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기억의 발굴
도심 깊은 곳, 폐관된 도서관의 외양을 한 『에테르 아카이브(The Aether Archive)』가 있다.
과거 도시의 지식과 데이터를 보관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을 축적하는 집단 무의식의 보관소가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된 감정 패턴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나는 아카이브로 향했다. 건물에 들어서면 항상 묘한 향이 났다. 오래된 책의 냄새와 무언가 다른 것이 섞인 향. 라벤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고, 나는 그중 하나에서 그녀—비상계단의 여자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녀는 과거 '교수'라 불리던 존재와 연결되어 있었다. 교수는 이 도시의 최초 감정구조 설계자였지만, 스스로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점차 소멸해 갔다.
아카이브의 가장 깊은 층에서, 나는 교수의 마지막 기록을 발견했다:
"감정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랑도, 증오도, 심지어 절망도. 그러나 진짜 감정은 설계되는 순간 더 이상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시뮬레이션이다. 나는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 자신마저 그 시뮬레이션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다. 꿈만은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꿈은 시스템의 틈으로 새어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을 꿈속에 숨겨두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도시가 깨어날 것이다."
그 기록을 읽고 나서, 나는 오래도록 아카이브 안을 걸어 다녔다. 수많은 기억들이 벽을 따라 흘러 다니고 있었다. 어떤 것은 행복한 기억이었고, 어떤 것은 슬픈 기억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익숙한 향을 맡았다. 라멘집에서 맡았던 그 향신료 냄새였다.
향을 따라가다 보니, 한 구석에 작은 방이 있었다. 그 방 안에는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가 있었고, 그 위에 먼지 쌓인 LP가 놓여 있었다. 제목은 읽을 수 없었다. 글자가 희미해져 있었다.
레코드를 틀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뭔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대신 나는 그 방에서 잠시 앉아 있었다. 어디선가 아주 희미한 멜로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첼로의 낮은 선율이었다.
그날 밤, 단지녀가 내게 말했다:
"그는 나를 찾으려 했어요. 설계를 통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죠. 진짜 감정은 설계도 밖에 있으니까."
우리는 다시 비상계단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높은 층이었다. 몇 층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오늘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톱에는 투명한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고, 왼손 약지에는 얇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결혼반지는 아니었다. 너무 얇고 단순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항상 미묘하게 달랐다. 오늘은 남색 니트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발에는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조금 낡아 보였다. 아마 오래 신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무언가 오래된 절망과 기대가 겹쳐 있었다. 마치 교수의 마지막 희망이 그녀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처럼.
"교수를 아세요?" 내가 물었다.
"글쎄요. 꿈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아니면 꿈에서 만난 것 같아요. 확실하지 않아요."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문고본을 꺼냈다. 표지가 낡아서 제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어떤 소설 같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책 읽어보셨어요?" 그녀가 물었다.
"제목이 잘 안 보여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제 책장에 있었거든요. 읽어보니 재미있어요. 하지만 내용이 계속 바뀌어요."
추워졌다. 그녀가 몸을 떨자, 나는 자연스럽게 내 재킷을 벗어 그녀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킷을 꽉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내게 한 걸음 더 가까이 왔다.
우리는 그렇게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가 내 팔에 닿아 있었다. 따뜻했다. 과장과는 다른 종류의 따뜻함이었다.
"어떤 꿈이었나요?"
"이상한 꿈이었어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기였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악기의 현이었죠. 교수는 그 악기를 연주하려 했어요. 하지만 멜로디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녀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계속했다.
"그래서 교수는 마지막에 한 가지 실험을 했어요. 자신도 현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러면 악기가 스스로 연주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악기는 스스로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멜로디는 교수가 원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더 복잡하고, 더 아름답고, 더 슬펐어요."
멀리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어제와 같은 소리였다. 아니, 어제보다 더 가까웠다.
"그 고양이 소리,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아마도 그것도 교수의 실험 중 하나일 거예요. 꿈과 현실의 경계에 무언가를 남겨둔 거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며칠 전부터 느끼고 있던 미묘한 변화들, 커피의 다른 향, 새로운 서점, 이상한 라멘 맛, 엘리베이터의 음악들—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마치 누군가가 도시 곳곳에 작은 단서들을 뿌려둔 것처럼.
"당신도 그 실험의 일부인 건가요?" 내가 물었다.
"글쎄요. 아마도요. 아니면 당신이 실험의 일부일 수도 있고요."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희망인지 체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수면의 눈』은 점점 이상 신호를 포착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규칙적인 루틴을 이탈하고 있었다. 예고되지 않은 만남, 감정의 고조, 비인가 관계들. 나는 그것들을 '시스템 오류'로 기록하면서도 은밀히 안도했다. 나는 시스템의 설계자였지만, 동시에 그것을 가장 먼저 배반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어느 목요일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했다. 단지 안을 천천히 걸으면서, 작은 변화들을 관찰했다. 1동 앞 화단에 어제까지 없던 꽃이 피어 있었다. 작고 파란 꽃이었는데,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면서, 나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새로운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 단지 내에서 이상한 소음(고양이 울음소리, 음악 소리 등)이 신고되고 있습니다. 원인을 파악 중이니 양해 바랍니다."
흥미로웠다. 나만 들은 것이 아니었구나.
그날 점심시간에, 나는 다시 그 일본 라멘집에 갔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아니,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인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부엌에서는 여전히 무언가를 끓이는 소리가 났다.
"여기 있나요?" 내가 소리쳤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부엌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어제 먹었던 그 특별한 라멘 냄새였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냄비에 국물이 끓고 있었다. 그 옆에는 메모가 하나 놓여 있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해. 혼자서 드셔도 됩니다."
나는 혼자서 라멘을 끓여 먹었다. 맛은 어제와 똑같았다. 어릴 때의 어떤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국물 맛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퇴근길에 나는 다시 그 서점 앞을 지나쳤다. 『밤의 서재』.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안쪽이 깊었다. 좁고 긴 복도 같은 공간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천장이 낮아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포근하기도 했다.
가장 안쪽에 작은 책상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 『감정의 지도학』이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어제 창문에서 봤던 그 책이었다. 펼쳐보니 안에는 이상한 지도들이 그려져 있었다. 도시의 지도 같기도 하고, 인간의 뇌를 그린 것 같기도 했다.
"재미있는 책이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서점 주인이세요?"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요즘은 경계가 모호해져서요."
"이 책, 누가 쓴 건가요? 저자 이름이 잘 안 보여요."
"아, 그 책은 여러 사람이 쓴 거예요. 어떤 사람은 꿈에서, 어떤 사람은 잠들기 전에, 어떤 사람은 감정이 복잡할 때. 그래서 저자 이름이 계속 바뀌어요."
이상한 설명이었지만,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가져가셔도 돼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언젠가는 당신도 그 책에 뭔가를 쓰게 될 거예요."
책을 들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서점은 이미 문이 닫혀 있었고, 불빛도 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