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매치

by 낙낙

옷을 입다 보면, 싫어도 느껴지는 감성이란 게 있다. 전체적인 룩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정형화된 언어로 말하기 힘든 묘한 어울림의 표현이고, 예전부터 스타일이라고 부르던 영역인데 요즘은 이 스타일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1.


청바지에 흰 티, 정석적인 패션이자 흔히 말하는 패완얼, 패완몸 조합인데 요즘 느끼는 바로는 같은 청바지에 흰티류라고 해도 전체적인 느낌이 전혀 다르다.


몸이 문제가 아니라,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좀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자신한다.


물론, 당연하지만 옛날의 나처럼 100kg에 가까운 거구라거나, 머리가 크다든지, 그 밖에 여러 신체 조건이 다를 순 있지만.


조건이 비슷하단 전제하에, 패션이 어그러지는 지점은 바로 스타일 때문이다.


2.


바탕이 좋아야 좋은 패션이 될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반박할 거리조차 없다. 나 또한 옷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신체조건이 옷에 적합했으면 패션모델을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옷을 싫어하기엔 아쉽다. 목소리가 안 좋다고 노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몸치라고 춤을 싫어하는 게 아니듯이. 나도 키는 작지만 옷이 좋다.


옷을 좋아하면 최대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게임을 할 때도 피지컬이 좋지 않으면 뇌지컬로 가는 것처럼. 유난히도 옷이나 패션은 패배주의에 가까운 얼굴 타령이 많다.


우리가 바라는 게 모델이 되는 것도 아닌데 몸이 좀 뚱뚱하고 키가 작으면 어떤가.


3.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내 결론은 약점 보완하면 입을 옷이 많지 않다는 것. 아니 옷은 많은데 다 비슷비슷해진다. 물론 하나라도 괜찮은 게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시사철, 일 년 내내, 평생 비슷한 옷만 입고 다니면 세상에 이렇게 지루할 수가 있을까.


스티브 잡스처럼 같은 옷을 여러 개 입을 수도 있지만 옷이라도 다채롭지 않으면 이 밋밋한 인생에 재미가 반절은 줄어들기 때문에 난 실패할 걸 알면서도 최대한 다양하게 옷을 입으려 노력한다.


나는 목이 두껍고 머리가 둥근 편이라 셔츠를 입으면, 특히 랄프로렌의 셔츠를 입으면 이렇게 머리가 커 보일 수가 없다.


물론 온몸 비틀기로 못 입을 옷은 없다. 카라를 넓히고 단추를 두어 개 풀어헤치면 나름 그럴듯한 캐주얼 코디가 된다. 물론 옥스퍼드 셔츠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만약 드레스 셔츠로 같은 짓을 하면 이상한 모양새가 나왔을 것이다.


이렇듯, 일단 스타일만 맞으면 온몸 비틀기가 가능하다. 스타일이 틀어지면 그마저도 불가능하고.


4.


나는 패완얼 패완몸도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맞지 않는 옷도 어떻게든 입어내는 기술. 물론 진짜 프로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링할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멋진 옷을 입히는 게 목표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게 목표이니까. 요즘 들어서는 크게 옷에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나와 옷의 믹스매치가 일어나더라도 그건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으니까.


5.


믹스매치란 참 재미있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섞어 또 다른 멋을 선사하는 것이 재즈의 불협화음과도 비슷하여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것도.


때론 셔츠에 등산복을 챙겨 입는 것도.


어쩌다 한 번씩은 청바지에 멋들어진 테일러드 재킷을 입는 것도 멋지다.


그래 뭘 입으면 어때 색조합이 좀 안 맞으면 어때. 오늘의 미스매치가 내일은 믹스매치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다리통이 두꺼워도, 머리가 좀 커도. 꾸준히 스키니진 같은 청바지를 입으며 오늘도 믹스매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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