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예술가

by 낙낙

표현의 영역에서 자기만족과 남들이 만족스러운 선을 찾는 과정은 무척 어렵고도 아득하기만 하다.


내가 듣기 좋으면 끝인가.


아님 남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내야할까?


1.


음악은 자기만족의 끝이 무궁무진하다는걸 요즘 부쩍 느끼고 있다. 처음 기타를 칠 때는 그저 코드를 잡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는데.


이젠 뭔가 어울리는 코드를 찾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생긴 걱정인데, 이젠 뭐든 능숙해야할 것만 같고 애매하면 안될 것 같고 경력이 길어질수록 흔히 말하는 '구력'을 뽐낼 수 있어야할 것 같다.


기타를 예시로 들었지만 모든 부분에서 다 그렇다. 어디에도 수치화된적 없는 허상의 평균이니 중간값이니를 생각하고 경력 대비 평균치를 늘 생각한다.


기타를 2년 쳤으니 코타로 오시오의 연주곡 몇가지는 연주할 수 있어야할 것 같고... 어지간한 코드는 다 잡을 수 있어야할 것 같은데...


난 기타 2년차 때 뭘 칠 수 있는게 없었던 것 같다. 기타를 거진 10년 가까이 잡고 있는 것 같은데 마찬가지다 뭘 딱히 제대로 한다는 느낌은 없다.


세간의 평가를 보면 10년쯤 뭔가 하면 준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해야하는데, 우리가 의무교육으로 영어를 10년 가량 배우고 영어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없듯이 예술도 그와 다를 것이 없단 생각을 한다.


2.


평균적인 실력이란 것이 존재할까 싶다. 재능의 여부에 따라 나뉘는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 1년 차에 메탈리카를 연주한다는데, 내가 여전히 메탈리카를 연주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 애매한 평균은 때론 필요 없는 비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나 유튜브 등지에 많은 자극을 주는 자극 영상들을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미쳐야 한다', '다 포기하고 올인이 답이다' 이런 말들인데, 이래서야 전문가들 중엔 정상인을 찾기 힘들 정도다.


물론 그만큼 노력을 쏟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표현임을 모르지 않으나 미쳐야 한다는 말에 물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잘하고 싶은 일은 얼마나 많은데, 그 모든 분야에 다 미쳐있으면 세상을 어떻게 온전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나하나 높아지는 평균들을 보면 세상에 평균치를 다섯개 정도만 달성하면 데뷔를 할판이다.


기타도 5년차 평균 만큼, 노래도 5년차 평균 만큼, 작곡도 5년차 평균 만큼. 이정도만 해도 아주 훌륭한 싱어송라이터가 완성된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3.


결과적으로 나는 어딘가 어중간한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다. 결과물만 들어보면 나쁘진 않은데 프로라고 하기엔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제법 이론을 배운 느낌은 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상태는 아주 완벽하게 AI에게 대체당했다. 심지어 꽤 잘한다.


결과적으로 남들이 만족스러운 선은 기계에게 완전히 빼앗겼으니 내게 남은 길은 끝 없는 자기만족뿐.


마치 집으로 가는 길 중 하나가 막혀버린 듯한 이 막막함이란...


보컬로이드로 대변되는 음성합성 엔진이 정교해지며 조만간 노래도 기계에게 뺐기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불과 몇년전인데 이젠 아예 음악이라고 하는 분야 전반을 기계에게 대체당하게 생겼다.


4.


인공지능의 영역 침범은 비단 음악으로 끝나지 않는데 모작의 영역과 저작권 침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그림부터, 공모전 당선작이 AI로 그린 그림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토리, 흔히 말하는 플룻을 짜주는 Ai까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업무에 ai를 활용한다는 말을 들어보면, 아마 조만간 인간의 가능 영역과 ai의 가능 영역이 겹쳐지지 않을까.


물론 그럼에도 인간이 빛을 볼 구석은 있다. Ai의 재생산은 인간의 재생산과는 확연히 달라서 나처럼 남에게 들리는 음악과 내게 들리는 음악을 구분하지 않기에 결국 자료가 쌓여 ai가 지배적인 입장이 되면 지금과 같은 효용성을 내기 힘들단 의견이 있는 만큼.


결국 기반이 되어야하는 것은 인간이고, 다행히 지금 당장은 인간의 노력이 ai에게 필요한 입장이다.


5.


작곡을 이어가다 보면 ai 말고도 꿈을 접게하는 요소는 많다. 내 경우엔 이 작곡이란 것이 참 오묘해서 대체 뭐가 좋은 노래인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가령 글을 쓴다면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이 있기에 중심내용이나 주제, 표현을 위해 활용된 다양한 방법론을 알 수 있다. 비유라든지, 뭐... 직유라든지 은유라든지 하는 것들.


전체적인 문체라거나, 플룻이 정석적인지 어떠한지까지도.


그런데 대체 음악은 무엇 때문인지, 전문적 지식이 턱 없이 부족한 나는 손을 뻗어보며 이게 왜 좋은지 알아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사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 음악의 좋음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남이 듣는 내 노래와


내가 듣는 내 노래는.


팔 물건과 소장할 물건이 갈리게 되니...


결국 이도저도 가지 못한 채 애매하게 자리를 잡아버린 셈이다.


6.


인터넷이 죽고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인간이 창작한 글은 점점 없어지고 점차 ai가 작성한 글로 가득차고 있단 말이었는데... 이게 참 웃을 수가 없는 것이 이미 댓글창엔 ai 광고 댓글이 판을 치고, 블로그엔 검증되지 않은 ai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점점 더 공유는 멈추고 안으로 파고드는 방구석 예술가가 어쩌면 미래엔 더 귀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작곡을 올리며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결국 구력을 뽐내기 위해선 견뎌야하는 순간이 오겠지. 인내하고 참다보면 ai에 지친 사람들이 지나가다 내 노래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조회수가 100도 넘지 못하는 노래지만 언젠간 닿을 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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