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에 요상한 꿈을 연달아 꿨다.
처음 꿈은 내가 누군가를 죽였는데 그 사실을 믿기 싫어하며 괴로워하는 내용이었다. 누구를 어떤 이유로 죽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현실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내가 왜 그랬는지 너무 궁금했고, 아무와도 이 불안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두번째 꿈은 학교에 출근하는 꿈이었다. 새로운 학교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늦을락말락 학교 앞에 도착했다. 마스크도 없어서 급히 피어싱을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미 늦은 김에 어린이들에게 잘보이려고 과자사러 슈퍼에 들렀다. 지하 1층에 마트가 있지만 도착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1층 문구점에 갔다. 문구점에 파는 간식거리는 괜찮은 게 별로 없어서 고르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겨우 계산대에 갔더니 주인이 눈이 어두운지 간식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도통 계산을 안해줬다. 힘들게 가게를 나와 교문에 들어섰는데 이번엔 수위 아저씨가 이미 수업 시작했으니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짤리면 안돼! 내가 수업을 망치다니 그럴 순 없어! 하며 아저씨 한눈 파는 사이에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에서도 반을 못 찾아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결국 수업 시간 10분을 남기고 눈이 떠졌다.
왜 이런 꿈을 꿨나했더니 월요병을 앞당겨 앓은 것 같다. 그동안 휴일이 걸려있어서 3주 연속 쉬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초등학교에 출근하는 날 이었다. 자의로 수업을 안하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이 안되니,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꿈에 나타났던 것 같다. 학교수업은 큰 돈은 아니라도 꾸준한 수입원이 되어주는 고마운 일거리인데...가면 마음이 힘들다. 안티들만 모아놓은 무대에 혼자 서는 느낌이다. 그들도 싫고, 나도 싫은데 고정수입을 위해 이 시간을 굳이 함께 해야할까? 물음표가 둥실둥실...
수업을 생각하니 배가 꼬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어제 저녁에 걸어서 해운대까지 다녀왔다. 걸으니 또 기분이 한결 나아서 하이볼 한캔 사먹고. 알딸딸하게 친구들과 11월 언박싱 회의를 했다. 재밌는 상상하니 즐거워져서 어제 밤은 악몽없이 잤다.
오늘은 7시에 일어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겼다. 커피 마시면서 일기쓰고, 오늘 수업 내용도 구상하고 넉넉히 학교에 도착했다. 운동장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니 생기 발랄한 웃음에 기운이 났다. 수업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지나갔다.
<무엇이 똑같을까>동요로 컵타수업을 진행했다. '그대로 멈춰라!'부분에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라고 하니까 재미있어했다. 조금 성숙한 어린이는 유치하다고 코웃음치며 '이런 거 재미없어요'했다. 속으로 '나는 오죽하것냐 꼬맹아' 말하며 고양이 하트포즈를 날렸다. 율동하며 애교부리는 내가 스스로 오글거려서 바닥으로 고개가 자꾸 숙여졌다. 락커 자존심 말이 아니다 속으로 눈물을 수백번 흘렸다. 아이들을 보면 내 표정이 보인다. 내가 우물쭈물하면 아이들도 그렇게 하고. 내가 즐거워하면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두번째 교실에선 철판깔고 놀아야겠다 다짐했다.
두번째 교실은 첫번째 교실보다는 내 안티가 조금 적은 편이다. 팬도 몇 명 있다. 오랜만에 봐서 보고싶었다고 하는 친구도 있고, 앞에 나와서 발표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다.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한껏 귀염을 부렸다. 자아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야지 생각해버리니 나중에는 나도 수업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 얼굴도 밝고 즐거워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 퍼포먼스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컵타를 정리하는데 담임선생님이 '이제 프로 다 되셨네요~'하면서 등을 안아주셨다. 차마 무시무시한 악몽에 대해 말할 순 없었고 어른스럽게 '선생님이 잘 챙겨주신 덕분이죠~'하고 나왔다.
악몽에서 깨었을땐 지금이라도 학교를 관둬야하나 생각했지만 일상에 들어오니 자아를 좀 더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나를 왜 알아줘야 하나. 내가 먼저 애들 마음을 알아주면 되는데.음악 속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 서로 좋은 거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