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는 이를 위한 식탁

추억의 닭꼬치와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 (feat. 자몽의이슬)

by 노크노크
대전해장국.jpeg 추억의 맛이 나는 닭꼬치와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 @copyright by 노크노크


지금 생각해도 참 서럽다. 이리 치이고 처리 치이면서 매일 눈물로 채웠던 시간들. '추억'이라고 말하기엔 아직도 그 아픔이 생생한 그런 시간들. 그래도 함께 잔을 부딪히며 눈물을 흘릴 친구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프리랜서로 일한 프로젝트비가 제때 나오지 않아서 무리인 줄 알지만 원고를 몇 개 더 받아 며칠 밤을 새워 마감을 한 날이었다. 당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배도 고팠지만 입맛이 없었다. 메신저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진짜 '죽이는 곳'을 알아뒀으니 일단 뭐라도 먹자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친구를 따라 들어간 허름한 해장국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닭꼬치였다. 학교 앞에서 먹던 닭꼬치 맛이 난다. 톡 쏘는 매운맛과 뒤이어 느껴지는 달콤한 맛. 차곡차곡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사 먹던 닭꼬치 맛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머니에 가진 것이 없는 우리를 만족시키는 가격에 일단 마음이 편안해졌다.


돈을 늦게 주는 회사에 대한 흉을 한 덩어리, 선천적으로 가진 것이 너무 없는 우리의 신세한탄을 한 덩어리 결국 이 모든 것이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괴감만 또 한 덩어리 꼬치에 가득 끼우고 매콤 달콤한 양념을 발라 입에 넣는다. 우리 앞에 닥친 현실보다 양념이 더 강한 모양이다. 닭꼬치의 맛만 입 안에 남는다. 인위적인 자몽향이 가득한 자몽의이슬로 입가심을 하니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


하이라이트는 닭꼬치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해장국! 해장국집 간판을 걸어두고 해장국을 서비스로 주는 이 집의 해장국은 정말 술을 마시고 있어도 술을 깨게 만든다. 속풀이를 제대로 하며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테이블 위에 술병은 늘어가고 국물은 말끔하게 비워져 있다. 밤을 새우며 잔뜩 쏟아낸 눈물은 칼칼한 국물 맛에 싹 잊힌다.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식탁이다. 친구와 난 여전히 가진 것이 없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끔한 충고도 주고받으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격려할 수 있어 마음만은 든든하다. 날씨가 더 따듯해지기 전에 한 번 더 찾아가 매콤 달콤 양념을 묻혀 쫄깃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뜨끈한 국물에 지난겨울 묵은 감정도 씻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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