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

by 권눈썹

음악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나에게 왔다. 문화 기획자로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해가 지나면서 보조 역할에서 담당자로 책임과 권한이 커졌다. 근무하던 마지막 해, 회사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의 시기가 맞물리면서 직원들에게 업무부담이 과중되었다. 세 명이 함께 추진해야 할 규모의 일을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당시 내가 담당하던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성격의 작업이었다. 나는 수많은 불만들을 해결할 능력이 부족했고, 요령 있게 사람들을 이해시킬 깜냥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늘 내 부족한 부분만 불거졌다. 일상에서 해결되지 않는 목마름을 친구들과 매일 밤 술로 채웠다. 함께 어울리는 패거리들과 각자 집을 전전하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퀭한 눈으로 출근했다. 어느 날 여느 날과 같이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당시 같이 회사를 다니던 꼬막이가 우연히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제목은 ‘알람’. 매일 알람을 듣지 못해 쫓기듯 떠밀리는 아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제 일어나야 해. 집을 나서야 해.
알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는 게으름에.

이제 집중해야 해.
더 나아져야 해.
그런 말을 듣지만 내 속도엔 조금 빠듯해.

꼬막의 곡 <알람> 중


이 노래가 출근을 괴로워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히트곡이 되면서 나도 욕심이 생겼다. 맨날 술도 같이 먹는데, 나도 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기타를 치며 소리 죽여 노래를 불렀다.


자유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잠이 안 와 이불 위에 앉았네.
나는 깊은 생각 속에서
까만 하늘을 날아다니네.

권눈썹의 곡 <잠이 안 와> 중


아무 코드나 치면서 생각나는 말에 멜로디를 붙였다. 한 구절을 녹음해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보냈다.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노래가 너무 좋다. 꼭 끝까지 완성해봐.”20초 남짓되는 아주 짧은 노래일 뿐이었는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친구들이 좋다고 말하니까 정말 뛰어난 작품을 만든 것처럼 들떴다. 완성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던 ‘잠이 안 와’를 시작으로 음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내가 몇 날 며칠 고민해서 쓴 가사를 보며 깔깔깔 웃었고,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고치고 하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에 공연도 하게 되었다. 일이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일들을 만들어 내면서 이제는 어느덧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마 ‘저는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있어요’라고 소개하게 되었다.이제 슬픔과 기쁨, 어떤 마음인지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복잡한 마음들도 음악으로 만든다.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혼자 간직해야 하는 상처들도 조금씩 옅어졌다.


권눈썹 친구 꼬막의 불후의 명곡 ‘알람’ 링크

권눈썹 첫 자작곡 ‘잠이 안 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