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그날 까치산에 올라
일을 내려두고 10년 차 무급휴직 중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습니다.
“
마음 무거운 날 뒷산 까치산에 오른다
산은 나에게 가볍게 살라고 한다
시원한 바람 내 시름을 날려주며 환하게 웃어보라 한다
난 오늘도 산에게 인사한다
그래 고맙다 산아 고마워 그렇게 환하게 서로 미소 짓는다
“
오늘은 10년 다닌 직장에서 사표 내는 날
총각김치의 끈질긴 줄기처럼 내 목에 막막함이 걸려 넘친다
“그래 그거면 됐어 충분히 잘했어!! “라고 지친 나의 마음을 애써 안아줘 본다.
어릴 적 엄마의 따뜻한 손길처럼 나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그런 여유가 나에겐 참 부족했던 건 아닐까??
이제와 늦었지만 나 자신을 가만히 감싸 안는다.
그래 수고했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잊으려 해도 잠자리에 누우면 슬며시 올라온 옛 기억들 같은 찌든 떼 같은 내 책상에 묻은 먼지 사이
놓인 짐 하나하나 추억으로 애증으로 박스에 담아놓고 교장님께 동료들께 인사하고 그렇게 직장 문을 나선다
길 잃은 사거리에 신호등 고장 난 교차로 앞 낯선 망가진 중고차 그게 바로 나인 것만 같다
그동안 학교 선생님인 내가 바로 곧 나라고만 알았는데 이리 모두 내려놓고 보니 정말 내 존재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힘들면 많이 지치면 그래서 내가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면
이렇게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쉬다가 놀다가 모아둔 돈 다 떨어져 갈 때 어릴 적 딱지치기 구슬치기 싫증 나듯 잠시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겠지
무료해질 때 나중 다시 그리워질 때 그때 다시 여기 언저리 돌아갈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안녕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