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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Dec 09. 2017

소개팅도 다다익선?

연말이 외로운 당신에게_ 

연말이다. 꼭 연말이라 그런 건 아니지만 지인들의 소개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너 아는 사람 많잖아
나 소개팅 좀 해주라 
진짜 연말에 외로워 죽겠다


사실 아는 사람은 참 많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을 아는 사람에게 무작정 소개팅을 시켜준다면 내 뺨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은근 잘 맞을 거 같아서 문득 강력한 추진력 발휘하며 소개를 해준 사람도 미적지근하게 '하하, 참 좋은 분이었어.'라는 말을 남기는데, 애초부터 '이건 아니지'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할 순 없다. 


나는 소개팅의 요정이었다. 소개팅 주선도 많이 했지만 실제 소개팅에도 많이 나갔다. 그렇지만 그 수많은 소개팅이 무색하게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은 딱 한 명, 그마저도 딱 한 달을 만났고 장거리 연애(?)였던 탓에 두 번 만난 뒤 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팅도 다다익선'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믿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언젠가 내 짝을 찾게 되리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 소개팅, 저 소개팅을 전전하며 소개팅 전용 식당과 메뉴에만 능통해진 내게 철저히 데이터 기반의 팩트 폭격의 아이콘 지인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소개팅 상대가 내 마음에 들 확률이 10분의 1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둘 확률이 10분의 1

결론적으로 소개팅에서 커플이 될 확률은 100분의 1

여기에 각종 변수가 개입되면 

소개팅에서 커플이 될 확률은 100분의 1보다 적어요.  

반면 제가 본 다른 논문에 따르면요,

미국에서 보통 수준의 외모의 여성으로 실험을 했는데 

남성이 모르는 여성에게 번호를 알려줄 확률이 6분의 1,

남성이 여성의 연락에 응답할 확률이 다시 6분의 1 

이걸 합치면 길거리에서 번호를 물어 커플이 될 확률은 36분의 1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기약 없이 소개팅을 계속하시는 것보다 강남역에서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시는 게 짝을 찾는 더 빠른 방법이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지인이 어찌나 얄밉던지. 


정확한 출처도 없으시면서! 하고 받아쳐놓고는 묘하게 설득되어 소개팅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렇게 신뢰도 없는 논문의 숫자 놀음에 장기간 이어오던 프로젝트에 흥미를 잃게 되다니 조금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소개팅 횟수를 세는 것이 양손 모두를 쓰고도 모자라게 되는 시점에 이르자 정말 강남역에서 눈을 크게 뜨고 서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으로 연애 대상을 찾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운명의 상대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날아드는 청첩장에 부러운 마음이 든 적은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혼이라는 관문에 다다른 그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연말이라 그런지 괜히 센치해진건지도 모르겠다. 




소개팅도 다다익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내가 소개팅을 그만두게 된 계기는 겨우! 연구에 신뢰도는 없지만 구체적으로 제시된 숫자 때문이었다. 연말이 외로운 당신은 이 숫자들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해진다. 혹시 100분의 1의 확률(?)로 만나 여전히 행복한 동화 속에 있는 커플들에게는 축복을! 여전히 연말이 외로운 당신에게는 소개팅도 다다익선은 잠시 미루고, 마음에 담아둘 사람이 생기기를 혹은 마음에 담아둔 사람에게 고백을 할 용기가 있기를! 기도해본다. 


덧, 이 글은 소개팅 주선 압박을 받아 작성된 글이 결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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