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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May 15. 2017

당신과 오늘

안녕하세요, 노크노크입니다

안녕하세요, 노크노크입니다.


시간 있으면 제 이야기 좀 들어 달라고 수줍게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1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났습니다. 나 자신이 너무 견딜 수 없이 지겨워져 울컥! 부족한 글로나마 '솔직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으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비교적 강한 사람들 틈에서 성장한 저에게 '눈물'은 곧 약점이었고, '감정'은 곧 성장의 장애물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땐 선배에게 "울면 경쟁자들에게 약점만 보이는 거야. 절대 학교에서 울지 마."란 충고를 들었고, 처음 '회사'라는 곳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회사에서 울지 마, 차라리 바지를 벗고 춤을 추는 게 남는 장사야. 절대 울지 마."란 충고를 들었습니다. 


모든 일을 별 일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나름 잘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의 기대를 모두 무너뜨리고 어느 순간 픽- 맥없이 고꾸라졌습니다. 일어날 의지도 없었고, 일어나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약한 모습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브런치란 공간을 알게 되었고 서툰 글솜씨에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많아 실명 대신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솔직해도 괜찮을거야'란 자기 위안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읽어줄 누군가를 위해 저를 끊임없이 포장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스스로와 작은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저만의 일이라고 여겼던, 보잘것없는 감정이라 무시했던 이야기들을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셨습니다. '잘 읽었다'는 댓글에 마음이 따듯했고 자신의 깊은 상처를 댓글로 담아주셨을 땐 저도 한참을 마음 아파했습니다. '공감한다'는 댓글 덕에 나약하다 여겼던 제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졌고, 이메일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 덕에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이 소통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서툴어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브런치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은 것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는데, 저보다 먼저 이 소식을 알고 연락을 주신 많은 브런치 작가, 독자 분들 덕분에 놀람을 넘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글을 쓰는 제가 늘 더 위로받는 공간이었는데 저를 아는, 제 글을 읽은 분들에게 축하까지 받으니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에게는 브런치 계정을 공개하지 않아 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나눌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저보다 더 기뻐해 주시고 축하해주신 브런치의 인연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쩌다 보면 지나쳤을 '오늘 하루'를 기록하면서 저에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입사를 했고, 졸업을 했고, 퇴사를 했고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회사'는 아니지만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크고 작은 인연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글을 정리하면서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적어 내려간 모든 글에는 결국 '함께'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함께였다고 생각하니 문득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주책 맞은 눈물이 제가 카페라는 곳에 앉아 있는 것도 잊고 뚝뚝 떨어져 내렸습니다. 


부족한 저를 마음으로 안아주셨던 지인들, 부족한 글에 공감해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주신 브런치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 11월까지 저만의 시간을 갖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음에 내키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내키지 않는 일은 과감히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쁘게 '주어진 일'에만 매달려 살았던 스스로에게 '선택'이라는 선물(이라고 쓰고 과제라고 읽습니다)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걸러내는 것은 현대판 노예에 최적화된 저에게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하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괜한 선입견 때문에 소통을 꺼렸던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 또한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전시 프로젝트에서 말과 글을 담당하며 공간에 컨셉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30 세대가 고민하는 것들을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음식 앞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짧게나마 저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이유는 저에게 이메일을 주시면서도 머뭇, 괜히 바쁜 저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미안하다 하시는 분들에게 '방해'가 아니라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고마운' 인사였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제 조금 편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학부를 졸업하면서 만든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야기는 나를 만들었고,
나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옹알이로 시작해 말과 글을 다루는 제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 덕분에 내일의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저에게 이야기를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들으며 살아가겠습니다.



두서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는 내내 즐거운 글이었습니다. 맥주 한 캔을 하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



p.s. 누군가의 방에 들어갈 때 노크가 필요한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갈 때도 노크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똑똑(knockkncok) 두드리는 사람도 그 소리를 듣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해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필명을 물어봐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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