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크노크 Jan 14. 2016

인디 게임

새로운 그렇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게임의 면모 

인디 게임(indie game)은 낯설다. 인디 음악이나 인디 영화는 이제 제법 익숙하지만 인디 게임은 그렇지 않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쩌다 '게임'이라는 취미가 맞아 게임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지 묻는다. 작년 초부터 난 스팀에서 유통하는 인디 게임들에 심취해 있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저는 '인디 게임류'를  플레이한다"면서 플레이 한 게임들을 읊조리면 (공감을 해주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임이라고 난색을 표한다. 아무래도 요즘은 모바일 게임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PC 게임 그것도 대형 게임회사에서 배급하지도 않고, 광고 하나 없는 인디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지출처: <인디 게임: 더 무비>

독립적인(independent)에서 나온 인디(indie)는 일반적으로 주류(mainstream)의 반대 의미로 생각하기 쉽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편의상 비주류의 콘텐츠를 통틀어 인디 장르라고 구분 짓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 연구자들은 인디(indie)는 주류와 동떨어진 어떤 요소라기보다 하나의 산업 구조에서 주류와 영향을  주고받는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인디 음악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편한데, 오늘날 유튜브,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언더 혹은 인디 뮤지션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고 그들의 음악이 음악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의 경향을 보이는데, 게임 학자들 또한 인디 게임을 대형 게임사가 대량의 자본을 투자하고 멀티플랫폼으로 발매하는 AAA 게임과 상반되는 게임으로  규정짓기보다 현대의 문화 산업 구조와 그 맥락, 게임 산업 전반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거나 창의적인 면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게임의 한 면모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마틴과 도이즈(2009)는 인디 게임이 주류에 반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게이머, 개발자, 언론인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개발의 유형을 설명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최초의 게임으로 알려진 히긴보섬의 <두 사람을 위한 테니스>    (1958)

어떻게 보면 게임은 처음부터 주류가 아닌, 몇몇 컴퓨터 광신도들의 '놀이'에서 비롯된 철저한 인디의 영역이었을지도 모른다. "게임이 생겨났을 때 돈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혁신적인 과학자 한 명이 있었을 뿐이다."라는 아카오 고우이치의 말대로 게임은 컴퓨터를 활용한 소수의 놀이 수단이었다. 초기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존재하던 '오픈소스'의 개념은 초기 게임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적용되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이나 산업적 이해관계는 비교적 배제되었다. 게임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문학, 영화 등의 문화 텍스트보다 '문화'적인 입지보다 '산업'적인 입지가 더욱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지 출처 : 디스이즈게임닷컴(2015)

'상업 영화'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게임에서도 대중이 쉽게 소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업 게임들이 존재해왔다. <보글보글>, <킹 오브 파이터> 등의 콘솔게임부터 시작해서 <리니지> 등의 온라인 PC 기반의 MMORPG 장르, <애니팡>을 시작으로 게임 열풍을 몰고 온 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게이머를 양산하기까지 게임은 대중에게 익숙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형화된 게임 문법들을 다듬어 왔다. 제시한 인포그래픽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글로벌 게임 시장은 영화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할 정도로 산업적 입지가 단단해졌다. 인디 게임의 경우 쉽게 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잘 들어맞는' 게임의 표현들을 접고,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창의성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부각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인터뷰와 그 제작과정들을 스케치한 다큐멘터리 <Indie Game: The Movie>(2012)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입을 모아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작가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인디 게임에서 제작자의 '창의성'과 '표현력'이 보장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층 자유로운 상태로 게임을 발매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밸브(Valve)사가 운영하는 PC게임 온라인 유통 서비스 스팀(Steam)의 시작 덕분이다. 대형 유통사에서 독점적으로 발매하던 게임은 스팀(Steam), Sony와 MS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Playstation Store),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등과 같은 PC 게임 온라인 유통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발매되는 게임 영역을 엄청나게 확장시키게 되었고, 발매 기회조차 없었던 게임들은 다운로드 수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와 <CT 문화기술의 만남>에서는 2014년 5월호부터 인디 게임(indie game)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가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확정되지 않은 정의들은 인디 게임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선 2014년 7월에 발행된 <CT 문화기술의 만남>에 실린 인디 게임 전반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1. 인디 게임은 개인이나 소규모의 개발팀이 게임 퍼블리셔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 한 게임을 가리킨다.

2. 인디 게임의 최대 장점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창의성을 게임에 구현할 수 있다.

3. 인터넷 발달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등장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 단말의 등장은 인디 게임의 유통을 활성화해, 인디 게임의 발전과 확산을 도왔다.

4.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Playstation Store),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등 콘솔 게임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갖춘 소니와 MS와 같은 대형 콘솔 게임업체들이 인디 게임에 주목하고 있으며 PC게임 온라인 유통 서비스의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밸브(Valve)사의 경우에는 인디 게임에 대한 다양한 유통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위 항목에 하나씩 덧붙인다면, 


1. 인디 게임은 컨슈머 게임(혹은 AAA 게임, 대형 게임 등)과 달리 적은 인력과 비교적 제한된 예산에서 게임 개발을 시작한다. 이는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개발자가 다수의 게이머를 고려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래픽, 게임 메커니즘, 발매 시기 등이 컨슈머 게임과 달리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물론 인디 게임도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컨슈머 게임에 비해 투자가 불분명하고, 투자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게임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약은 새로운 창작 방식을 고안해내는 하나의 모티베이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 인디 게임의 최대 장점인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의성을 바탕으로 창출하는 새로운 게임 제작은 개발자의 지적 재산권이나 창의적 노동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게임 제작자 스스로가 '장인정신'을 발휘하기 위해, 동료와의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고(<FEZ>의 제작자 필 피쉬는 픽셀 아트의 경지로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동료 숀 멕그레스와 소송까지 가는 갈등을 빚는다. 아래 그림 왼쪽 참고)  수년의 제작기간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Lumino City>는 3년 간의 제작 기간을 거쳤고, 게임 속의 오브제를 모두 손으로 만들어 스톱모션으로 촬영해 게임 세계를 구현했다. 아래 그림 오른쪽 참고) 
3. 인디 게임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구현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문화생태계에서 제작, 소비 그리고 유통이  뒷받침될 때 해당 문화 텍스트는 활발하게 발전할 수 있다. 다양한 게임에 대한 유통판로 개척은 그야말로 인디 게임 활성화의 시작이 되었고, 상업적인 측면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4. 스팀(Steam)의 경우 그린 라이트라는 제도를 통해, 차기 스팀에 입점할 게임을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선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인디 개발자에게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는 동시에, 인디 게임 전반의 질을 낮춘다는 양면의 평을 받고 있다. 


인디 게임은 수익이나 매출에 큰 영향을 받는 대형 게임회사의 게임과 달리 게임의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표현 양식을 구현하며 게임의 범위와 게임의 여러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인디 게임이 매출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 또한 투자유치와 상업적인 성공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게이머와의 좀 더 긴밀한 소통을 이루어내기 위해 QA와 업데이트에 많은 정성을 들인다. 사실 글쓴이가 많은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버그와 오류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공략집이나 리뷰들을 살피면서 개발자의 실수 등을 인지하기도 했지만 이런 게이머의 의견에 반응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다양한 대응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했다. 어떤 게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둠의 경로로 다운로드를 하여  플레이하던 게이머가 개발자에게 연락해 버그 수정을 요청했더니 수정된 게임을 개발자가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는 설도 나돌 정도로 인디 게임에서 제작자와 게이머의 관계는 흥미롭다. 


다음에는 차례로 글쓴이가  플레이했던 즐거운 인디 게임들을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인디 게임에 심취한 인디 게이머로 인디 게임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소개하고 싶은 게임도 많지만 다음 편을 기대하며 일단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아무래도 인디 게임 텍스트를 직접 소개하면서 인디 게임의 여러 면모에 대해 설명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인디 게임에 대한 연구나 소개가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디 게임'을 주제로 집필된 이정엽의 <인디 게임>(2015)이라는 책은 인디 게임 전반에 대한 설명과 국내 게임 시장 전체 구조에서 살펴보는 인디 게임의 문제점 등을 잘 짚어내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럼 다들 오늘도 즐거운  플레이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친구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