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그늘 쪽에 서는 사람》
어떤 기억은 그림자처럼 시작된다.
정오의 볕 아래선 보이지 않다가도,
해가 기울면 천천히 드러나는 그림자처럼.
우리는 명확한 이유 없이 헤어졌고,
그건 다만 하루가 지나가는 방식처럼 조용했다.
나는 여전히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차가운 컵에 입술을 대고,
그녀가 사라진 날의 기온과 바람의 냄새를 떠올린다.
그늘은 햇빛보다 더 오래 머무는 것 같다.
나는 그늘 쪽에 서서,
그녀와 나눈 말을 다시 되짚고,
그 자리에 놓인 감정들을 다시 읽으려 한다.
이 이야기는, 그런 그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