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교환학생기) 1월 30일. 빌뉴스-카우나스
0.1kg 차이로 간신히 수화물 중량에 합격한 22.9kg의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어깨에는 10kg이 채 안 되는 백팩.
찍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아 마음은 카메라를 꺼내라며 충동질을 해댔지만,
여기서 카메라까지 목에 걸었다간 있는 힘껏 욕이 터져 나올게 분명했다.
그 대신 머리는 셔터질을 포기한 합당한 이유를 신속하게 찾아댔다.
낯선 곳에 처음 딛는 발걸음과 처음 마주하는 것들.
생소하기에 신기하고 의미 있어 보이는 것들.
모든 귀찮음을 무릅쓰고 찍어 댄다해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 사진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 별 의미없이 남아버릴 것을.
지금은 모든 게 처음일 뿐이라 착각하고 있음을 말이다.
모니터로 첫 걸음의 사진을 보며 무덤덤히 넘기거나,
용량의 문제로 삭제 후보 우선순위에 올려 놓겠지.
다른 이와 공유하는 관점에서의 그 사진들은 더더욱 백해무익하다.
타인의 첫 걸음을 나의 관점으로 예상하게 할 것이며,
상상의 여지를 앗아가고,
그 순간의 설렘과 제멋대로의 의미부여를 불가능케 할 것이기에.
그렇기에
애써 남겨둔대도 의미가 바래거나, 한낱 담배 따위와 다를 바 없는, 하잘 것 없는 종이 쪼가리로 전락할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애쓰지 말고 그냥 두어야 오래가는 것이 있다며 합리화의 마침표를 찍는 일.
그 모든 자기합리화가 끝나자 참 잘했어요 도장이라도 받고 싶어 졌지만
많이 해봐서 잘 알고 있다.
사실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