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이후

2025년 3월 30일

by 박성수

3월 9일.

정읍동학마라톤 하프 코스를 달리다 12km 지점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 내 생애 첫 마라톤이었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경찰관과 군의관의 즉각적인 심폐소생술 덕분에 호흡이 돌아왔고, 전북대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셈이다.

며칠 전부터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2년 넘게 달려온 익숙한 코스를, 이제는 걸어서 다녀온다.


개나리가 피었고, 천변의 버드나무는 연둣빛으로 물들고, 느티나무에는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금이 간 갈비뼈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니 코와 입, 몸속으로 봄이 들어온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처럼, 아플 땐 마음이 자란다. 이번 경험을 통해 그 말을, 더 깊이 느끼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삶.

먼저, 몸을 새롭게 하고 싶다. 그 몸으로 다시 달리고 싶다. 달리면,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고 새로운 언어가 태어난다.


몸이 곧 나다.

삶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