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토
10.19km, 1:08:29, 6:43, 130 bpm
심정지 사고 이후,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다. 3월 9일 정읍동학마라톤 하프코스 도중 쓰러졌던 순간을 떠올리면, 오늘의 기록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 거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매일 아침 달렸고 매주 500m씩 거리를 늘려 5km에 도달했다. 이후 격일제로 전환해 두 주를 달렸고, 오늘은 10km로 퀀텀 점프를 시도했다.
기록도 만족스러웠다. 초반 1km는 몸을 풀듯 숨과 심박수를 조절하며 달렸고, 2km부터는 6분대 페이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평균 페이스는 6분 43초. 평균 심박수는 130 bpm.
사고 당시와 비슷한 속도인데, 심박수는 20 가량 낮았다. 심폐 기능이 분명히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코스에는 아카시꽃과 찔레꽃 향이 가득했다. 한 송이 아카시꽃을 손에 쥐고 달리며, 가끔 코에 대고 산소호흡기처럼 향을 들이마셨다. 향은 더 깊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아마 이달 안엔, 쓰러졌던 12km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엔 최고 기록이었던 15km, 그리고 다시 하프 코스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그 안에는 ‘겸손’, ‘비워냄’, ‘새로운 시작’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 세 가지를 나는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깨닫고 있다. 달리며 더 겸손해지려 하고, 조금씩 비워내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