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쓴다', 글을 '쓴다' 그리고 마음을 '쓸다'
다시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밤을 잃었다.
밤이 주는 고요함보다는
잠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며칠을 보냈다.
유난히 피곤했던 어느 날,
10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말똥말똥
어두운 방에 누워 눈을 깜빡거렸다.
참 오랜만이었다. 새벽.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새벽은 참 섬세하고 조용하다.
이 좋은 시간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씨를 대충 썰어 올려놓았다.
아무리 봐도 그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참을 노려보다가 구석에 놓아둔 걸레를 들어
쓰윽- 글씨를 훔쳐내려는데
걸레에 물기가 하나도 없어서 포기해버렸다.
결국 하얀 종이를 구겨 구석에 처박았다.
종이에서 떨어진 글자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방바닥을 누빈다.
이내 껑충- 침대로 뛰어오르더니
내 마음마저 어지럽힌다.
누구에게 고통을 호소할 수도 없는 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밤이었다.
어떤 모양으로도 날 표현하기엔 부족한 밤.
잠들기도 애매해 꿈마저 꿀 수 없던 밤.
마음을 쓴다. 글을 쓴다.
아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쓸어내린다.
참 오랜만이다, 새벽.
참 오랜만이다,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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