소리. 습기 머금은 실내 공기. 다림질한 셔츠처럼 평평한 정적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반쯤 마신 커피잔이 있었고, 그 옆에는 펜 몇 자루가 무질서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일상의 파편들.


그리고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오기 전에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작업실에서 나온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나가고 싶었다. 이번엔 습관처럼 걷던 길을 벗어나,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갔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길. 도시의 모세혈관 같은 길.


걷다가 문득 한 마리의 고양이를 보았다. 갈색 털에 흰 양발을 신은, 중간 크기의 고양이였다. 그는 담장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양이의 눈은 황금색이었고, 그 눈 속에는 어떤 지혜로운 무관심이 담겨 있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함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에 전혀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바라보았고, 고양이도 나를 바라보았다. 몇 초간의 침묵 후, 고양이는 꼬리를 한 번 까딱거리더니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마치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이.


그곳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도시의 설계에도, 사람들의 기억에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돌. 어쩌면 그 바위는 이 도시의 지도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아니 이 도시 자체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거기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침묵 속에서 혼자 견뎌온 존재.


그 바위 아래엔 작은 흙터가 있었다. 잡초와 낙엽이 엉킨, 낯설고 조용한 공간. 누군가 손댄 흔적이 없는, 미답의 영역 속. 그곳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잊힌 작은 왕국 같았다. 도시의 논리가 닿지 않는 곳. 효율도 미관도 상관없는 곳.


그곳에 고사리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문득 이사 전, 작년에 아파트 화단에 심어두었던 고사리가 생각났다. 그 고사리를 두고 와야 했던 일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이번엔 다른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무릎이 땅에 닿는 느낌이 묘하게 편안했다. 고사리는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주변엔 잔풀과 마른 풀잎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고사리의 잎은 햇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생명의 얇은 막. 그 안으로 녹색의 혈관이 섬세하게 뻗어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풀들을 조심스레 걷어냈다. 도구는 없었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낙엽 몇 장, 구불대는 뿌리 한 줌, 벌레가 지나간 흔적까지. 그것들을 비워내자 고사리의 옆선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마치 조각품을 완성하는 것처럼. 햇빛이 슬쩍 그 위에 닿았다가, 다시 물러났다. 구름이 지나가는 그림자였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행위가 마치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캣맘의 심정과 닮아 있다는 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작은 존재를, 누군가가 세심하게 살피고, 의미를 부여하고, 조용히 돌보는 일. 그것은 결국 누군가를 위한 배려였고, 돌봄의 흔적이었다.


지나는 이들은 모를 것이다. 그 자리에 남겨진 푸른 고사리 한 포기가,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누구도 그를 보호하지 않았고, 누구도 제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거기 있었다. 묵묵히, 생생히. 아무의 허락도 받지 않고, 아무의 명령도 따르지 않으면서. 그는 단지 존재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앞에 머물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있어야 할 곳에 어떤 생명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날의 공기처럼 조용히 나를 감쌌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엇인가를 이해한 것 같았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저녁 준비 시간이었다.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날 나는 두 생명을 만났다. 하나는 제거했고, 하나는 그냥 두었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그 두 생명의 차이를 생각했다. 형태도, 크기도, 자라난 이유도 닮아 있었다. 둘 다 틈에서 자랐고, 둘 다 누군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나는 한쪽에는 뜨거운 물을 부었고, 다른 한쪽엔 손을 얹었다. 한쪽은 죽였고, 다른 한쪽은 살렸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그건,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가의 차이였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작업실 앞의 틈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여백이었다. 하나는 내 영역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주공산이었다. 하나는 질서의 범위 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질서의 바깥이었다. 그것만의 차이. 그것뿐인 차이.


밤이 깊어지면서 창밖에서는 벌레들이 울기 시작했다.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며칠 뒤, 나는 작업실 앞을 다시 지나가다 멈춰 섰다. 그 자리에 또 다른 풀이 자라고 있었다. 더 작고, 더 연약해 보이는 풀. 이번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전자도, 주걱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건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내가 바라보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내가 바라본 후에도, 여전히 아무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의미 없음의 의미. 존재만으로 충분한 존재.


나는 그 풀과 함께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도시의 소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 작은 공간만은 고요했다. 마치 세상의 중심에 뚫린 조용한 구멍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틈이란,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는 걸. 물리적인 틈이 아니라, 마음의 틈. 받아들임과 거부 사이의 틈. 그 틈에서 무엇인가가 자라고, 무엇인가가 죽는다. 그것이 삶이라는 걸.






#<틈>


작업실 앞

틈 하나


풀 한 줄기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자라 있었다


나는 뜨거운 물을 부었고

그건 조용히 꺾였다


저녁

돌 아래

작은 고사리 하나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미답의 땅

나는 손을 얹었다


살아남은 건

그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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