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다닌 지 8개월이 되었다. ‘8개월’은 눈만 마주쳐도 꿀이 뚝뚝 떨어지던 애인에게 불평이 생기는 시기이고, 패기 있던 신입직원은 끝없는 야근에 슬슬 현타가 오는 시기다. 나는 수영과 권태 없이 여전히 잘 지낸다.
수영장 가는 길이 언제나 신나는 것은 아니다. 전날 과음을 해서 피곤하거나, 꾸물대다 집에서 늦게 나왔을 때는 선생님 잔소리가 듣기 싫어 하루 쉴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막상 풀장에 들어가면 기분이 금새 좋아진다.
벽을 발로 차고 부드럽게 스타트를 하면 물 속을 나는 것 같다. 바닥을 딛고 걷느라 경직되었던 몸이 풀리고,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말랑해진다. 물 속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아, 고요하고 평화롭다.속상한 날은 물속에서 험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한 음절에 발차기 한 번씩. 화가 난 만큼 힘차게 물을 찬다. 분을 풀고 나면 몸은 기진맥진한 채 헤헤 웃음이 난다.
수영을 하고 작업실로 이동하는 길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이번 공연 홍보물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내용으로 가사를 쓸 것인지.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책상에 앉아서는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이 20분 정도 짧은 시간동안 하나 하나 떠오른다. ‘나 역시 천재였나?’ 생각하며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수영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아플 때도 수영을 하면 낫는다는 ‘수영만병통치설’을 농담처럼 주고 받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이 이론을 맹신하게 되었다. 오늘도 공휴일이라 매일 다니는 수영장이 쉰다고 해서, 부산시내 수영장을 이 잡듯 뒤져서 기어코 수영을 다녀왔다. 이쯤 되니 수영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건가 싶고. 혹시 나중에 어떤 사정으로 못하게 되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 어떡하나 싶은데. 차라리 수영을 매일의 루틴, 업무의 일환으로 여기려한다. 매일 조금씩 글 쓰고 노래하는 것처럼. 책상에 앉은 대신 수영장에서, 버스에서 업무를 나눠하는 것으로.