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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편집장 Sep 18. 2020

5. 새로운 학술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논증 #저주받은 대학원생 #자료 수집 좀 그만해

학술적 글쓰기, 논증하기. 어떻게 써야 할까. 너무 어렵다ㅠㅠ

 

   학술적 글쓰기는 모든 글쓰기


   대학교 4년 내내 시달려야 하는 보고서(report)부터 시작해, 직장에서 제출해야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기획서 혹은 보고서 그리고 일반적인 연구서 및 에세이까지, 학술적 글쓰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흔히 겪는 일이다. 또한 최근에는 학문간 경계가 사라지고 ‘통섭(consilience)’이 강조되면서 학술적 글쓰기는 특정 연구자의 연구 성과물을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글쓰기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찰적 글쓰기, 문학적 글쓰기, 실용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등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글쓰기가 학술적 글쓰기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학술적 글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토대가 된다. 왜냐하면, 학술적 글쓰기는 곧 논증하는 일이면서 타인을 설득하는 일인데, 이는 모든 글쓰기의 과정이자 목적 아닌가.


논리 3종 세트. 이 책으로 논리 공부하신 분들, 꽤 계실듯. 이 책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적어도 30대 이상!!


   따라서 말은 ‘학술적 글쓰기’라 부르겠지만, 곧 ‘모든 글쓰기’에 해당된다. 글의 세부적인 용도만 다를 뿐이다. 이제 연구자나 대학생이 아니라도 학술적 글쓰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 모든 글이 되었으니, 이참에 학술적 글쓰기의 ‘A to Z’까지 알고 가는 것이 좋겠다.


논증은 결국 설득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글을 쓰든, 감정 전달(토로)을 목적으로 쓰든 간에, 글쓰기의 최종 목적은 대체로 비슷하다. 타인(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거나(感動) 설득하는 일. 감동의 문제는 뒤로 하고, 설득부터 살펴보자.

   설득한다는 것은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면서 상대방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득이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우리는 ‘논증’이라 부른다.

   따라서 논증은 비판적 사고 능력과 합리적 사고 능력을 토대로 전개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글쓴이의 문제의식과 그에 따른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이 곧 논증이자 글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고의 물질화’가 글쓰기인 것처럼, ‘논증의 물질화’가 곧 글쓰기이므로, 보다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제 제기와 주장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확실해야 하며 주장과 논거의 연결이 보다 튼튼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주장이다.

   주장은 일단, 합리적이어야 한다. 칸트의 정언명령 제1준칙 “너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는 말처럼, 보편성의 범주 안에서 주장이 전개되야 한다. 보편성의 범주를 넘어가는 주장은 관철되기 어려울뿐더러, 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 ‘타당’(妥當)이라는 어휘와 같이 논증은 언제나 옳음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논증으로 타인을 설득하려면, 보다 차별화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 역시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논증은 감정의 절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정이 앞서면서 흥분하게 되면 논리가 허약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워워, 침착해, 침착해.


삿대질하거나 언성 높이면, 대화는 그것으로 끝. ROUND 1 START!!


그렇다고 해서 학술적 글쓰기를 이성, 다른 글쓰기를 감성으로 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성이 감성보다 강조될 뿐이지, 언제나 글쓰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언급되는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 그럼 학술적 글쓰기를 써보자.



새로운 학술적 글쓰기 순서


   모든 글이 그렇지만, 순서 혹은 목차를 미리 정해서 글 쓰는 일은 참 쉽지 않다. 연구자 혹은 대학원 커뮤니티에서 하는 말이 있다. ‘논문은 목차(와꾸)가 반이다’라는 말.

   다른 글에 비해 확실히 학술적 글쓰기는 구조가 논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구조 설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글을 쓰면서 목차와 논리가 바뀌더라도 학술적 글쓰기는 어느 정도 목차를 미리 구성해 놓는 것이 좋다. 마치 그림 그리기 전의 ‘스케치’처럼 말이다.

   당연히 목차를 어느 정도 구성하려면 그에 따른 공부와 밑작업은 필수! 박사논문 밑작업만 하다 한평생을 보내는 슬픈 전설이 각 대학원마다 있을 것이다. 그만큼 목차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생명끈을 줄여서 가방끈을 늘리는 대학원생의 위대함이여. 다 덤벼!

   따라서 나는 목차와 개요표를 처음부터 작성해야 한다고 당신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많은 글쓰기 교재, 특히 대학교 글쓰기 교재에서 개요표와 목차 구성을 교재 앞부분에 배치시키지만, 개요와 목차 구성하다 세월 다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봐온 나로서는, 거기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당신도 눈치챘겠지만, 나는 기존의 글쓰기 책들과 ‘이상하게’ 다르다. 나는 기존의 방법과 이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보다 실전으로, 보다 글쓰기에 깊이 파내려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학술적 글쓰기의 새로운 순서를 제시하겠다. 눈 크게 뜨고 지켜보시길.


주제는 만들어가는 것


   우리는 모든 글쓰기가 그러하듯 글의 주제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명확하게 주제를 정해놓고 쓰면 ‘참’ 좋겠지만, 주제를 정할 정도로 글쓰기 준비를 다 마치는 일은 ‘참’ 쉽지 않다. 따라서 나는 주제를 먼저 정하라고 섣불리 말하지 않겠다! 주제는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찾아지는 것이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영화 <활>) : "주제는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찾아지는 것이다"

   

   주제와 주제문은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글의 처음과 마지막 문장을 퇴고의 마지막 과정에 쓰듯, 주제(주제문)도 마찬가지. 주제를 가안(假案)으로 잡아놓고 쓰면서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글을 쓰면서 논리가 달라질 수도 있고, 주제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형제도 찬반 토론과 같이 ‘답정너’의 주제를 정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예측 불가능하고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학술적 글쓰기도 예외 없다.

   물론 학술적 글쓰기를 쓰게 될 때는 어느 정도 대강의 주제(소재)가 글쓴이에게 주어지긴 한다.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그러므로 일단 ‘허수아비(가안)’ 하나 세워놓고 글쓰기를 시작하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초고를 만들어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말이다.


자료 검색 및 수집


   학술적 글쓰기를 글쓴이 혼자서 모두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의 문장으로만 그 텅 빈 백지를 가득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학술적 글쓰기는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가 반드시 따라붙기 때문에, 논거가 무척 신빙성 있어야 한다. 이때의 신빙성은 자료 제시에서 온다! 얼마나 풍부하고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학술적 글쓰기의 성패가 결정된다. 따라서 신빙성 있는, 보다 확실한 자료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체로 우리는 인터넷 검색(블로그, 카페, 기사 등) 또는 구글링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데, 인터넷 정보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원문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심지어 복사(복-붙)가 무한반복되면서 원문과 다른 오류가 그대로 반영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욱이 명확하지 않은 개인 의견(doxa)에 불과한 정보도 많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정보보다는, 단행본과 논문을 자료로 추천한다!

   단행본(책) 역시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글쓴이가 책 한 권을 발간할 때는 나름의 책임과 수고를 감수하기 때문에 인터넷 자료보다는 정확하다. 자신의 실명으로 발간되는 책이면서 자신의 업적물이기 때문에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단행본과 함께 가장 추천하는 것은 학술논문! 연구자의 연구 결과물이기 때문에, 논리가 확실하다! 정보도 매우 정확한 편이다! RISS(한국학술연구정보서비스 http://www.riss.kr)나 학술콘텐츠 플랫폼(DBpia 등) 등에 접속해서 키워드(주제어)를 검색하여 자료를 다운받는 것을 강추한다.


Riss에서 헤맨 시간들이여. 그 시간에 돈을 벌었으면 지금 이 모양 이 꼴은 아닐텐데ㅋㅋㅋ


   논문을 다운받거나 열람할 때는 가장 최근 발간된 것부터 받는 것이 좋고, 활용도(인용지수)가 높을수록 좋은 논문일 확률이 높다. 일단 논문을 다 읽기보다는, 키워드로 검색한 논문을 대충 살펴보고(초록만 봐도 알 수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논문을 모두 다운 받는다.

   자료 수집이 모두 끝나면, 다운 받은 논문을 대강 훑어보면서 키워드 별, 주제 별로 분류하고, 자신의 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체크(밑줄 혹은 포스트잇 플래그)와 메모를 해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자료를 모두 정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강 훑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자신의 글을 쓸 때 비로소 자료를 꼼꼼하게 읽으면 된다. 자료의 논리와 자신의 논리가 그때 만나며 자료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논리가 만들어지면서 부족한 부분은 다시 또 자료 검색하여 채워가는 것이다.



자료만 읽다가는 문득, 모두 불에 태어버리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따라서, 자료 수집이 모두 끝난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부족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글쓴이의 논리가 한번에 완성되면 좋겠지만, 자료를 분석하면서 논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자료‘만’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일단 초고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자!


초고 작성하기


   학술적 글쓰기는 대체로 다음의 셋 중 하나다. 아이디어 제시(방법론), 새로운 발견(자료 발굴), 기존 연구 정리(종합). 그러나 당신이 처음부터 글에 덤비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수집한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자료의 아이디어와 방법론, 심지어 문체까지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똑같이 따라 쓴다고 해도 어차피 쓰면서 달라진다! 물론 인용한 부분은 반드시 출처 표기를 해야 한다. 표절은 범죄다!

   출처 표기(참고문헌)는 정해진 원칙이 있다.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서지사항을 입력하는 일인데, 저자, 문헌명, 발행처, 발행일, 참고 쪽수 등을 빠짐없이 명확히 적어야 한다.

   ‘각주는 정치다’라는 말을 대학원 선배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인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인용했다는 것 자체가 인용 자료에 동의한다는 뜻이자, 인용 자료를 읽고 이해했다는 뜻이니, 보다 좋은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2차 해설서보다는 1차 원텍스트가 좋다. 인용이 곧 글쓴이의 실력이다!

   여기서 팁 하나. 초고를 쓸 때, 무작정 쓰기보다는 다른 백지에 세세한 개요를 메모(그림)하며 쓰는 것이 좋다. 목차를 이미 완성해 놓고 쓰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잘못된 길로 논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스스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 자신의 글이 어떤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는지, 무엇을 문제삼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메모하라. 지도를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메모는 후일, 목차가 될 것이니!

   본론은 3단 구성이 좋다고 한다. 정-반-합의 구조 말이다. 가장 안전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쓰기 바빠 죽겠는데, 3단 구성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메모가 필요한 것이다. 메모하면서 정반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 이제 초고를 반 이상 썼다고 치자. 이제 어느 정도 글의 방향이 정해졌을 것이고, 보다 주제가 선명해졌을 것이다. 이제, 기술 들어갈 시간!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 포위하듯, 글도 마찬가지. 조금씩 주제를 좁혀가야 한다. 주제가 광범위할수록 ‘아무말 대잔치’가 될 확률이 높다. 보다 뾰족하게. 뭉툭해진 연필을 뾰족하게 깍듯, 주제를 좁혀가야 한다.


연필은 윗부분부터 조금씩 내려 깎아야 한다. 처음부터 뭉텅이로 깎으면 곧 부러진다. 연필 깎다가 연필 다 쓴 적이 참 많았다.  


   주제가 어느 정도 좁혀가면, 부족한 논리가 보일 것이다. 쓸데없는 문장과 단락은 과감히 삭제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료를 다시 찾아 채워나가면 초고 작성 끝! 참 쉽죠?


퇴고하기


   학술적 글쓰기 역시 앞서 말한 일반 글쓰기와 같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퇴고 마지막에 쓰듯, 학술적 글쓰기 역시 서론과 결론을 마지막에 써야 한다. 따라서 처음에 글을 쓸 때, 서론은 일단 대충 써도 된다. 어차피 다시 쓸 것이니, 서론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논문 서론만 쓰다가 학교 지박령이 되어버린 사람이 대학원마다 꼭 한 명씩 있다!



대학생이 잘못해서 가는 곳이 대학원입니다!!

   

   퇴고는 앞서 말한 글쓰기의 과정과 똑같다. 소리 내어 읽어가며 퇴고하는 것을 강추하는 바이며, 서론과 결론이 부합하는지 필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학술적 글쓰기는 다른 글쓰기에 비해 건조한 문체가 요구되므로, 간결한 문장으로 정돈하는 것이 좋다. 감정보다는 논리 전달이 우선이므로, 문장은 논리적이어야 하고 모호한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자, 이제 제출할 일만 남았다.



ps : <글쓰기 파내려가기>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본 글은 그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460451&tab=introduction&DA=LB2&q=%EA%B8%80%EC%93%B0%EA%B8%B0%20%ED%8C%8C%EB%82%B4%EB%A0%A4%EA%B0%80%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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