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노크노크 Jul 23. 2018

와이콤비네이터가 집중하는 것

북저널리즘 <Why, YC>를 읽고


스타트업은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다.
YC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문제인지를 묻는다.
그런 문제가 해결되면 성장이 생기고,
성장이 커지면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는 것이
YC의 철학이다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나는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단지에서 1년 3개월을 매니저로 근무했고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란 단어와 결코 멀지 않은 삶이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이후 YC)를 다녀온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대표님 6인의 인터뷰가 실린 <Why, YC>란 책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말은 위에 옮긴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님의 말이었다. 그렇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다.


여기서 문제는 말 그대로 해결해야 할 골칫덩이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나 시장의 필요일 수도 있고, 범인류적인 영역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No 아니다'다. 그들도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돈, 시간, 인력 등)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문제 해결은 생존이 달린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창업을 할 수 없고,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면 고객을 얻을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렵게 얻은 고객을 잃게 된다. YC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이유는 결과론적으로 봤을 땐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트위치 등과 같이 멋지게 문제를 해결한 유니콘 기업을 양성해낸 곳이기 때문이고 과정론적인 부분을 추측해보면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학습시키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Know yourself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인지 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YC에 입학하는 과정은 기업이 자신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게 한다. 자신에게 놓인 문제를 잘 정의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기업일수록 YC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YC는 투자 기준이 굉장히 명쾌한 조직이다. (중략) 3개월 후 데모데이 때까지 파트너들이 트랙션을 키워서 기업 가치를 최소한 두세 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회사에만 투자한다  - 시어스 랩, 정진욱 대표
"YC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그런데 우리 경험상 너희 시장은 좋지 않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왜 흑자가 아니냐, 흑자전환하려면 직원 몇 명을 해고해야 하는지 아냐"라고 물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면서 역할이 뭔지 급여는 얼마인지, 왜 해고하지 않는지, 일일이 파고들었다. 30분 동안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미소, 빅터칭 대표


YC에 입학할 땐 약점을 포장하거나 듣기 좋은 말로 순간을 모면하기 어렵다. 이곳을 경험한 대표님들의 증언대로 형용사나 미사여구보다 임팩트 있는 숫자나 볼품이 없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직설적인 문장이 합격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YC에서의 12주 동안, 교육이 끝난 뒤 투자자들 앞에서 하게 되는 데모데이까지 기업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정의하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해결책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얼마큼 성장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YC의 네트워크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끼리는 친해진다. 그룹 오피스 아워에서는 회사가 개판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솔직하게 까발려야 한다. 그래야 파트너들이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려 줄 수 있다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모든 것이 싹 바뀌었다. 회사 이름, 대상 고객, 비즈니스 모델 등등. YC가 아니었다면 반년은 더 삽질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반년은 평생이다.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창업자에게 제일 위험한 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차라리 사업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잘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다. 착각하고 있으면 개선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YC는 쓴소리여도 무조건 강조한다 -미소, 빅터칭 대표


YC에서 문제점은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해서 빠르게 해결책을 찾게 만든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다 보면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가는 보람된 과정이 된다. 제대로 문제를 보지 못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하는 단계로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고 우선순위를 정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은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김동신 대표님의 말대로 스타트업에서의 반년은 평생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창업자 혼자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팀이라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잘되고 있다'는 착각이 '잘하고 있다'는 영혼 없는 칭찬이 스타트업을 병들게 만든다는 것을 YC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며 기업들을 성장시킨다.




Make Something People Want


YC의 티셔츠에 적힌 말이기도 하고 YC를 경험한 대표님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한 말 또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는 것이다. 세상에. 하버드에 입학하는 것만큼이나 치열한 경쟁력을 뚫고 들어간 창업자들에게 이 말을 반복하는 YC도 신기하고, 계속해서 본질에 다가가게 하는 질문들이 YC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답하는 창업가들도 신기하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들이 아닌가.


YC에 들어가면 "본질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을 최대한 줄여라. 제품을 만드는 일과 고객과 얘기하는 일, 이 두 가지만 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YC는 스타트업을 괴롭히지 않는다. (중략) 장소 제공도 안 해주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만나지, 누가 참석했는지 체크도 안 한다. (중략) YC은 창업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한다.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자원, 조언을 제공한다. 이 점이 최고 엑셀러레이터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시어스랩, 정진욱 대표


YC는 창업자로 하여금 '본질에 대한 고민'을 계속 상기시킨다. 투자자보다 고객을, 네트워킹보다 서비스를, 심지어 자신들이 마련한 정규 프로그램보다 기업의 더 발전된 MVP 모델 출시를 우선시할 것을 계속 강조한다. 스타트업의 태생적 한계를 오히려 기회로 역전시킬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고객'에게 있다.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면 그 비즈니스는 제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토대로하고 훌륭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다.


거의 대부분의 창업자가 자기가 원하는 앱 서비스를 만든다. 론칭을 하고서는 "아무도 안 온다"라고 한다. 그럴 때 YC가 하는 말이 "이용자와 대화하라"이다 -심플해빗, 김윤하 대표
YC 티셔츠에도 적혀 있는 말이다. "Make something people want" 예전에 에어비앤비가 YC에 들어왔을 때의 일이다. 폴 그레이엄이 "너희 고객 어디 있어?"라고 하니까 뉴욕에 있다고 했단다. 그러자 폴이 그랬다더라.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 우리 프로그램 듣지 말고 매주 뉴욕 가" 그래서 매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갔다고 한다. (웃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고객과 가까이 있으라는 얘기다 -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고객'보다는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부터 직원들까지 자신의 분야에는 능숙하더라도 '고객'을 대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디자인, 투자자 미팅, 지원 사업 등 눈에 당장 보이는 것에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경우가 많다. YC가 에어비앤비에게 고객을 만나러 매주 뉴욕에 가라고 한 것은 비단 물리적인 위치를 지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고객을 정확하게 알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고객이 가지게 되는 문제가 곧 서비스가 해결할 문제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읽었던 하나의 글이 생각난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데 자신을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것 같다는 것이 골자였다. VC들을 만나고, 여러 곳에서 피칭을 하고, 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자신이 사업을 잘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정책과 스타트업을 위한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최근 공감했던 글 중 하나는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님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는데 이곳에 잠깐 옮겨보겠다.


여하간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것들:
1. 회의 참석
 2. 출장 비행기 탑승
3. 관련 분야 독서
4. 일을 하기 위한 환경 준비
5. 보고서 작성 또는 검토


이처럼 사업에 꼭 필요한 일들처럼 보이지만 아직 사업이 안정화되지 않은 스타트업에겐 부수적인 일이지 결코 주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 많다. 물론 1번이나 2번은 목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4,5번의 경우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끝내야 할 일이다. 현명한 창업자라면 자신이 본질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창업자 자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창업자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볼 때와 사용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볼 때 큰 차이가 있다. 제 멋에 취해 고객이 이렇겠거니 하며 가설을 세우고 스토리보드를 만들지만 막상 고객 데이터를 확인하면 고객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만 힘을 준 경우가 적지 않다. YC는 기업들이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묻는다. "그래서 너희가 지금 만드는 것이너희 회사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맞니?"




Y Combinator DNA


사람들은 YC를 거치며 문제를 정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매번 발생하는 문제들을 결코 간과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모든 답이 고객에게 있으며, 고객을 생각하며 만드는 제품이 사업의 본질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것 또한 그들이 잘 하는 일이다.


YC라는 훈장과 북페이스(YC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미국은 연쇄 창업가들이 많다. 농담이 아니라 'YC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닌다. YC의 훈장을 받고 나면 투자자들이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를 신뢰한다. 그 창업자의 DNA에 YC의 경험이 쌓여 있다고 생각하고, 그가 설립한 회사가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클지 추론한다 - 시어스랩, 정진욱 대표
YC에 있는 동안 마이클, 아도라에게 받았던 조언을 돌이켜 보면 모두 지속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고객 유입 비용을 줄이고, 기존 고객 유지 비율을 높이라는 것. 이 배움이 가장 값졌다 -브레이브 모바일, 김로빈 대표


언뜻 YC는 초기 기업의 가능성을 사고 이 가능성에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으려는 냉철한 자본주의의 산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본질을 헤아려 세상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훌륭한 DNA를 갖게 만드는 엄마 같은 곳에 가깝다.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YC에서 '태어났다'라고 하는 것은 이 기업들이 YC가 심어준 훌륭한 창업 DNA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곳을 거친 많은 기업들은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DNA를 세상에 나누는 역할을 한다. 성공하는 것보다 망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하는 YC이지만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해 끝까지 살아남길 누구보다 바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다. YC를 경험한 대표님들을 통해 YC의 철학을 정리하다 보니 그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습관처럼 하는 순간적 자책이 아니라 그동안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서 혹은 귀찮아서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하나씩 머리 속에 떠올려 보게 된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 생각도 못했던 질문의 무게가 마음을 짓누른다. 이렇게 다시 마음이 답답해지면 얼른 책을 펼쳐 비슷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문제를 마주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어쩌면 이건 에디터의 말대로 창업가 뿐 아니라 일과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YC가 집중하는 건 '고객'과 '제품' 그리고 이것을 만드는 '창업자' 혹은 이를 '함께하는 멤버들' 모두 다. 이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다른 것들에 대한 무게는 조금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정말 느낀 바가 많은 책이었고, 함께하는 이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할 이야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