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향

2025년 5월 15일 목

by 박성수

5.17km, 37:10, 7:11, 125 bpm


후드득. 처마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제법 크게 들릴 만큼 비가 많이 왔다. 어젯밤 확인한 일기예보가 딱 맞았다.


비 오는 아침이면 격일제의 장점을 살려 실내 운동으로 바꾸고, 다음 날 다시 달리곤 한다. 오늘은 저녁엔 비가 그친다는 예보를 믿고 달리기를 남겨두었다.


퇴근 후, 아들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준 '온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가볍고 착화감이 좋다. 아침 러닝이 익숙한 내게, 퇴근 뒤 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엔 12도 남짓한 기온이, 저녁엔 10도 가까이 더 올라 있다. 1km 정도를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천천히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하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아침엔 2km를 달리고 나서야 맺히기 시작한다. 온도가 높아서인지 심박수는 평소보다 살짝 올라 있었지만, 페이스를 조절하자 금세 안정되었다.


비가 그친 날, 공기엔 습기가 배어 있고 냄새는 바닥에 깔린다. 반환점을 돌아 숲길에 들어섰을 때, 아카시꽃 향기가 가득 퍼져 있었다.


입하 무렵이면 피어나는 아카시꽃 향은 꿀처럼 달콤하고, 초여름의 문을 여는 냄새다. 이제는 순백의 꽃이 바래가고 있어 절정의 농도는 아니지만, 오히려 더 은은하고 깊다. 공기처럼 퍼져 있는 그 향이 숨결을 타고 들어오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속도가 6분대 페이스로 진입하면서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내년에나 다시 만날 수 있을 향기. 나는 점점 가빠오는 숨 사이로 그 향을 더욱 깊숙이 마치, 붙잡듯 들이마셨다. 떠나려는 향기를 몸 안 어딘가에 쌓아두듯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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