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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Oct 12. 2015

급한 연락은 다른 사람에게

급한 연락은 다른 사람에게 하세요

난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쓸데없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늘 일이 많고, 그래서 늘 스트레스가 많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아하다 보면(그것도 열심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한참 생각하다가 이내 '뭐, 그래도 맡겨진 일이니깐... 책임은 져야지.' 라면서 견딘다. 정말 징그러운 인내심과 책임감이다. 어릴 땐 그런 책임감을  칭찬받을 때마다 뿌듯했고 무책임하게 일을 그만 두는 또래들과는 다른 삶을 살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미지출처 : 프로듀사

그렇지만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책임감이란 포장은 아주 가볍게 벗겨졌다. 보통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일에 '책임'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이 되어있었고 난 그 포장에  압도되었다. 물론 사소한 일이니 내팽겨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니면 큰 일 날 것 같았던 일들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급한 일이라며 오는 연락에 연연하며 주말도 없이 지냈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내린 결론이다.


지인이 프로필 알림 말을 '급한 용무는 다른 사람에게 하세요'라고 적었다. 난 그 말이 정말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 급한 건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해결이 될 일이었다. 나의 일이라면 내 성격에 내가 알아서 손을 걷어부치고 나설 것이다. 그동안 난 너무 모든 일에 중요한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다. 욕심을 하나 둘 씩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한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도 사랑하고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을... 늘 급한 일만 처리하다가 결국 '나의 일'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지만 너무 바빠서 늘 급한 일에 치이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돌아보길 바란다. 스쳐지나 갈 타인에게만 지나친 책임감을 보이진 않았는지 말이다. 평생 짊어지고 갈 '나'에게는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말이다. 최근 삶의 우선순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덕분에 난 내가 갈급했던 마음의 양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운동을 한다. 친구와 수다도 떨고 산책도 한다. 급한 일이 줄었고, 중요한 일들이 나타났다. 마음은 차분해지고 책임감을 느낀다. 꽤 행복한 일이다. 마음 떠난 일에 미련두지 말아야지.


급한 연락은 다른 사람에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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