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싶은 이를 위한 식탁

양파 얹은 연어, 무순 넣고 김에 싸 먹는 참치 (feat. 처음처럼)

by 노크노크
보드라운 연어와 사각거리다 입에서 녹는 참치 (feat. 처음처럼)


나에게는 술친구가 한 명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녀와 난 학창 시절엔 가깝지 않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 다른 친구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가까운 거리에 살게 되어 자주 볼 수 있었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관계가 돈독해지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술친구인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살며 까다롭지 않은 식성을 가졌고 '적당한' 음주 습관을 통한 지속적 음주문화를 지향한다. 이거다! 싶은 안주거리를 알게 되면 바로 연락해 시간을 잡는다. 주종은 선택된 안주와 식당의 분위기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얼마 전 동네에 가성비가 좋은 이자카야를 발견하게 되었고 여느 때처럼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오늘 한잔 어때?


오늘의 안주는 무한으로 리필된다는 연어와 참치! 원래 사케를 도전할 생각으로 갔는데 사케보다는 소주가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다. 연어란 음식 자체가 느끼해서 많이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금세 그릇이 비었다. 리필해주는 곳이 의례 그렇듯 두 번째 접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처음과 똑같은 퀄리티의 연어와 참치가 테이블에 놓였다.


친구는 요즘 홀로서기 중이다. 아직 대학원생인 관계로 재정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해 부모님의 제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지만 조금씩 홀로서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정말 '모범생'으로 자라온 녀석이 부모님이 원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기까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나도 가끔은 착한 딸 콤플렉스를 이기지 못하고 부모님의 말에 제대로 휘둘리곤 한다. 20년간 부모님이 주입한 가치관을 떨쳐내기란 알을 깨고 나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내가 맞다고 확신한 일도 엄마의 한 마디에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나와 친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제 막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부모님의 결혼 권유는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조건에 맞춰 사람을 만나고 미적지근한 관계를 부모님들 때문에 이어가야 하는 것은 비단 소개팅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세상 밖으로 걸어가고 싶은 친구에겐 제한된 선택지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나 자신은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은데 자꾸만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부모님의 생각은 이해와는 별개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어에 양파를 얹고 와사비를 푼 간장에 푹 찍어 입에 넣는다. 보드라운 연어 덕분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진짜 자유를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친구와 나는 술잔을 부딪힌다. 물론 살아가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겠지만 이런저런 걱정들은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초장을 찍은 참치 위에 무순을 몇 개를 넣어 김으로 감싼다. 가만 아까 미뤄둔 걱정도 참치 위에 얹는다. 김을 싼 참치에 고소한 참기름을 콕 찍어 한 입에 넣는다. 다채로운 맛에 마음까지 풍족해진다.


우리는 걱정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 많지만 그 걱정 또한 우리가 짊어지고 갈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잘 안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우리는 아주 작은 것부터 '책임'지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아직은 불안하고 위태롭다는 친구의 술잔에 소주를 채워준다. 친구야 자유를 향해 가는 것이 너 혼자만은 아니란다. 짠! 술잔을 다시 한번 부딪힌다.


한참 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을 친구를 위해 기막힌 비주얼의 피자집을 알아두었다. 친구가 한숨 돌리고 나면 피맥을 하러 그곳에 가자고 연락해야겠다. 자유롭고 싶은 나의 술친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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