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할 때 괜히 생각나는 속풀이 북엇국
회사를 다닐 때의 일이다. 야근을 하는 것이 딱히 억울한 건 아닌데 월요일이나 금요일 비교적 사람들이 야근을 하지 않는 요일에 홀로 남아 야근을 하게 되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시작하는 야근과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혹은 건너뛰고 시작하는 야근은 기분부터 다르다.
어찌 된 일인지 매일 남아 야근하는 과장님도 집에 일이 있으시다며 일찍 가시고 나만 덩그러니 사무실에 남았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익숙한 공간인데 동료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그곳이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야근이 처음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혼자이기에 어수선한 시간과 공간이었다. 왠지 모를 외로움도 마음 한편 자리 잡았다.
밥이라도 잘 먹고 하자
여느 때 같으면 굶거나 김밥 한 줄로 끼니를 해결했겠지만 혼자 남은 월요일 밤엔 어쩐지 챙겨 먹고 싶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북엇국 집에 들어가 앉았다. 점심엔 사람이 많아 한참 줄을 서야 했지만 저녁이 되니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북엇국 하나만 파는 이 집에선 1인분이요 한 마디면 주문이 끝난다.
테이블에 놓인 반찬을 적당히 덜기도 전에 음식이 나왔다. 지난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왜 이 북엇국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나오자마자 그릇째 들어 국물을 들이켰다. 술을 마신 날처럼 싱숭생숭하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속풀이 해장국을 먹으면 마음의 숙취까지 해장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려니 하고 살던 것이 문득 걸리적거릴 때가 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날이 있다. 홀로 남겨질 때 아니 홀로 남겨졌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가장 외로운 순간 난 늘 혼자인 것 같아 서러웠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혼자일 때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 것 같다.
말장난 같지만 그렇다. 술 한잔이 생각난다. 아직 월요일이라 술을 마시긴 좀 그렇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어를 잘라 넣고 파와 계란을 풀어 휘휘 저은 속풀이 해장국 한 그릇에 시원하게 사라진다. 깔끔한 국물과 무한으로 건더기와 국물을 리필해주는 넉넉한 인심에 훈훈함마저 깃든다.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할 땐 외로움이란 녀석이 더 큰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두둑이 배를 채워야 한다. 그 허기가 그 허기는 아니라는 걸 나도 알지만 묘하게 그 허기는 이렇게도 채워진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겨우 홀로 남아 야근한다고 외로움을 느껴버린 나약한 나에겐 엄청난 위로가 된다.
퇴사를 했지만 월요일 저녁이 되면 종종 그 날 먹었던 북엇국이 생각난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감정이 특별한 식탁을 만들었다. 근처에 가게 되면 다시 들러 북엇국을 먹어야겠다. 빈 속을 든든하게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