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를 위한 식탁

한 입 가득 행복한 햄버거, 부드러운 까르보나라 그리고 김치볶음밥

by 노크노크
원주 욜크.jpeg 한 입 가득 부드러운 햄버거, 까르보나라 그리고 김치볶음밥

너의 뒤늦은 입대 소식에 이제는 정말 우리 셋이 만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느라, 신혼집 인테리어를 하느라 바쁠 언니에게 연락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보자고 했다. 마침 퇴사를 해서 시간이 많아진 내가 우리 셋의 중간 지점인 원주에 가기로 했다.


춘천에서 시작된 우리 인연이 벌써 7년 째다. 이름에 모두 S가 들어간다고 트리플 S라는 그룹명도 지었다.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일상과 연애사 등을 이야기했고 종종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너는 정말 다정하고 섬세한 친구였다. 우리 셋의 우정이 이렇게 끈적할 수 있던 건 다 네 덕분이었다.


스물여덟, 뒤늦게 입대한다는 너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예전처럼 만나 수다를 떨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먹는 것뿐이었다. 3년 넘게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없던 우리가 3일의 스케줄 조정 끝에 드디어 만났다. 군대에 가면 가장 그리울 '느끼한 음식들'을 사주겠다며 원주에 사는 언니가 우리를 맛있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늦게 군대를 가서 힘들겠다며 온갖 호들갑을 떠는 우리에게 너는 담담한 말투로 '잘 다녀오겠노라'라고 했다. 영락없는 호구인 네가 군대에서 혹여 괴롭힘을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우리에게 어서 먹으라고 그릇을 당겨주는 너는 꽤 듬직해 보였다.


내가 정말 힘들 때 너는 늘 내 곁으로 와주었다. 사회의 소모품이 된 것 같아 깊은 좌절에 빠져있을 때 설상가상 큰 몸살이 와서 앓아누웠던 그때에 온다는 말도 없이 저녁 시간에 맞춰 너는 정말 '문병'을 왔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한 걸음에 고기를 사주려고 왔다는 너의 말에 난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정말 '나'여야만 하는 일이 생겨 마음이 울컥했었다.


너는 우리를 '누나'같은 존재라고 했다. 밥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건넨 편지에 '괜찮은 척하겠지만 사실 무척 떨리고 불안하다'라고 적혀있어 난 정말 친동생을 군대 보내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친구 '너'이기 때문에 괜히 더 걱정이 되었다. 햄버거를 입에 가득 넣고 우물우물 말하는 네가, 김치볶음밥이 맛있다고 남은 한 숟가락까지 깨끗하게 먹는 네가, 군대에서도 까르보나라가 나올까?라고 질문하는 네가 건강히 잘 다녀오길 언니와 난 진심을 다해 기도했다.


며칠 전 너의 편지를 받았다. 4월에 일병이 된다는 네가, 군대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는 네가 걱정되어 부대에 전화를 걸었다. 너는 다정하게 내 안부를 먼저 묻는다. 휴가를 나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너를 타박하며 요놈 저 놈 했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다음번에 휴가를 나오면 고기를 사주어야겠다. 곧 돌아올 너를 위한 식탁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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