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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Feb 22. 2021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금융 변화를 만드는 일에 대하여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Behind the simplicity>

세상에 좋은 기술은 많다. 여기서 좋은 기술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류가 우주에 발을 딛게 하는 것도,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도, 오염된 식수 대신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는 목걸이 형태의 정수 필터를 만드는 것도 모두 좋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기술은 '난이도'보다 '필요'에 의해 더욱 높이 평가를 받는 분야 인지도 모른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과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술을 만드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만든 이의 이름은 알려질 틈도 없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금세 익숙한 것이 되어버릴 기술을 만들 수도 있다. <Fintech-Behind the simplicity>는 어쩌면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금융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토스 다큐멘터리 홍보 이미지




어떤 금융 생활을 하고 있었더라?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소비하는 전 과정을 경제 활동이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경제 활동을 시작한다. 금융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 경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말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금융은 그저 '해야 할 일'이었지 특정한 '경험'을 기대하는 일은 아니었다. 내 이름의 계좌를 만드는 일이었지, 계좌를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긴 어려웠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 인트로 장면


은행 업무는 응당 시간이 드는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복잡함은 '불편함'이 아니라 내 자산을 보호하는 일종의 장치라고 여겼던 것 같다. 금융을 바꾼다는 건 마치 거대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어림잡아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고.


금융을 경험한다는 말 자체가 생경하다. 매일 앱으로 송금을 하고, 5분 만에 계좌를 만들고, 주식 거래를 하고, 채권 투자를 하고, 보험을 가입하면서도 편한 것도, 불편한 것도 그저 당연하게만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금융을 '경험'한다는 기준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변화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토스가 집중한 것은 변화의 '크기'가 아니었다. 대단하고 멋져 보이는 일 대신 사람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일,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하루 종일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금융이 아니라 '생활'의 관점으로 서비스를 발굴한 것이다.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Behind the simplicity>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 서비스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먼저 오픈해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고 하니 정말 토스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당장 멋져 보이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토스가 '편리함'의 기준을 만드는 방법


식당에 가거나 물건을 사용할 때 불편함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이건 이래서 불편하고, 이건 이렇게 하면 좀 더 편할 것 같고 등의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금융' 영역에서 그런 생각을 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실수하지 않고 진행하려고 노력하기 급급했으니까.


다큐멘터리를 보면 토스가 지향하는 '편리함'의 기준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잉?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잖아.'라고 내뱉을 정도다. 하지만 이게 핵심이다. 어려운 용어와 각종 규제로 점철된 금융 분야에서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직접 부딪히는 용기와 실행력 말이다.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Behind the simplicity>


아마 토스가 금융을 거대한 시스템처럼 믿고, 엄청난 개혁(?)을 꿈꿨다면 우리는 여전히 돈 15,000원을 친구에게 보내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익숙한 빡침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핀테크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람들을 바꾼 건 단순한 거 같아요.


유명한 유니콘을 배출한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이라고 정의한다. 토스 멤버들은 '우리가 미래를 만들자!'라는 접근이 아니라 '아니 돈 하나 보내는 데 이렇게 불편해?'라는 접근 방법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금융 생활을 바꾸는 팀의 삶은?


그간 토스가 송금을 비롯해 출시한 서비스는 4년 반 동안 120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40개 정도다. 최대한 많이 시도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일은 쉽지 않다. 얼마 전에는 금융이 불편한 순간이라는 페이지를 열었다. 끊임없이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많으니 안주할 수도 있고, 조금 편안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텐데 자꾸만 일을 키우는(?) 비결은 무엇일까?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Behind the Simplicity>


위 장면이 단적으로 토스 팀원들이 가진 생각을 대변한다. 모든 팀원에게 회사의 모든 정보가 100% 열려 있고, 팀원들도 네 일, 내 일 구분 없이 의견을 내고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sns에서 토스 팀을 일컬어 700명의 유노윤호가 모인 곳이라고 표현한 걸 봤는데 '그래, 이런 집념이니까 가능했겠지?' 하며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이런 사람이라면 호감 비호감을 떠나 일단 신뢰는 가지 않았던가




처음 토스에서 시사회 초대를 받았을 때 토스란 기업과 다큐멘터리가 잘 매칭 되지 않아 의아했다. 바쁜 일정에도 시사회 참석을 결정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호기심으로 참석했지만 어느 때보다 몰입해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금융회사에 입사하고 어려운 금융 용어에 익숙해질수록 금융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적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래 세 가지를 명확히 정리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다.


- 나의 금융 경험을 돌아볼 수 있었다.
- 금융 생활에 있어 '편리함'의 기준과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 변화의 '크기'보다 다수의 삶을 변화하는 것에 집중한 팀의 문제 정의와 해결법을 엿볼 수 있었다.


토스 다큐멘터리 보러 가기

토스 다큐멘터리 <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


시간이 된다면 직접 다큐멘터리를 보길 추천한다. 제목만큼 '핀테크'에 대한 깊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겠지만, 모두의 삶을 바꾸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 기업의 시작과 현재를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토스에서 시사회 참석 등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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