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라는 말을 듣다보면 나의 세대가 헷갈릴 때가 있다. 인간을 구분하는 척도와 방법엔 늘 다양한 방법이 있어왔지만. 16가지 정도였던 mbti보다 mz라는 구분은 어째 사람을 더 모호하게 만드는 것 같다.
1.
이제 막 신규티를 벗어낼 나이. 인생의 첫 직장에서 막 3년에서 4년을 구르다보면 대체 언제쯤 나는 대학생과 멀어질까 생각한다.
여전히 법령은 어렵고, 계약은 두렵고, 투자는 막막한데 미래는 없다.
현금 흐름을 살피다 보면 한숨만 나오고 지출을 줄이자니 인생이 고달파진다. 늘상 듣는 말이 들기면서 살아라 인데, 평생 돈을 모아도 집을 사지 못하는 세대가 대체 어떻게 돈을 쓰라는 건지.
이쯤 되니 사랑에도 돈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닫는다. 마냥 둘이 만나 강가를 걸어다니며 사랑을 속살거려도 충분했던 시기는 내 손을 저만치 떠나고 말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공부나 잡다한 자기계발 정도. 그나마도 진지한 인생의 대안이 되긴 어려웠다. 인생이 프린세스 메이커였다면 다달이 계획을 세워 흘러가는 시간을 지켜보는게 다였을텐데. 비루한 정신 머리는 좀처럼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2.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단가를 매기게 된다. 예를 들어 나의 시간과 돈을 생각하고, 어떤 일에 대해 드는 시간과 돈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저축 이후로 남은 돈 자체는 대학생 때와 크게 다른게 없다.
그러다보니 뭔가를 배우려 해도 독학이 많아진다. 내가 글을 쓰는 이런 행동도 독학과 가깝다. 뭔가를 하기가 두려워지고, 세상 모든 불안을 모아놓은 듯한 유튜브에 들어가면 20대 때 하지 않으면 망하는 인생의 성공 비결 중 이뤄놓은게 하나도 없어진다.
거기에 일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인생이 없어진다. 뭔가 할 여유가 없고 좁디 좁은 틀에 박혀 살게 된다. 격무와 적은 월급, 여기에 운동을 한스푼 첨가하면 갓생은 무슨, 빠져 죽지 않으려 허덕이는 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의 중량을 치다보니 이제 막 초입에 서있는 내가 제법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는 마인드는 보수적일지언정 결코 꼰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어려질수록 직업병이 도지는 건지 괜히 한마디씩 거들게 된다.
1개월 먼저 들어온 곳으로 유세를 떨던 군인의 시기를 거치면 더이상 하지 않을 줄 알았던 짓을 또 내가 하고 있다니.
새로운 한해의 시작에 앞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정말 어린 것도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애매한 시기가 되었구나.
보는 것은 많아졌는데 가진 것은 적은. 정말 인생 최악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3.
자고로 어른이라 함은. 내게는 멋져 보였다. 인생에 대한 결정권. 그리고 그 결정을 이룰 수 있는 높은 자율성. 어른이 되면 나의 의지도 덩달아 커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소년인 내게는 있었다.
옛 위대한 독립투사들이 그랬듯. 어떤 초인적인 힘이 있어 그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왕정시대로 돌아가면 나는 나라의 대소사를 운운하는 사람들의 나이와 비슷할 것인데.
어떻게 나는 이토록 자라지 못한 떡잎처럼 애매한 것일까. 한때 방황하고 방향을 잡았으나, 이젠 그 길 앞에도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있단 것을 깨닫고 있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고민할 거리가 많아진 것이고, 내일의 걱정이 카카오톡 나와 대화하기에 하나씩 쌓여가는 것일 뿐이었을까.
먹고 사는 걱정을 넘어 행복하고 싶어 발버둥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때 나보다 늦게 시작한 이들을 보며 부러움과 내가 느낀 후회들을 조금씩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4.
어린 것이 좋은 핑계 였다는 사실을 알고, 배움의 의미를 버리고, 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단 사실을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나는 변명하면서 뒤쳐지는 부류에 들어 돌이켜보니 뭐하나 이룬게 없는 사람이 되어 있어,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인생을 알려줄 수는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내게 조언해주던 선배들의 말도 어딘가 갈피를 못잡는 것 같을 때가 많았다. 단정적이기 보단 애매했고, 항상 서두엔 '나의 경우엔'이란 단서가 붙었지.
틀리다고 생각한게 맞을 수도 있고, 맞았다고 생각한게 틀리기도 했을테니. 살아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했을까.
우매함의 봉우리를 넘어 자신감이 떨어진 시기에 결국 모두가 꼰대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걸까.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교과서가 세상엔 몇억개씩이나 있는데.
5.
내가 맞이한 새로운 세대는 참 막막하다. 어딜가나 떠드는 멸망하는 나라의 징조.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 젊은이들을 비판하는 사회와 갈라지는 세대들.
그 사이에 끼어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란 것을 알지만 위아래를 모두 둘러보며 세대를 관망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이해를 거부하는 세대와 이해받기를 거부하는 세대. 결국 어딘가 속하게 될 사람으로서 해마다 달라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가장 간단한 답은 단절이겠지만. 그리하면 결국 시대에 동떨어진 냉동인간이 되버릴테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옷이라도 조금 젊게 입어볼까.
요즘은 레트로가 유행이라던데. 언젠가 옛날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시기도 돌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