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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May 02. 2016

너와 나의 저작권

타인의 블로그에서 본인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확인해야 할 것

*저작권법에 관한 내용은 한국 저작권위원회 법률 상담원과의 상담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진술서는 창작집단에서 발생한 너무 당연하지만 너무도 잘못된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작성되었다. 본인은 여러 사정에 의해 가해자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수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사건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아 굳이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또 다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본인은 2016년 4월 24일(일)에 온라인 검색을 하던 중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인이 꽤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키워드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그때 나에게 익숙한 키워드와 사례가 보이는 블로그를 검색창 상단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살펴보니 해당 블로그는 본인과 함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PM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실린 글은 본인이 2014년 프로젝트를 마감하면서 결과보고서 형태로 제작한 에세이 형태의 도록이었다.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이고, 영리를 목적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PM이 도록을 발췌하여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PM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당 글의 저작권을 모두 넘긴다는 계약 등은 한 적이 없고, 기획자와 PM이 해당 글에 대한 수정 및 첨삭을 강요하지 않았던 순수 창작물이기 때문에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블로그는 총 다섯 개의 게시물에 걸쳐 두 가지의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1) 성명 표시권 위반 (제12조) 

우선 블로그 상단에 '도록을 발췌'하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도록을 작성한 이의 성명은 표시하고 있지 않다. 원저작자는 기본적으로 원저작물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원저작자인 본인은 사전 동의 없이, 원저작물에 대한 성명 표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PM이 합법적으로 글을 작성하려고 했다면 1) 원저작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2) 성명 표시에 관한 의사를 묻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긴 했지만, 해당 도록에 관한 원저작권은 원저작자인 본인에게 있는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위반 (제22조)

블로그의 글은 도록을 발췌 후 일부 수정하고 있다. 이 경우 원저작자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수정이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위반한 행위가 된다. 

위 그림은 해당 블로그에서 캡처한 내용이다. 조금 쉽게 쓰고 싶지만, 블로그식 글쓰기가 어색하다는 PM의 댓글은 도록의 원저작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PM이 원저작자인 것처럼 보인다. 원저작자인 본인은 사전 동의 없이 원저작물을 배포하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본인도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해당 프로젝트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 또한 많이 소개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게시하는 행위가 사전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 기분이 매우 언짢은 일이며,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전혀 받지 않고 100페이지가량의 에세이형 도록을 작성하였다. 글을 쓰는 많은 친구들은 무보수로 글을 써주는 것 또한 창작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충고했지만 함께 했던 작가들에 대한 예의, 본인이 열의를 쏟았던 6개월 남짓의 시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자의로 작성한 것이었다. 열악한 미술 프로젝트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팀에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 연락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기획자와 PM은 그 뒤로 여러 번 공석에서 사석에서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결코 연락하지 못할 사이가 아닌데 원저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글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수정하는 행위가 벌어진 것은 창작자 집단에서 얼마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가를 반증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작자 집단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지원제도 안에서 더욱 아무렇지 않게 창작자에 대한 권리가 무시되곤 한다. 창작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창작자가 어리기 때문에,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은 창작자를 무시할 수많은 이유 때문에 오늘도 '시작하는', '힘없는' 창작 꿈나무들은 위협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되어 문제를 제기할 땐, '되바라졌다'고 비난하고, 이 좁은 업계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일은 비단 한 집단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이런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창작자라 칭하며, 더 나은 창작환경을 만들어 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든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성장시킬 높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바로 그 기본이 된다.


사실 이 일은 그리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꽤 많은 사람들이 별 일도 아닌 것 갖고 민감하게 군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은 잠시라도 그렇게 생각한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고자 한다. 본인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타인의 저작물을 존중하는 행위는 분명 '대충', '설렁', '그저 좋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널리 읽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좋은 글을 계속 읽기 위해서는 그 글을 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창작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고자 한다.


PM에게 전화를 걸어 수정과 사과를 요구하면 전 어쩌면 '되바라진' 아이로 회자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미 '경력도 없는', '어린 여자애'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며 욕을 먹은 마당에 한 번 더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할 도리를 다했고, 그것이 그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난 창작자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켜요, 너와 나의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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