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크노크 Nov 17. 2017

사랑에 있어 제 3자가 된다는 것

영화 <리빙 보이 인 뉴욕> 리뷰


영화를 보는 순간, 다시 뉴욕에 가고 싶어 졌다. 붉게 물든 공원 벤치에 앉아 단편 소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고 싶어 졌다. 일단 분위기가 한 몫 제대로 하는 영화다. <리빙 보이 인 뉴욕>은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감독의 가을 로맨스로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네 남녀의 사랑을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풀어낸다.



제 3자의 정의


남녀 관계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눈에 불을 켜고 싸우다가도 불과 몇 분만에 뜨겁게 사랑을 토해내는 것이 남녀다. 오죽하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을까. 사랑의 무게를 재는 엄청난 발명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남녀의 관계는 제 3자는 평생 모를 미지의 영역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 토마스는 제 3자로 그려진다. 이야기는 토마스의 시점에 따라 전개되지만 사랑의 영역에서 토마스는 '중심'이 될 수 없고, 자신이 중심이 아닌 그 관계를 통해 휴학을 하고 내면의 방황을 겪던 토마스는 성장하게 된다.  



수상한 이웃


우편물을 꺼내 드는 토마스에게 뜬금없이 조언을 건네는 중년의 남성 제랄드. 토마스는 새로운 이웃에게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낀다. 교과서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아버지 에단 웹과 비슷한 연배지만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제랄드의 매력에 빠진 토마스는 제랄드와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된다.


토마스와 수상한 이웃 제랄드


진로 상담사와의 약속을 잡아주며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라는 아버지와 달리 제랄드는 토마스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짜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는 제랄드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 임을 알게 되고 수상한 이웃 제랄드의 정체가 밝혀진다.




당신과 자는 이유


토마스는 병약한 어머니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에단 웹에게 분노한다. 토마스는 정서가 불안정하고 자주 우울감을 느끼는 어머니에게 이혼이라는 큰 상처까지 생길 걸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내연녀 조한나를 본 토마스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 이외의 감정이 침입한다.


아버지의 내연녀가 누구인지 미행하는 토마스


자꾸 마음속 깊이 묻어둔 욕망을 부추기는 수상한 이웃 제랄드는 그 부수적인 감정을 끄집어낸다.


그냥 그녀와 자고 싶다고 말해


제랄드의 말대로 토마스는 조한나의 지적이고 섹시하며 자유로운 매력에 빠져든다. 그런 토마스의 감정을 똑똑한 조한나가 모를 리 없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핑계로 조한나에게 달려든 토마스는 결국 자신의 욕망 때문에 조한나와의 은밀한 관계를 선택하게 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자신의 앞 날에 대한 혼란으로 가득 찬 토마스에게 아버지 에단 웹과 조한나의 관계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토마스는 철저하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조합하여 최선의 방책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조한나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고 결국 아버지 에단 웹에게 조한나와 잠자리를 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 에단 웹이 조한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 그렇게 어머니와 가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토마스에게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수상한 이웃 제랄드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이야기는 새드 엔딩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와 재능이 없지만 사업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했고, 여자는 결국 사업 능력이 뛰어나 출판사 대표가 된 남자와 결혼을 한다. 둘 사이에 아이가 없자 부부는 재능이 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작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한다. 그리고 세 사람은 엇갈린 마음에 대해, 잘못된 선택은 마음에 병을 남긴다.


재능이 있는 작가에게 태어나 재능은 없지만 사업 감각이 있는 아버지에게 자란 토마스는 자신의 관점이 아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산 세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이 글을 쓰고 살길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에 있어 철저한 3자가 되었지만, 제 3자로서 범한 경솔함을 인정하고 조금 더 단단해진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용기를 갖는다. 새드엔딩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다시 해피엔딩을 향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막장'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용기를 내지 못한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한 청년의 성장기로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메우는 뉴욕의 가을이 자꾸만 생각난다. 다시 한번 뉴욕에 가고 싶다. 나도 내 선택에 책임질 용기를 갖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 멍멍이 진진과 아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