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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Jun 30. 2018

관성을 바꾸는 작은 이상

영화 <뉴턴 Newton>(2017)을 보고

*본 영화는 2018 제 6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램을 보고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아미트 마서카 감독의 <뉴턴>이다. <세 얼간이>, <내 이름은 칸>을 통해 발리우드 영화에 눈을 뜬 내가 절대 놓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상영되는 영화라 그런지 사전 정보가 많이 없었고, 상영장에서도 자리를 잘못 앉아 앞사람에 의해 자막이 가려져 아쉬움이 컸지만 영화가 재미있어 국내에서 꼭 정식 개봉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다. 8억 명 이상의 유권자와 900만 개 이상의 투표소가 있다. IT 강국답게 정글 속에서도 투표는 전자투표로 이루어진다. 다만 문제는 유권자에게 '선거'와 '민주주의'가 아직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인도의 현실이다.


영화는 장관실의 예비인력이었던 뉴턴이 공산주의 게릴라군과 인도 정부군의 전투가 진행 중인 인도 중 북부 차티스가르 인도군 캠프에 투표소를 설치하러 가면서 시작한다. 뉴턴은 이상주의자이자 매우 깐깐한 매뉴얼 같은 남자다. 뉴턴은 자신에게 닦칠 위험이나 불편함보다는 자신이 맡은 '선거'를 제대로 치르는 것에 관심이 많다.



매뉴얼대로 현지 통역사 말코를 채용해 통역과 선거 참관인을 맡기고 위협적인 어조로 선거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부사령관 아맛 싱과 그 군대를 설득해 선거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선거 장소는 뉴턴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누군가 인근에 불을 질렀고 화가 난 사람들은 폐허에 그 분노를 표현했다. 계획에서 한참 벗어난 선거 장소이긴 하지만 뉴턴은 청소를 하고 매뉴얼대로 책상과 전자투표 장치를 배치해 선거장을 차린다.



이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공산주의 게릴라군이 두려워 선거를 하러 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뉴턴은 그들을 설득해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장을 찾길 바랐지만, 장관이 외국 언론과 함께 정글 속 선거장을 방문한다는 보고를 받은 부사령관은 군대를 시켜 강제로 마을의 유권자들을 선거장으로 데려온다.



뉴턴은 이상을 담아 주민들에게 선거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진행하지만 부사령관은 그런 뉴턴의 말을 막고 그냥 선거 기호 대신 적힌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 모양의 버튼을 누르라고 설명한다. 이런 부사령관의 모습을 보고 뉴턴은 어이가 없다. 선거가 치러지든 말든, 어떤 식으로 치러지든 상관이 없었던 상황은 장관이 각종 언론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180도 달라진다. 마치 엄청난 역사의 현장인 것처럼 인터뷰를 하고 장관은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짧은 정치 쇼타임이 끝나자 선거장은 조용해진다.



부사령관과 그의 군대 그리고 선거 임무를 위해 함께 온 동료들마저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철수할 것을 권한다. 원칙대로 3시까지는 유권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뉴턴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비교적 평화로운 점심시간에 총소리가 들린다. 선거를 막고 싶어 하는 공산주의 게릴라군이 침투했다는 무전과 함께 선거인단은 선거장을 빠져나갈 채비를 하고 군인들은 전투를 준비한다. 뉴턴도 부랴부랴 짐을 챙겨 군대의 안내를 따라 정글을 빠져나가지만 곧 군인들이 선거를 철수하기 위해 일부러 게릴라 군이 침투한 것처럼 연극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깐깐한 이상주의자 뉴턴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거지로 돌아간다.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뉴턴이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은 그저 이상일뿐 투표권을 가진 누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뉴턴의 캐릭터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의 이상은 그동안 관습처럼 관성처럼 받아들여지며 민주주의 실현을 어렵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는 뉴턴이란 인물을 통해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의 타이틀 이면에 감춰진 인도의 현실을 재치 있게 다룬다. 영화를 다 보고 찾아본 인터뷰에서 감독은 과학자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관성,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으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자 하는 캐릭터 뉴턴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말했다. 발리우드 특유의 발랄함과 정치 장르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영화였고 근현대사 시간에 배웠던 부정선거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오버랩되며 잡다한 생각들이 꽤 오래 머물게 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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