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수면의 눈 아래, 도시가 깨어날 때』4"/4

3편: 선택과 각성

3편: 선택과 각성


IX. 과장과의 마지막 대화



그날 밤, 과장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뭔가 모든 게 조금씩 어긋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요?"


"글쎄요. 설명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평소와 다른 길로 왔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쪽으로 가고 싶었어요."


나도 그랬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요즘 꿈을 꾸세요?"


"네. 이상한 꿈을 꿔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기라는 꿈이요. 당신도 그 꿈에 나와요."


심장이 뛰었다. 단지녀가 말했던 것과 같은 꿈이었다.


"그 꿈에서 저는 뭘 하고 있나요?"


"음악을 듣고 있어요. 아주 집중해서. 마치 뭔가 중요한 걸 찾고 있는 것처럼."


그날 밤, 과장과 나는 잤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더 조심스럽고, 더 아쉬워했다. 마치 이별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내 위에서 움직일 때, 나는 다른 곳에 마음이 가 있었다. 비상계단에서의 작은 손길들을, 예측할 수 없는 대화들을, 계산되지 않은 침묵들을.


그녀의 허리선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끝나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했다.


그녀가 잠든 후, 나는 창문 밖을 내다봤다. 멀리서 희미한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첼로의 낮은 선율이었다. 아카이브에서 들었던 그 멜로디와 비슷했다.





X. 도시의 꿈과 현실의 균열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매일 다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빌 에반스, 키스 자렛, 브래드 멜다우... 모두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들이었다. 하지만 건물 관리소에 문의해 봐도 아무도 음악을 바꾼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안 곳곳에 작고 파란 꽃들이 더 많이 피어났다. 관리사무소에서는 그런 꽃을 심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꽃들은 계속 늘어났다.


그 일본 라멘집은 매일 다른 상태였다. 어떤 날은 문이 열려 있고 주인이 있었다. 어떤 날은 문이 열려 있지만 아무도 없었고, 부엌에서는 여전히 무언가를 끓이는 소리가 났다. 그런 날에는 카운터에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해. 혼자서 드셔도 됩니다." 어떤 날은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 특별한 라멘 냄새는 났다.


『밤의 서재』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은 있고, 어떤 날은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었다. 꽃집이었다가, 작은 카페였다가, 때로는 그냥 빈 공간이었다.


나는 『감정의 지도학』을 매일 조금씩 읽었다. 이상한 책이었다. 같은 페이지를 봐도 매번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떤 날은 도시의 감정 구조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었고, 어떤 날은 시 같은 글이었고, 어떤 날은 그냥 지도만 그려져 있었다.


책갈피로 사용하던 영수증에는 커피값이 적혀 있었다. 언제 산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수증 날짜는 어제였는데, 어제는 그곳에 가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하나 있었다:


"감정은 강물과 같다. 물길을 만들면 그 길로 흘러간다. 하지만 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물은 항상 바다로 돌아가려 한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XI. 교수의 유산과 새로운 발견



어느 금요일 저녁, 아카이브에서 나는 새로운 기록을 발견했다. 교수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가 최근에 남긴 것 같았다:


"교수의 실험이 성공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작은 균열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이 조금씩 꿈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감정의 강이 원래 흘러야 할 길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한 명 더 필요하다. 설계자이면서 동시에 인간인 누군가. 시스템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배반할 수 있는 누군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 '누군가'라는 것을.


나는 주머니에서 라멘집에서 가져온 작은 메모를 꺼냈다. 그리고 단지녀가 준 낡은 문고본도. 『감정의 지도학』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설계 안에서도, 진짜 선택의 순간은 남아있었다.





XII. 복잡한 감정의 발견


그다음 날 밤, 단지녀가 내 아파트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떻게 여기를..."


"알게 됐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냥."


그녀는 여전히 내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 안에서 그녀가 더 작아 보였다. 더 복잡해 보였다.


"들어와도 될까요?"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나는 차를 끓이려 했지만, 그녀가 말했다.


"그냥 여기 앉아요."


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가까이. 어깨가 닿을 정도로.


"이상해요." 그녀가 말했다.


"뭐가요?"


"이 모든 게. 여기 온 것도, 당신과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하지만 다른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지도 않아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한 손이었다. 왼손 약지의 얇은 반지가 내 손가락에 닿았다.


"저도요." 나는 말했다.


그녀가 내게 몸을 기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희미한 향이 났다. 아이 샴푸 냄새가 섞인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함께 있었다. 죄책감과 욕망, 불안과 기대.


우리는 키스했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마치 위험한 무언가를 만지는 것처럼.


그녀의 입술은 따뜻했다. 과장과는 다른 종류의 따뜻함이었다. 복잡하고 위험한 따뜻함이었다.


내 손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피부였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침실로 옮겨가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서, 달빛이 스며드는 그곳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그녀가 내 재킷을 벗었다. 자신의 니트를 벗었다. 그 아래로 하얀 속옷이 드러났다. 실용적이고 소박했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속옷 같았다.


내 손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그녀가 몸을 떨었다.


"괜찮아요?" 내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아요."


내 입술이 그녀의 목을 따라 내려갔다. 그녀의 쇄골, 그 아래의 부드러운 곡선. 그녀가 작은 신음을 냈다. 복잡한 소리였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어루만졌다. 불안한 손길이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꿈인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우리가 하나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위태로웠다. 안전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내 것에 맞춰 움직였지만, 그 안에는 항상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삶, 다른 책임, 다른 사람들.


그녀의 허리선이 달빛에 드러났다. 완벽하지 않았다. 출산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복잡하게 아름다웠다. 진짜였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했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안고 누워 있었다. 그녀의 머리가 내 가슴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내 피부에 닿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녀가 작게 웃었다. 슬프고 복잡한 웃음이었다.


밖에서 새벽바람이 불었다. 창문이 살짝 흔들렸다. 우리는 따뜻했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집에 가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요?"


"곧."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복잡하고 위험한 순간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XIII. 에필로그: 녹색 불빛을 지나, 새로운 파동으로



도시 외곽, 해체 직전의 송전탑 위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녹색 불빛 아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늘은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발에는 여전히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어쩌면 그 녹색 불빛은 『위대한 개츠비』의 환상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도달할 수 없는 욕망, 시스템 밖의 사랑, 그리고 억제된 감정의 마지막 파동.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그 빛에 다가갈 수 있었다.


"교수의 실험이 성공했나요?" 나는 물었다.


"반은요." 그녀가 답했다. "당신이 선택해야 할 부분이 남았어요."


나는 주머니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어젯밤 써놓은 것이었다. 간단히 적은, 몇 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는 문서.


"이걸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될 거예요."


나는 이해했다. 이 도시는 사랑을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을. 감정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을 잊게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시스템 밖에서, 진짜 선택이 가능한 순간을.


나는 선택했다.


그 문서를 바람에 날려 보냈다. 하얀 종이가 밤하늘로 사라져 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수면의 눈』이 마침내 깜빡였다. 처음으로, 예상치 못한 신호를 받고.


도시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감정은 흐르고, 사랑은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시스템은 인간을 통제하려 했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이 없으면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었다. 인간의 복잡함이 없으면 시스템도 복잡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시스템은 인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다. 대신 조율하려 했고, 조화를 이루려 했고, 때로는 타협하기도 했다. 『수면의 눈』이 깜빡이는 것은 항복의 신호였다. 아니, 받아들임의 신호였다.


우리의 사랑들도 그랬다. 과장과의 안정된 관계도, 단지녀와의 복잡한 관계도, 모두 인간의 것이었다. 각각 다른 형태의, 다른 온도의, 다른 위험성을 가진.


도시는 여전히 잠들어 있지만,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새로운 회랑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무도 설계하지 않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하지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들이.


어쩌면 이것이 자유의 한 형태였을지도 모른다.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완전함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자유.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비상계단에서 흐르는 고요한 기류가 있었다. 멈추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감정의 강이.


우리는 그 강을 따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과장은 과장만의 길을, 단지녀는 단지녀만의 길을, 나는 나만의 길을.


그리고 새벽이 왔을 때, 도시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깨어났다. 더 복잡하고, 더 모호하고,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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