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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Jul 26. 2017

<청년 경찰>의 세 가지 매력

영화 <청년 경찰> 후기

한줄평 : 적당히 웃기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그 어려운 걸 박서준과 강하늘이 해냈다

관전 포인트 : 두 배우의 연기와 브로맨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연출

주의 : 20대도 오그라들게 만드는 두 배우의 너드 st 언어 습관 (feat. 빅뱅이론의 쉘든)         

그들의 우정은 한우 살치살 흡입을 약속하며 시작되었다

심각한 수사물에 심취한 내게 코믹 수사물은 그리 익숙한 장르는 아니었다. 영화 <청년 경찰>은 경찰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기준-박서준 분)', '색다른 진로 탐색을 위해(희열-강하늘 분)' 경찰대에 입학한 세상 단순하고 평범한 경찰대생(이라 쓰고 오버 워치에 목매는 좀 모자란 동네 대학생 형이라 읽게 되는)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청춘 코믹 수사물이다.


영화의 초반, 기준과 희열은 수사의 중요한 3가지 방식이라는 시험문제에 각기 다른 답을 써낸다.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기준은 '열정', '신념' 그리고 '진심'을, 공부 머리가 참 좋은 희열은 '현장, 물품, 피해자' 중심의 수사라는 정답을 적어 넣는다. 두 사람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이 답안지는 사건을 풀어가는 단서가 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동력이 된다.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필자는 기준이 써낸 답으로 <청년 경찰>의 세 가지 매력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1. 열정

경찰대에서 2년을 보낸 기준과 희열은 말 그대로 '경찰'이 아닌 경찰대 '학생'이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큰 목적 없이 학교 생활을 해나가던 두 사람에게 논현역 뒷골목에서 목격한 윤정이 납치 사건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다. 납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기준과 희열은 우선 '열정' 하나만 가지고 '현장 중심' 수사부터, '물품 중심' 수사를 거쳐 '피해자 중심' 수사로 확대해 납치된 윤정이를 찾아낸다. 경찰이라는 '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두 캐릭터의 터무니없는 행동과 열정이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면서 청춘물다운 면모를 선보인다.

난자 공장을 만든 범죄 조직으로부터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잠입한 '예비' 경찰 기준과 희열


2. 신념

사는 것이 바빠 '신념'은커녕 가벼운 신뢰조차 지킬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기준과 희열은 경찰이 되겠다는 특별한 목표 의식은 없었지만,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돕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청년들이다. 엄청난 시스템 속에서 '신념'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근본이 되는 동시에 가장 잊히기 쉬운 요소이기도하다. 기준과 희열은 경찰이 가져야 할 신념을 끝까지 지킨다. 그리고 적당히 웃겨야 한다는 코믹 수사물의 기본 원칙 또한 성실하게 지켜낸다. 확고한 신념은 캐릭터의 행동을 단순화시키고, 단순한 전개는 가벼운 개그 코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현장을 목격하고도 '시스템'을 운운하는 교수를 향한 눈빛 레이저 발사

3. 진심

기준과 희열이 목격해서 덜미를 잡은 사건은 가출한 여고생들을 납치해 난자 공장을 만들어 난자를 거래하는 브로커 범죄로 결코 가볍지 않다. 코믹 영화에 너무 무거운 주제가 나온 것은 아닌가 싶어 잠깐 불편하기도 했지만 기준과 희열의 '진심'에서 비롯된 용기는 신파적인 결론마저 신박하게 만든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 범인들을 잡았건만 기준과 희열에게 돌아온 건 상이 아니라 경찰도 아닌데 휘두른 폭력에 관한 처벌이다. 이렇게 겨우 경찰이 되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긴 두 사람은 경찰이 되지 못할 위기에 처하지만 그들의 '진심'을 높게 산 경찰대 교수(성동일 분)의 변호로 퇴학의 위기를 면하게 된다. 열정과 신념이 희석된 어른들의 마음을 열정과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진심'으로 움직인 것이다.

소녀들을 구해야겠다는 '진심'을 가지고 '메두사'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준과 희열

영화<청년 경찰>의 단순한 개그는 단순한 상황과 만나 빛을 발한다. 단순하고 확실한 캐릭터는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연출을 만나 매력을 발산한다. 처음에는 손발 오글거리는 2차원 개그가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더니 나도 모르게 학습한 개그 코드가 영화 중간 중간 심각한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와 큰 웃음을 준다. 원래 영화에서 적당히 웃기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과 빈칸으로 남겨진 대사를 놀면서 채웠다는 두 배우의 센스가 그 어려운 걸 다 해낸 느낌이다. 엄청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가서 본다면 2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대놓고 'B급'이라 더 재미있고 열정, 신념, 진심이 있어 더 매력 있는 영화다.


덧, 두 배우의 케미는 보는 내내 입꼬리를 상승시켜준 무적의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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