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친구 A를 통해 B라는 또 다른 친구가 내년부터는 활동을 접고 취직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B는 학원에서 레슨을 했는데, 최근에 인원이 줄어들어 반이 폐강되었고 몇 년째 큰 성과가 없어 마음이 떴다는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작업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근무일수 한 달을 채우면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작업실에서 한 달을 보내도 돈이 나가기만 한다. 물론 자리를 잘 잡은 이들은 직장인들과 비교가 안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다만 자리를 잡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많이들 이런 고민을 한다.
B의 소식을 듣고 퍼뜩 그를 책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일이 잘 안 풀리면 다른 루트를 찾아보면 되지 않나? 활동을 접으면 철철 흐르는 끼는 어떻게 하려고… 그렇지만 입밖으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 친구는 남모르게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것이다.
예술계통에서 일 하다 보면 고집 센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고집이라는 것이 작품의 방향에 대한 고집일 때도 있지만, 활동 방향에 대한 고집일 때도 있다. 가령 뮤지션인데 방송출연은 하지 않는다던가, 공연은 않고 음원만 낸다던가. 사람에 따라서 활동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잠시 생각해본다. 과연 싫은 것을 피하며 활동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리잡기 위해서 싫은 것도 적당히 하는 게 맞을까.
김목인의 책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에서 음악가는 작은 가게를 하는 사장님과 비슷하다고 했다. 수많은 가게들 중에서 자리를 잡은 가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홍보를 많이 해서- 일수도 있고
상품의 품질이 아주 뛰어나서- 일수도 있고
상품 큐레이팅이 잘 되어 있어서- 일수도 있고
공간 구성이 잘 되어서- 일수도 있고
사장님이 재미있어서- 일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자기의 특기를 발휘하고, 그 방식이 손님들에게 통했을 것이다. 뮤지션도 똑같은 노력을 할 수 있다. 패션스타일도 바꿔보고, 곡 스타일도 바꿔보고, SNS에 영상도 올려보고, 공연을 만들어 보고. 작업실에서 혼자서 쌓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기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지만, 때로는 고정관념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음악을 하는 건데, 굳이 싫은 일을 찾아 해야 하나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단순히 친구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나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금만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다던가. 이런 장르는 안 맞을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잘 어울린다던가. SNS에 간단한 영상을 올렸는데, 그걸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보고 연락을 해온다던가.
예술활동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걸 받고 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크다. 그리고 공연 때마다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꽃을 받는다.
자기의 작품을 사랑한다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취직하면 생계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겠지만 지금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 B가 취직을 하더라도 작업을 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상황에 맞게 살아가면서, 작업을 위한 여유공간을 남겨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