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짜리 스피닝, 셋

03. 그렇다면 집 근처로 다니자

by sooookhee

회사 근처로 다닐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집 근처 헬스장으로 가야지. 포기는 없다. 여기서 물러서게 된다면, 이대로 내 덩치가 벌크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집 근처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지금 내가 헬스를 다녀야겠다고 작심했을 때 추진해야 한다. 의욕이란건 아무때나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나 이곳도 석달을 권유했지만, 정가를 주고 스피닝을 결제했다.


"제가 체력도 안 좋고, 싫증을 잘 내서요. 한 달을 해 보고, 결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치 세기의 협상을 하듯, '자꾸 나에게 권해도 소용없어. 내 마음은 확고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카운터에 있는 상담 직원을 강렬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한달만 결제 부탁해요 ♥


헬스장 한 달을 이렇게 거금을 들여서 결제한 것은 처음이다. 스피닝은 이토록 비싼 운동이구나. 가슴 한 켠이 쓰려왔다. 밤에 치킨사먹고, 또 그걸 뺀다고 이렇게 돈을 쓰고 있자니 정말 이게 돈x랄이지. 지랄도 무슨 이런 신개념 지랄이 있을까 싶고.(탄식)

뭐라도 샀으면 남기라도 했겠지...

그래. 비싸니까 정말 미친듯 뽕을 뽑아 먹고 말거야. 그리고 이 미친 유산소로 나는 살을 쏙 빼고 말거라고. 기대해라 한 달뒤 미래의 나!! (과거의 나.....)


유후! 수업을 들으러 가볼까

스피닝 수업을 들으려면, 카운터에 있는 명단에 이름을 써야 한다고 해서 호기롭게 카운터 앞에 있는 명단에 이름을 썼다. 자고로 운동은 등록한 그 날부터 해야 맛이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검은 유리로 막혀있는 스피닝 교실로 들어섰다. 아직 전 수업 사람들이 자전거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몇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땀과 열기로 가득했다.

오와.... 짱멋졸멋


사람들이 나가고, 조용히 들어가 내가 이름을 썼던 번호가 붙은 자전거에 깔짝대고 있으니 트레이너 선생님이 다가와 스피닝 자전거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 사이 헬스장 체육복을 입은 아주머니, 학생,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트레이너가 단상 위의 자전거로 올라갔고, 불이 꺼지더니, 알록달록한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시작됐다. 그리고


트레이너 선생님 헬스장 회원들 나


트레이너는 말 위에 올라탄 나폴레옹처럼 쭉 편 손바닥 끝에 힘을 꼭 주고, 두 팔을 일사불란하게 사방 팔방의 허공을 향해 찔렀다. 때로는 좌에서 우로, 앞에서 뒤로, 박력넘치게 수신호를 쏘았다. 저걸 따라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두 손을 놓으면 자전거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회원들은 귀신같이 동작을 따라했다. 때로는 "후!", "하!"라는 구령까지 붙이며. 처음에 나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태파악이 잘 안됐다.(뭐야, 그러고 보니 왜 설명을 안 해줬지?) 정신없는 와중에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절도있게 팔을 내지르는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만 빼고 수신호로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나도 좀 껴주라주.. 황망하게 페달만 삭삭삭 돌리고 있는 나.... 이 상황이 그저 웃겼다. 그래도 진지하게 수업을 하고, 또 열심히 수업을 듣는 회원들이 무어가 이상한가. 이 분위기에 못 녹아들고 민망해하며 겉도는 내가 이상한 것이지.(숙연) 그저 핸들에 고개를 처박고 열심히 페달을 돌렸다.


트레이너 선생님 헬스장 회원들


한시간이 어떻게 저떻게 지나가고, 재빨리 나가려고 하는데 번개처럼 트레이너 선생님이 문 앞에 섰다. 나가는 회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해 주는 것이었다. 손바닥을 짝 부딪치고 지나가려는 데, 트레이너가 '정말 힘들었지?'하는 표정으로 "오늘 수업 힘드셨죠~"라고 물었다. 지옥을 예상했던 터인데, 그럭저럭 할만했기에 (상체 부자유라 제대로 못 따라가서 덜 힘든것 같긴한데, 생각보다) "할 만하던데요."라고 하자 그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기분탓이겠지. 뒤늦게 "생각 했던 것 보다는 할 만했다는 이야기랍니다..."라고 수습하며 조용히 헬스장 구석탱이의 거울 앞으로.


그렇게 첫 스피닝 수업이 끝났다.

해냈쪙v 시작이즈 하프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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