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0일
걷기 5.08km, 1:11:16, 14:00, 82bpm, 77.85kg
산에 색이 들기 시작했다. 잿빛 나뭇가지마다 연둣빛이 번져가고, 산자락의 집들 사이에 매화와 목련이 피었다. 겨우내 무심했던 승암산의 얼굴이 달라졌다. 긴 겨울을 묵묵하게 견뎠을 산, 그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오늘은 걷기 시작부터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왔다. 어제까지 80대를 유지하던 수치가 오늘은 95에서 출발했다. 불안한 마음에 속도를 낮췄지만, 오히려 100을 넘겼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내게 달리기의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심박수다. 심폐 기능 향상을 위한 인터벌 훈련 구간을 제외하면, 심박수가 140을 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 왔다. 사고 전에 항상 6분대 후반의 페이스를 유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이상은 내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
심정지가 발생한 날, 왜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대회뽕’이라는 게 있어서 평소보다 빨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날 나는 멈추지 않았다.
출발했던 순간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전북대병원 중환자실 침대 위였다. 그 사이의 모든 장면은 지워져 있었다. 다행히 블랙박스처럼 애플워치가 그 날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주었다.
출발부터 쓰러질 때까지 줄곧 6분대 초중반의 페이스로 12km를 달렸고, 심박수는 150을 넘겼다. 게다가 그 코스는 평지가 아니었다. 오르막 구간이 꽤 긴, 초보자에겐 난이도가 꽤 높은 하프 코스였다.
몸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지만, 나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그날, 나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날을 떠올리며, 가슴에 손을 얹어도 특별한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애플워치를 자주 확인했지만 수치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다행히 1km 지점인 카톨릭 성지를 지나면서 심박수가 서서히 안정되었다.
사실 오늘은 어제보다 속도를 더 높여 회복 상태를 점검해보려 했다. 하지만 계획을 접었다. 대신, 천천히 산을 구경하며 걸었다.
속도를 포기하면 풍경을 얻는다. 언제나 그랬다. 나에겐 속도보다 풍경이 더 중요하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게 더 소중하다.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뛰기 시작한 지 3주째. 내일부터는 출근도, 운동도 다시 일상의 루틴으로 돌아간다. 다만 당분간은 달리기도, 상체 근력 운동도 어렵다. 지금은, 걷기로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