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는 힘

by 권눈썹

작업실에 새로운 멤버가 생겼다. 책을 다섯 권 냈고, 인스타그램 구독자가 10만이 넘는 인기 작가 반달(가명)이. 매 주 두 편 씩 글을 써서 보내는 구독 서비스도 하고 있다. 윤작가에게 추천받아 그녀의 책은 전에 읽어본 적 있었다. 사람 간의 관계나 일 등 내가 고민하는 내용과 맞닿은 부분이 많았고,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몇 달 전, 작업실에서 혼자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공간을 셰어할 친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반달이가 작업실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윤작가에게 소개를 받았다. 작업실 같이 쓰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으면서 뒷북으로 걱정이 많았다. 글 쓰는 사람이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오해하게 되지는 않을까? 음악 소리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과 한 공간에 오래 있는 것은 괜찮을까?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작업실을 셰어한지 세 달이 된 지금은 언제 걱정했나 싶게 잘 지내고 있다. 반달이는 순간에 몰입을 잘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나이도 같고, 통하는 것도 많아 금새 친구가 되었다. 반달이는 나보다 노래를 더 많이 부르고, 새벽에 있는 수영수업을 빠지지 않으려고 술자리에서 친구들을 얼른 귀가시켜버린다. 언제나 결정을 빨리 빨리 내리는 그녀와 나란히 있으면 내가 더욱 느릿하게 느껴진다.


반달이는 글도 정말 빨리 쓴다. 함께 점심 먹고 한참 수다 떨다가 이제 일하자고 각자 방에 들어가는데, 두 세 시간 뒤에 애절하게 발라드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 ‘눈썹아 나 퇴근할게~’ 한다.


반달이에게 글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쓰는 건지 물어봤다. 그녀는 재미있는 답변을 했다. 글을 완성하고 나면 다시 읽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은 이상이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인기작가가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 겸손한 것 같지만, 반달이는 진심이었다. 어떤 날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꾸준히 쓰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는 어떻게 구분을 하는지도 물었다. 답으로 가족과 관련된 깊은 이야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이야기가 아니라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남들의 평가에 사사건건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을 느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답변해주었지만, 어쩌면 그녀만의 비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부족하더라도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매일 꾸준히 하는 것.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는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