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연습의 경험

내가 겪은 보컬 단계

by 낙낙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결국 실기로 넘어가게 된다. 감상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나는 하필이면 노래에 손을 댔고, 수렁에 빠졌다.


1.


보컬은 보이지 않는다. 악기와 다르게 감각이 중요하고, 워낙 자주 쓰는 기관이라 나쁜 습관이 붙으면 없애기도 쉽지가 않다.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지만 보컬이 가장 애매하다.


보이지 않는 나의 내부 장기를 건드려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부터 시작을 했었다.


물론 소리만 커진다고 고음이 나오거나 예쁜 소리가 나진 않는다. 오히려 과하게 목에 힘을 주게 되고, 한 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목 쪽으로 힘이 계속 들어가다가, 노래를 2곡 정도 부르면 목이 쉰다.


물론 그런 억까를 다 무시하고 그냥 노래가 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노래를 부르는 가장 첫 단계는 역시 쌩목이겠지.


내 생각에 가장 감정이 잘 실리는 창법이 생목 창법이다. 드라마틱하고 힘도 많이 들지만 강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파워가 그대로 전달이 되는 강한 창법. 다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나도 처음엔 생목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2.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이유는 고음과 지속성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부르려니 고음이 안되고, 어떻게 음이 올라가도 목이 금방 쉬고 지쳐버린다. 이때 배우는 것이 대체로 믹스보이스일 텐데...


내가 보고 느낀 대로라면, 이 믹스보이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노래가 아니라 성대모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믹스보이스를 낼 때 결과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신체 반응을 억지로 만들어 소리를 내면서 믹스보이스라고 자신 있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떻게든 목을 쪼아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목잡이 발성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은데, 생목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생목이 전체적인 볼륨을 끌어올려 강한 힘으로 노래를 부르는 창법이라면.


목잡이 발성은 성대를 쪼아 소리를 낸다. 그리고 더 높은 고음을 내는 대신, 목이 더 빨리 쉬는 경험을 하게 되고, 목잡이로 부르다가 목이 쉬면 그대로 익숙한 생목 창법으로 넘어가게 되는 최악의 루트를 밟기도 한다.


대체로 노래에 대한 이해 없이 노래를 하는 사람들의 종착역이기도 하고, 이 창법은 유통기한이 짧다. 재능이 없다면 3년 정도만에 목이 갈 것이고, 변성기가 진하게 오면 노래가 아예 안 되는 지경이 된다.


난 대학 생활 내도록 목잡이 창법을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목이 많이 상해, 근 1년 정도를 3옥타브가 안 나오는 목으로 살았다.


3.


목잡이의 한계를 느끼고, 아 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쯤에야 비로소 유튜브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압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대체 압력이 뭘까. 배에 힘주는 거? 근데 배에 힘만 주는 건 또 아니고...


어떻게 좀 살살 내니까 지속력은 좋아지는데 볼륨이 모기 소리처럼 작아진다. 그렇게 소리를 줄이다 보면 가성이 나게 되고, 여기서 길을 잘 타면 두성을 낼 수 있게 된다.


목을 조이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음을 낼 수 있는 가성 비슷한 두성을 내게 되면 거의 다 왔다.


4.


그런데 난 이때 길을 잘못 들어 샤우팅을 먼저 배웠다. 두성을 내면서 목젖을 흔든단 느낌으로 목을 갈면 꽤 그럴듯한 톤으로 샤우팅이 나오고 목을 강하게 긁으면 2 옥 라에서 시 정도는 눈속임으로 낼 수가 있었기에 난 이게 믹스보이스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고, 이때부터 노랫소리를 가성이 아니라 진하게 내기 위해, 이 흩어지는 가성을 모을 위치를 잡게 된다.


그리고 이게 소리의 위치란걸 깨닫고, 뒤로 내면 먹는 소리 앞으로 내면 째는 소리가 된다. 이때까지도 압력을 제대로 주진 못한다.


아 위치도 알고, 두성으로 내면 음도 맘대로 낼 수 있는데 왜 노래가 안되지? 슬슬 포기해도 좋으련만 난 다음으로 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다.


5.


성대에 집착하던 시기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호흡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배 쪽의 호흡을 끌어올리란 소릴 듣게 되고, 그러면 둘 중에 하나다.


가슴 쪽에 힘을 모으든지, 배 쪽에 힘을 모으긴 하는데 힘을 잘 못줘서 목이 막히든지.


가슴에 힘을 주면 노래가 되긴 하는데 호흡이 짧아져 숨이 찬다. 배에 힘을 잘 못주면 노래하는데 필요한 힘이 아니라 다른 힘이 커져 고음을 내는 섬세한 호흡 조절은커녕 배에 힘을 주다가 목이 막히기 일쑤다.


그렇게 호흡을 고민하다가 보면 결국 복압이란 내가 호흡을 계속 뱉을 수 있게 유지하는 힘이란 걸 알게 되고, 횡격막을 내리는 힘으로 압력을 만들어내는 걸 깨닫는다.


내 몸의 숨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쭉 뱉는단 느낌으로 뱉다 보면 배에 힘이 빡 들어가는데 그거다.


그게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복압의 정체였다.


6.


그런데 그걸 찾는다고 노래에 적용이 되진 않는다. 이른바 노래와 호흡이 연결이 되지를 못하니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두성과 진성을 잇는 연습을 했다.


고음에서 두성을 내며 진성과 부드럽게 이어 보기도 하고, 그 반대도 해보고, 왔다 갔다 해보기도 하고.


소리가 뒤집혀서 삑사리가 나지 않으면 성공이다.


그렇게 되면 배 쪽의 호흡이 두성과 이어지고 목이 열린 느낌이 들며 배에 힘을 줄 때마다 성대가 붙는 현상을 목격한다.


어? 이거구나. 그래서 배에 힘을 줘서 성대를 붙이라고 하는 거였구나.


7.


이게 되면 조절하는 연습이다. 내가 특정음을 낼 때 필요한 압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뱃심을 조절하며 호흡을 내는 방법을 파악한다.


그러다가 보면 호흡을 밖으로 뺄 때 코로 보내면 소리가 커진단 사실도 발견하게 되고 호흡이 모자라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목잡이 창법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거기에 소리를 어느 정도 위치에 두는지에 따라서도 소리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노래할 때 볼륨을 크게 내지 않아도 된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정도까지 오면 폴킴 노래를 비빌 수 있게 된다.


8.


그런데 또 여기서 만족을 못하고 더 높은음을 내기 위해서 피지컬 연습을 하게 된다.


소리를 잡을 위치를 잡고, 성대의 접촉력을 늘리고, 뱃심을 더욱 정교하게 컨트롤하면서도 호흡은 막히지 않게, 나아가 볼륨도 적당하게, 여기서 뇌절을 하게 되면 마이크에 숨을 불어넣는 것까지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노래방에서 마이크 볼륨을 줄이고, 에코를 절반으로 줄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도 중간에 감기라도 걸리면 다시 시작이다.


9.


지금 나는 가까스로 마지막 단계에 걸쳐있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말을 많이 해야 하고 환절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감기나 후두염이 걸려 노래 연습을 하지 못해서 실력이 줄어들거나 아예 노래하는 방법을 까먹으며 되찾기를 수없이 반복을 하게 됐다.


처음엔 까먹고 되찾아지지가 않아서 힘들었는데 최근엔 내가 내는 소리가 충분한 웜업이 필요한 소리란 걸 알아서 어쩌다 노래를 부를 때도 당황하지 않는다.


노래를 하지 않으면, 말만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두성으로 가는 길을 이상하게 내기도 한다.


길만 이상해지면 다행인데 소리 잡는 위치도 애매해져서 목으로 잡기도 하고...


복압도 까먹고, 내가 내던 복압이 약해지게 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운동도 일주일 쉬면 중량이 낮아진 게 느껴지는데 노래는 오죽할까.


10.


난 노래를 오랜만에 할 때 처음부터 간다.


가성 길을 찾고, 소리가 맺힐 위치를 찾고, 가장 먼저 복압으로 저음 노래를 연습한다. 그렇게 일주일 힘들게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든 복압이 돌아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두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다시 흔히 상압이라고 부르는 성대 접촉을 연습한다.


마지막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퀵 브레스를 연습하고, 마지막엔 볼륨을 잡는다.


11.


정말 여기까지 거진 10년이 걸린 것 같은데... 독학으로 머리를 박으면서 노래를 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다만 이젠 누가 축가를 부탁해 올 정도로 실력이 많이 늘어났고 어딜 가나 노래를 잘 부른단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었다.


어쩔 땐 이렇게 노래를 열심히 할 거였으면 학원을 다니는 게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다니려니, 이미 내가 가진 습관이 너무 많아 학원을 다니기가 싫은 게 문제다.


더 배울 게 있을까 싶고... 물론 배울 건 더 있겠지만.


앞으로 내 노래는 얼마나 더 좋아질까.


그런 막연한 기대감도 내 고집에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그래 이게 직업도 아니고...


느긋하게 노래하자. 그래도 평생 할 일 하나는 챙긴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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