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에 이내언니 공연을 보러 갔다왔다. 버스역에 내려서 1분 거리라고 해서 지도없이 보수동책방골목 쪽으로 들어갔다. 불꺼진 책방을 따라 잠깐 두리번두리번. 왼쪽으로 꺾어지는 조용한 골목에 밝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사람들 몇 몇이 보였다.
카페 문을 활짝 열어 실내는 무대가 되었고, 길에는 의자를 깔아 객석이 되었다. 통로를 조금 띄우고 반대편에 서서 보는 관객까지! 어디든지 무대가 될 수 있었지! 역시 길위의 음악가 이내! 분위기 대박이다! 감탄하는데 언니가 보였다. 마지막에 본 모습보다 조금 말랐다. 요즘 알바한다더니 몸은 잘 챙기고 있는걸까. 반갑게 인사하고 귀여운 의자에 앉았다. 노래를 들으며 언니가 꾸준하게 글쓰는 모습과 정성스럽게 곡 다듬는 모습이 떠올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바쁜 와중 7월에 책도 새로 출간한다고 하니, 팬에게 이만큼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
언니 공연 보러 다닌지 5년이 되었는데, 공연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내로 인해 느슨한 인연이 된 우리들. 변함없이 잘 살고 있구나 반가운 유대감이 들었다. 관객이 써낸 글귀나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도 있었다. 객석에 앉아 기척 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오늘을 위해 나누고 싶은 말을 고민했겠구나 싶었다. 아쉽게 공연을 보러 오지 못하지만 꽃이나 책을 미리 선물하고 간 분들도 있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잠깐씩 머물러 분위기를 느끼다가 갔다.
동네 앞 나오듯이 편한 신발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와도 주변이 의식되지 않는 곳이 중구였지 하고. '아름다운 것은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다'는 언니의 멘트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들으며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소는 '코스모스 달'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였다. 작고 깜찍한 철제선반, 조그만 스툴, 빈티지한 테이블 보와 그 위에 올려진 자두까지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다. 마지막에 구릿빛 피부가 사랑스런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준비한 글을 읽어주었다. 그 모습이 공간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푹 담겼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중구로 이사가고 싶다~ 계속 중얼거리면서 업라이트 피아노는 어떻게 옮기지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