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원만한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 친구가 적으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다만... 나는 인싸로 살기엔 여유가 없다.
1.
이를테면,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을 지도 모른다.
허나 나같은 I 성향이 98퍼센트를 찍는 내향인에겐 사람을 만난 다는 건 사람 만나는데 돈까지 써야하는 이중 지출이다.
누군가는 비싸게 군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아주 합리적인 일이다. 사람 만나는건 피곤하고 어색하고 거북하다. 눈치를 쫓다보면 즐기긴 커녕 긴장을 하게되고. 거기에 괜히 유행이라도 쫓았다간 한 번의 모임에 5만원씩은 쓰게된다.
술값 4천원이 아까워 빠르게 취하기 위해 소맥을 마시는 내가 감당하기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불하는 친구비는 일종의 사치재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는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사람에게 아주 신기한 말을 들었다.
결국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또한 투자라는 것. 연애도 그렇다고 했다.
2.
확실히 투자의 관점이라면 이 친구비란 것도 넓은 의미에선 일종의 자기개발이라고도 볼 수 있을터다.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친구비 역시 아깝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에선 예상치 못하게 사용되는 것이 있는데, 어쩌면 외향적이거나 사회화가 잘된 사람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는데 들여야하는 정신적 수고가 그렇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은 결국 마음을 쓰는 것.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친구에도 얕은 관계가 있고 깊은 관계가 있듯이, 모든 친구에게 다 시간과 정신을 쏟을 수는 없겠지만 그저 지금은 그런 것이 참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대체 친구란 것은 어떻게 만드는걸까. 어린 시절엔 크게 의문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나의 영향력을 심어준다는 일이란 이토록 부담스러운 일이었나.
3.
내 아웃사이더 기질에 환경 탓만을 하고 싶진 않다. 난 어디있든 분명 이렇게 살았을 것 같다. 굳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한가.
아쉬운 일도 힘든 일도 모두 마음에 던지면 될텐데. 대화라는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는 묵묵히 감내하는데 익숙해졌다.
나조차 인지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내가 예민한 사람이란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탓이지.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살기에 마음에 누구하나 들일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
다른 우정을 위한 마음의 여유는 어떻게 내는 것일까.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들의 정성이 새삼스럽고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4.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면, 달력이 가득찬 삶도 어떤 날엔 보기 좋기도 하다만, 때로 내가 잠겨 있을 때면 그런 삶은 참 구차하고 분주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친구를 만나는 모임이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내게는 어떤 날엔 참 계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저렇게 살아야하나.
그들이 내게 공감하지 못하듯. 나도 그들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어떤 날엔 동경을 어떤 날엔 의문을, 때로 어떤 날엔 인내를.
내가 친구들을 좋아하는 것이란 그렇다. 잦은 의문과 많은 의문. 요컨데 친구가 많단건 내겐 미지수라는 것이다.
5.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건 어떤 기분일까. 늘 남들이 먼저 나갔던 길을 걸었던 나로선 이 앞이 불안의 늪과 다름 없다.
요즘엔 개척이라기보단 휩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늪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해 내 발목을 붙잡고, 조금씩 바다로 나를 몰아가는 것 같다.
언젠간 가야하는 줄 알면서도, 결국 따를 것임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우관계라는 것은 이토록 피곤한 일이었나.
구색 맞춰 살기도 힘든 시대.
친구비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지 계산기라도 두들겨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