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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May 07. 2018

우리 헤어져야 할까?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리뷰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이번 달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Like Crazy>(2011)를 보고 왔다. 2011년작이기 때문에 함께 가기로 한 지인은 이미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지만 흔쾌히 재관람을 수락하였다. 지인은 영화의 내용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영화를 처음 보는 내게 엄청난 스포를 하고 말았다.


연인 사이인 한 남녀에
관한 영화였던 것 같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한 마디가 스포인지 몰랐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그는 본인이 엄청난 스포를 해버린 것 같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고 난 눈을 살짝 흘겨주었다. 영화는 정말 연인 사이인 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의 도입은 얼핏 평범한 캠퍼스 로맨스처럼 보인다. LA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애나가 같은 수업을 듣는 미국 남자 제이콥에게 용기를 내어 마음을 전하고 둘은 곧 사랑에 빠진다.


애나와 제이콥의 첫 데이트


애나는 글을 쓰고, 제이콥은 가구를 그린다. 서로에게 완벽히 몰입한 두 사람은 곧 자신의 작품에 서로를 담는다. 애나의 글에는 제이콥이, 제이콥이 만든 의자에는 애나가 담긴다.


글을 쓰는 애나에게 제이콥이 선물한 의자에는 '미친 듯이 Like Crazy'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의자에 적힌 문구처럼 둘은 뜨겁게 사랑한다. 시간은 금방 흘렀고 애나와 제이콥은 졸업을 앞두게 된다. 보통이라면 졸업을 한다고 해서 둘의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아, 우리나라의 취업난을 생각하면 달라지는 게 많을지도) 영국 여자인 애나에게는 비자 만료라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잠깐의 이별을 견딜 수 없던 두 사람이 떠난 여행
비자문제를 해결하러 떠나야하는 애나에게 제이콥이 건넨 팔찌엔 "인내Patience"란 단어가 새겨져있다


두 사람은 잠깐의 이별이 아쉬워 여행까지 떠나지만 여행지에서 애나는 곤히 자고 있는 제이콥을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비자 체류기간을 어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결정을 사랑의 이름으로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탈 정도로 여긴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두 사람만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다. 애나가 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결국 영국에 돌아가면서 둘은 잠깐 떨어져있게 된다. 하지만 애나는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준 시간에 발목이 잡혀 다시 미국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서로를 너무 만나고 싶어 체류기간을 어긴 애나는 4번이나 항소하지만 결국 제이콥이 있는 LA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제이콥이 만든 애나의 의자와 제이콥이 준비한 애나를 위한 위스키


서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은 이별한다. 그리고 한 때 삶의 전부였던 서로를 잊지 못해 제이콥은 영국으로 날아가며 비로소 둘은 다시 사랑한다. 마치 서로가 아니면 어떤 의미도 없는 사람들처럼 애틋하고 간절하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진짜 메시지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연인의 애틋한 감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미친 듯이 사랑한 남녀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엄청난 고민 끝에 애나와 제이콥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물리적인 이별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이 떨어진 시간 동안 애나는 런던의 한 매거진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인정받고 제이콥은 LA에 차린 가구 공방이 자리를 잡는다. 이제 두 사람은 비자 문제를 넘어 생계와 안정의 문제를 더하게 된다.


큰 결심을 하고 런던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제이콥과 애나
계속되는 런던 생활에 혼란을 느끼는 제이콥


한 때 둘은 미친 듯이 사랑했고, 둘이 아니면 안 되는 애틋함과 간절함이 있었고, 런던과 LA를 오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비자 문제가 아니었다면 둘은 계속 미친 듯이 사랑할 수 있었을까? 현실 앞에서 무조건 사랑만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애나와 제이콥은 조금 무모하지만 함께 있기 위해 비자 체류기간을 어기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결국 두 사람을 위기로 몰고 간다.


떨어져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을 봐도 된다고 말하는 애나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두 사람이 다시 재회했을 때에도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애나는 제이콥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네고 제이콥은 상대의 말이 진심이 아닌 줄 알면서도 결국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또 서로가 보이지 않는 삶이 시작된다. 갈등이 극에 치닫고 모든 것이 정리될 무렵 두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애나의 비자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우여곡절을 겪어온 두 사람은 다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내리게 될까? 갈등이 시작된 부분부터 꽤 많은 장면에 공감했던 나는 영화의 결말이 참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이 상황에 과연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연인 사이 두 남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쩌면 마주칠 수도 있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막을 내린다.


본의 아니게 내 지인이 내게 했던 스포보다 더 디테일한 스포를 해버렸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설명으로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른 미묘함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주인공 애나와 제이콥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인지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 장거리 연애를 앞두고 있는 사람, 두 사람의 현실적인 격차 때문에 이별이 내내 두려운 연인이라면 손을 꼬옥 잡고 함께 영화관을 찾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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